조건이 된다면 동네에서 끼 많은 친구들과 아무 물건이나 해체해서 재조립하는 놀이를 해보면 재밌겠다 싶다.

<손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놀이가 주는 재미를 확인했다. 관심 영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고.

근데 시간이 모자라다. 

먹고사는 일도 해야 하고 이런 장난질도 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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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당신의 일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물건, 특히 기계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집안의 고장 난 가전제품이나 장난감들을 수리하려고, 혹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뜯어보신 적은 없나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 속에는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과학기술이 각종 기계전기전자 부품의 모습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선풍기 속에는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의 원리’가 담긴 커다란 모터가 있고, 
시계 속에는 회전력을 각기 다른 비율로 전달하는 여러 개의 기어가 물려 있지요. 
이러한 기술들은 시간을 들여 점점 더 인간의 삶과 밀접해졌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 사물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기술이 작동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If you can’t fix it, you don’t own it. 
“수리할 수 없다면 소유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뜨끔하게 만드는 이 ‘자가수리’ 선언문은 
물건의 기능을 뛰어넘어 이제는 브랜드나 가치까지 소비의 범위를 넓히고
점점 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로 가득 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듯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결국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요.

분해하기 전 사물들이 쌓인 공간에서 점차 분해된 사물들로, 
관람객들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어 갈 <탐구의 시작, 물건 뜯어보기 체험전>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사물들 속에 감춰진 속사정을 꺼내어 
오래된 동시에 새로운 차원으로의 모험을 안내합니다.

 

: 개조된 물건들
: 분해된 물건들
: 사물의 조리를 들여다보는 손
: 기계 최후의 날
: 사물 해부 도감
: 사물의 변신

 

Posted by 익은수박
,

매일경제 식품야사 연재물에 '발효' 자료가 실려서 가져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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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야사-34] 발효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2019년 4월 12일 현재 네이버, 다음, 구글에서 `발효`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연관검색어들이 떠오릅니다. 

1) 발효식품 2) 진로발효 3) 발효식초 4) 발효홍삼 5) 노니발효액 

이 연관검색어에 사실 이번 식품야사에서 말하는 발효에 대한 얘기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도 발효식품 김치를 사랑합니다. /출처=RUN BTS ep.35



저와 같은 문과생이나 보통 사람들에게 `발효(fermentation)`라는 단어는 식품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만약 발효가 없다면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이 사라질 정도로 우리는 발효로 이뤄진 식품을 매일매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발효가 없어진다면 가장 먼저 서양인들의 주식인 빵이 사라질 것이고 맥주, 와인, 막걸리 같은 발효주와 이를 가지고 만드는 증류주가 사라질 것입니다. 홍차와 보이차도 사라지고, 코코아도 발효를 거쳐 초콜릿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초콜릿도 사라져야 합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와 피자 먹을 때 같이 먹는 피클이 사라집니다. 

된장이 사라지면서 간장이 사라지고 식초와 스리라차소스, 굴소스도 함께 없어집니다. 그러면서 간장, 식초, 굴소스, 스리라차소스로 만드는 모든 음식들도 만들 수 없게 됩니다. 

살라미, 프로슈토, 초리조와 같은 발효로 만들어지는 소세지와 햄도 사라집니다. 우유를 발효해서 만들어지는 요구르트와 치즈, 사워크림도 없어집니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다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스리라차소스 외에도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소스가 아주 많습니다. /출처=위키피디아



그런데 만약 발효에 대해서 이과생, 특히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바로 무산소호흡(Anaerobic respiration)의 일종이 발효라고 말입니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우리는 호흡(Breathing)을 폐를 통해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신체활동으로만 생각합니다.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호흡기의 이러한 활동으로 우리는 살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폐로 들어간 산소는 어디로 갈까요?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운대로 산소는 동맥을 타고 우리 몸 곳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이 산소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세포 내부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부터 분해된 포도당이 피루브산이 되면서 에너지가 생겨나고 이 에너지로 우리는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열을 만들고, 근육을 움직이고, 사고를 하는 모든 과정이 이러한 대사과정의 산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물이 되고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집니다. 이산화탄소는 다시 정맥을 타고 폐로 가서 배출됩니다. 우리 몸속의 세포에서 이뤄지는 이 생화학적인 과정을 바로 `호흡(Respi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산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호흡을 `유산소호흡(aerobic respirtaion)` 혹은 `유기호흡`이라고 합니다. 

산소가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00m 달리기를 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들이마시는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훨씬 효율이 떨어지는 무산소호흡(무기호흡)이 세포에서 일어납니다. 에너지는 훨씬 적게 나오고, 물 대신 다른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경우 포도당이 젖산이 됩니다. 이 젖산은 근육에 쌓여서 근육이 힘을 못 쓰게 피로하게 만듭니다. 이 같은 호흡 혹은 물질대사(metabolism)는 우리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과 식물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생명 현상`이라고 합니다. 

 

생명의 7가지 공통된 특성중 하나가 바로 물질대사(metabolism)입니다. /출처=두산백과사전



그런데 어떤 미생물은 무기호흡 과정에서 우리가 `술`이라고 부르는 `에탄올`을 부산물로 만들어냅니다. 이 에탄올은 아세트산(식초)이 되기도 합니다. 이 미생물의 친척뻘이 되는 또 다른 미생물은 밀가루 반죽 속에 들어가면 에탄올을 만들어내고 이 밀가루 반죽을 구울 때 이것이 부풀어 오르도록 만듭니다. `빵`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 어떤 미생물은 우유 속의 유당을 젖산으로 만들어내면서 우리가 `요구르트` `치즈`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또 어떤 미생물은 야채를 발효시켜서 시큼하게 만드는데 이는 김치, 피클 같은 것이 됩니다. 이처럼 유당을 젖산으로 만드는 유산균이 만들어낸 음식에 공통적으로 신맛이 나는 것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이 혀의 신맛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모든 발효가 `무산소`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발효음료인 `콤부차`의 경우 미생물의 `유산소 호흡`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가 유산소호흡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암세포의 경우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도 무산소호흡을 통해 대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생물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하는 대사활동에는 유산소호흡, 무산소호흡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중 미생물에 의해 일어나는 무산소호흡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뭔가(식품)를 만들어낼 경우 이를 `발효`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콤부차는 대표적인 발효음료입니다. /사진=빙그레



그런데 사실 발효된 음식은 썩은 음식과 경계가 모호합니다. 왜냐하면 음식이 썩는 것은 공기와 음식에 있는 박테리아, 균, 효모와 같은 미생물들이 음식을 가지고 호흡을 해서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균 중에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번식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캠필로박터, 살모넬라, 장출혈성대장균, 보툴리뉴스균처럼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위험한 것들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곰팡이독, 각종 기생충도 썩은 음식을 통해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미생물을 개별적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되면서 식품산업은 기존 전통발효에 쓰이던 미생물만을 떼어내 종균으로 만들어 대량생산에 쓰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술, 빵, 발효유(요구르트) 같은 제품입니다. `진로발효`라는 회사는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에탄올(주정)을 발효를 통해 대량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가정에서 요구르트를 만들거나, 술을 빚는 것과 이를 상업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량생산되는 제품은 품질이 균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마셨던 맥주와 오늘 마셨던 맥주의 맛이 다르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균일한 품질의 맥주, 빵, 요구르트를 만들려면 먼저 공정 자체뿐만 아니라 발효의 주인공인 미생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업적 발효는 식품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입니다. 사료용 아미노산은 쉽게 말하자면 동물용 단백질 보충제입니다. 사료와 함께 아미노산을 먹고 자란 동물은 더 빨리 근육이 생겨나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사료용 아미노산은 미생물들이 곡물을 발효시켜 라이신,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을 만들어내면 이를 공정을 통해 분리시켜 대량생산을 해냅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발효조에 곡물과 물과 미생물을 넣고 발효를 시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간이 먹는 식품과 달리 동물용 아미노산에서는 맛보다는 생산성이 중요합니다. 즉 적은 곡물로도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빨리 생산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은 공정의 효율성과 규모도 있겠지만 미생물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미노산 이름 앞에 붙은 L 은 화학이 아닌 생물학적인 방법(발효)로 생산했다는 뜻입니다. /사진=CJ제일제당



식품야사 10화에서 다뤘던 CJ제일제당은 전 세계 아미노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 중 하나입니다. 수원 광교에 있는 이 회사의 연구소에서는 그래서 미생물을 연구합니다. 축산업에서 우수한 소와 돼지, 닭의 종자를 갖고 있는 것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것처럼 바이오 산업에서도 우수한 미생물 종자를 갖고 있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연구소에서는 미생물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계속 새로운 미생물을 만들어내고, 이 미생물의 생산능력을 시험해보고 더 우수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 미생물에 특허를 출원해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를 받습니다. 이 미생물은 전 세계에 있는 CJ제일제당의 공장으로 날아가서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일을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여러 아미노산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라이신에서만 연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데요. 이 미생물 하나가 1조원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미생물과 발효의 미래 가치는 식품 이외의 분야에 있습니다. 바로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자연에서 분해가 이뤄지는 플라스틱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07년 벨기에 화학자 레오 베이클라이트가 처음 만들어낸 `플라스틱`은 불과 111년 만에 전 지구를 뒤덮었습니다.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이지만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은 플라스틱은 바다생물을 비롯해 지구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미생물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목재와 같은 쓰레기를 분해해 에탄올, 휘발유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매스도 미생물이 쓰이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알바트로스 어미는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생각하고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입니다. /사진=albatrossthefilm.com



이 같은 산업적인 영역 외에도 발효가 자주 언급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입니다. 

앞서 산업적인 발효에서는 전통산업에서 쓰이던 미생물을 분리시켜서 사용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필요한 미생물 이외의 다른 미생물을 제외시키는 것입니다. 요구르트의 예를 들자면 대량생산을 하기 전 우유를 살균해 다른 균을 모두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요구르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균만을 넣어서 발효를 거칩니다. 

사실 이 같은 살균을 하지 않아도 발효 과정에서 각종 유해균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면 아세트산발효나 유산균 발효 과정에서 산도가 높아져서(pH가 낮아져서) 다른 균들이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균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발효식초(천연발효식초)는 이 같은 대량생산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제품입니다. 마치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처럼 식초나 발효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식초를 만드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균도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이같은 수제 방식의 제조는 최근 모든 종류의 식품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천연발효빵(사워도)이 대표적이고 와인에서도 내추럴 와인이라는 와인도 이 같은 천연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입니다. 이 와인은 유기농 포도를 손으로 수확해, 자연 효모를 넣고, 화학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런 천연, 수제 발효 식품에는 인간이 통제하지 않은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천연·수제 발효식품이 과연 더 건강에 좋은 제품인지 더 건강한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유산균과 각종 유익균이 우리 장 속에 들어가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익한 부산물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과학적인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발효가 모든 재료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만들어주고 일반적인 발효식품보다 더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식품회사들의 주장이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에서 기능성 원료로 68가지 원료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천연·수제 발효 과정에서 건강에 더 좋은 미생물이나 성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맥주도 첨가물 없이 발효만으로 탄산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사진=하이트진로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발효제품이 천연·수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보다 건강에 유해한 제품인지도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지는 발효제품도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천연·수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량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첨가물 역시 MSG(글루탐산나트륨)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이스트나, 막걸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입국이 유해한 화학물질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보겠습니다. 

1. 발효는 생물의 가장 기초적인 활동인 호흡과 동일한 것으로 인간은 미생물의 존재를 모르던 옛날부터 발효를 활용해왔습니다. 

2. 미생물의 과학적·산업적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며 인류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지도 모릅니다. 

3. 발효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나치게 신비화하는 것 같습니다. 

※숙성, 염장, 발효의 차이점은? 

발효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숙성이나 염장과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우리는 발효와 염장, 숙성을 뒤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세 가지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시간을 두고 변화시키는 것을 숙성(ageing)이라고 한다면 이 과정에서 소금을 넣을 경우 염장(curing)이 되고, 미생물이 작용하게 되면 발효(fermenting)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숙성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기가 부드러워지면서 맛있어지지만 미생물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만 이뤄진다고 합니다. 소시지나 햄의 경우 소금을 넣고 숙성시키기 때문에 염장만 이뤄지지만 살라미, 프로슈토, 초리조 등은 염장과 함께 미생물이 작용해 발효도 같이 이뤄집니다. 젓갈도 대표적으로 염장과 발효가 함께 이뤄지는 식품입니다. 과메기나 홍어회 같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도 맛있어지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개입하는 `발효`가 함께 일어난다고 합니다. 홍어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발생해 산도가 오히려 낮아진다(pH가 높아지는)고 합니다. 

사실 지나치게 소금을 많이 넣어서 염도가 높을 경우 미생물이 활동할 수 없어서 발효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달걀이나 오리알을 석회에 넣고 숙성시키는 중국 식품인 `피단`의 경우 아주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미생물이 아닌 화학적인 작용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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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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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알고 보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나는 눈여겨보지 못했다. 술, 요거트, 김치, 빵 등등 

볼수록 흥미롭겠다 싶고, 잘 배워서 뭔가 자급하는 삶에 보탬도 되지 싶다.

더 나아가 '지구하다' 기획에도 뭔가 쓰임이 있지 않을까?

 

차근차근 자료를 모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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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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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가볍게 여겼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해서

당사자에게는 큰 문제였을 텐데 가볍게 여긴 꼴이 되게 해서

어기는 과정에서 서로 아프지 않게 하지 못해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해서

더 나빠지지 않게 수습하지 못해서

내 안에만 너무 빠져 있어서

 

이미 늦었겠지.ㅠ

 

더 지랄맞은 상황은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들고

바꾸는 방법을 모르겠단 사실(아니 생각이려나?).

 

한없이 자책하며 무감각하게 이제 살아가 보는 길밖에 없겠지.

마음 깊이, 아니 얕은 마음마저도 그냥 닫아 놓은 채

적당히 적당히 만인의 친구 흉내나 내면서

늘 후회의 뗏국물이나 마지겠지.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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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안을 찾는다며 지나치게 좌충우돌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대안마저 상품화하여 소비하거나... 

일부러 그러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그런 길을 가는지도 모르지. 

지금까지의 편의와 혜택 들을 줄이고 불편을 받아들이며 자립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텀블러나 천가방 등을 사들이거나 자꾸 만들어 팔 생각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유리빨대니 녹는 빨대니 하는 것들도 좀 생각해 보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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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 가져온 곳으로 가려면 클릭!

천연섬유는 정말 합성섬유보다 환경과 건강에 좋을까

 

[박재용의 과학 이야기] 합성섬유 vs 천연섬유 오해와 진실

 

 

보통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섬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천연섬유인가 아니면 합성섬유(화학섬유)인가죠. 그리고 대개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가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일단 생산량을 한 번 살펴보지요. 2017년 통계를 보면 전체 섬유 생산량 중 합성섬유가 615억톤으로 65.8%를 차지하고, 면이 254억톤으로 27.2%. 레이온아세테이트가 54억톤으로 5.7%, 양모가 11.6억톤으로 1.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비단이나 마 등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생산량이 극히 미미합니다. 전체적으로 합성섬유와 면이 전 세계 섬유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면은 대표적인 천연섬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목화씨로부터 대대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섬유였죠. 전 세계로 봐도 면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입니다. ‘천연’ 섬유이기도 하고 또한 ‘식물성’ 섬유이기도 하지요. 식물성 섬유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식물성 섬유에 비해 그 생산량과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생산이 되질 않아 대부분 수입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면섬유에 대해 화학섬유보다 환경에도 이롭고, 몸에도 좋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속옷의 경우 대부분 면으로 만듭니다. 그 외 간단한 티나 청바지도 모두 면직제품이지요. 이런 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면화 생산량을 보면 2011/2012년 시즌에 중국이 730만톤, 인도 590만톤, 미국 340만톤, 파키스탄 230만톤 브라질 200만톤, 우즈베키스탄이 90만톤을 생산합니다. 이들 6개 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거지요. 하지만 중국은 생산량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면화 수입역시 세계 최고입니다. 엄청난 인구도 인구지만 세계의 공장답게 면직물 가공도 워낙 많이 해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면화만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거의 전 세계 수입량의 1/3에 해당하는 양을 수입합니다. 중국의 면화 소비량이 전 세계 소비량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세계 면화 생산 및 수출입 현황과 가격변화’)


문제는 목화를 재배하는데 엄청난 물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1kg의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만 리터의 물이 소비됩니다. 서울 시민 한 명이 소비하는 물의 양이 278리터인 것을 감안해보면 엄청난 양이지요. 현재의 러시아, 구 소련에서는 각 지역마다 특산작물을 심도록 강요했는데 중앙아시아는 면화 생산을 강제했지요. 그래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아랄해가 끝장이 나버렸습니다. 한 때 아랄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면적이 큰 호수였습니다. 그러나 목화재배를 위해 물길을 인위적으로 돌려버린 결과 수량이 1/10로 줄어들어 버렸지요. 아랄해의 대부분은 현재 그냥 맨 땅입니다. 남아있는 호수도 염분이 높고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어 죽어버린 바다가 되었습니다.

 

다른 문제는 목화 재배에 엄청난 살충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목화는 병충해가 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목화 재배 면적은 전 세계 농지의 5%에 불과한데 살충제는 전 세계 살충제의 25~35%가 소비되지요. 제초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땅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지요. 또한 화학비료의 사용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농업 면적의 1%를 차지하는 목화밭에 합성비료와 토양 첨가제, 고엽제 등 화학 물질 사용양이 미국 전체의 농지의 10% 가량 쓰입니다. 목화를 재배하는 농민들도 이런 물질에 노출되고 주변 생태계는 황폐화됩니다.

 

면화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면화 생산국에서 주 담당자들은 가난한 소농이거나 소작인들입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면화 재배가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입니다. 재배된 목화는 모두 국가에서 독점으로 매입합니다. 자신의 밭이라고 목화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나 수확철인 9월부터의 3개월 동안은 아이들도 강제로 동원되어 노동을 하게 됩니다. 11살에서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에 이르기까지 강제로 동원됩니다. 우리나라의 대우인터내셔널도 바로 이곳에서 아동노동에 의해 생산된 면화를 사들이고, 현지에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강제 아동노동은 전 세계적인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인도에서도 면화는 문제가 됩니다. 인도는 농민의 빈곤자살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전 기사에서 이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면화를 면섬유 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보통 20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중 표백 과정에서는 다이옥신dioxin이란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수지가공과정에서는 발암의심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됩니다. 방축pre-shrinking과정(세탁후 옷이 수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수축을 시키는 과정)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액체암모니아가 사용됩니다.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염색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섬유에 남아있는 유해 물질이 우리가 옷을 입는 동안 서서히 방출되어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국이 전 세계 면화의 40%를 수입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1980년대부터 연 평균 30%씩 성장했습니다. 티셔츠 10장 중 6장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지요. 그 덕분에 티셔츠 가격은 아주 저렴해졌습니다. 농촌에서 몰려드는 농민공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섬유노동자의 삶은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동안 세계 의류 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고, 옷의 실제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우린 더 쉽게 옷을 살 수 있게 되었고, 더 쉽게 버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면섬유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라고도 부릅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는 레이온 즉 인견입니다. 인견이란 말의 뜻은 인조견직물, 즉 비단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이라고 합니다. 면 조각이나 나무 종이 등을 화학용제로 녹여내서 실을 뽑아 씁니다. 원 재료가 천연에서 나온 것이니 천연섬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가공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제들에 의한 노동자들의 산재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시작은 미국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레이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신병적 장애와 신경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저항과 소송과 재판이 잇달아 일어났고 견디다 못해 레이온 산업은 일본으로 이전됩니다. 그 뒤 일본에서도 이황화탄소 중독 증세가 나타나면서 공장 노동자들에서 뇌혈관 장애에 따른 정신장애나 마비 환자들이 나오지요. 그리고 1968년 일본의 기계를 한국에 들여와서 원진레이온을 만듭니다. 1980년대 직업병 환자가 보고되었고 결국 산재 사망자 8명, 장애판정 637명이 발생합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더 많았지요. 결국 회사는 1993년 폐쇄되고 기계는 중국으로 넘어가지요. 물론 중국에서도 공장 가동 중 온갖 질병이 한국 못지않게 나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인견은 모두 외국에서 생산한 원단을 들여와 가공하고 있습니다. 레이온의 역사는 그 곳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모진 삶과 떼어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모직물도 그리 친환경적이진 않습니다. 양을 대량 사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축산폐수가 발생하지요. 요사인 사육과정에서 양에 대한 학대문제도 제기되곤 합니다. 가죽이나 오리 혹은 거위 깃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합성섬유는 어떨까요? 면화처럼 물을 많이 쓰지도 않고 독성 살충제나 제초제를 뿌리지도 않습니다만 합성섬유가 완전한 대안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합성섬유로 폴리아미드(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우레탄 등이 있습니다. 폴리아미드, 즉 나일론은 스타킹이나 우산, 수영복, 스키복 등에 주로 쓰입니다. 폴리에스테르는 천연 섬유와 섞어서 옷을 만드는데 사용하지요. 아크릴은 양모 대신으로 사용되며 커튼이나 카펫 등에도 사용됩니다. 폴리우레탄은 흔히 스판이라고 하는 겁니다. 신축성이 좋아 여성용 속옷이나 수영복 등에 사용합니다. 합성섬유는 천연섬유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비교적 오래 사용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있지요. 물론 섬유마다 장단점이 따로 있어 이들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주로 면과 합성섬유의 혼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합성섬유는 대부분 석유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천연섬유보다 더 많이 발생하지요. 폴리에스테르의 경우 면직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두 배가 넘습니다.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테르 생산과정에서 7억 5천 만 톤의 온실 가스를 내놨는데 이는 석탄발전소 185개와 맞먹는 양입니다. 물론 페트병을 수거하는 등 석유 화학 제품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21세기 이후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정책이 많은 나라에서 강력하게 진행되면서,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드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미세섬유’입니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로 세탁을 하면 ‘미세섬유’라고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나옵니다.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아주 작은 일종의 플라스틱입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요사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의 35%가 이렇게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Primary microplastics in the oceans Author(s): Boucher, JulienFriot, Damien). 미세섬유는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질 않습니다. 즉 전부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바다로 나간 미세섬유는 바다에 있는 독성물질을 흡착합니다. 마치 우리 옷에 잉크가 묻으면 지워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런 상태로 바다생물에게 흡수됩니다. 일단 생물체 안으로 들어온 미세섬유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그리고 이 물고기들이 다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거지요. 물고기의 내장에서 이런 미세섬유나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건 이제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 연안은 특히나 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제 진해 앞바다에는 1km3당 평균 55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합니다. 세계 평균보다 무려 8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소각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합성섬유의 소각과정에서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물질들이 엄청나게 나오지요. 그리고 더불어 이산화탄소도 다량 나오게 됩니다. 만들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탈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참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결국 문제는 합성섬유냐 천연섬유냐가 아니라 과다 소비의 문제입니다. 21세기 들어 패션산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패스트패션(혹은 SPA)입니다. 패스트푸드에서 유래한 말이죠. 유행에 따라 빠르고 값싸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옷들입니다. 자라ZARA, 망고Mange, 유니클로UNIQLO 등이 대표적이지요.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가격도 싸니, 유행이 지나면 쉽게 버려지기도 합니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규모는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7년 3조 7000억 원으로 10년간 7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많이들 산거지요. 그리고 많이 쉽게 버리기도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5만 4677톤에서 2014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7만 4361톤으로 50%가까이 증가합니다([디지털스토리] 옷 한벌 만드는데 고작 1주일…환경 파괴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 의류 산업이 10배 이상 커지는데 그에 따라 의류 폐기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지요. 더구나 그 대부분은 패스트패션의 소재인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폐기물의 처리는 2002년경까지는 소각과 매립이 80% 가까이 되었지만 현재 6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옷이 재활용된다고 한들 그 과정에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그렇게 재활용된 뒤에는 결국 폐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합성섬유건 천연섬유건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물이 소모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합성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천연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모두 문제가 됩니다. 결국 세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다하게 많은 옷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며 폐기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의류 구매량을 줄이고, 이미 구매한 의류를 좀 더 오래 입고, 낡아 버릴 때 재활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이죠. 물론 섬유 산업 자체의 다른 문제점들은 정책적으로 고민해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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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팩트체커    chlcns@hanmail.net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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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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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양하게 바뀌어 가는 도시농업을 만난 느낌이다.

징검다리로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많다.

<라이프인>(http://www.lifein.news)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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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름답게 더 가까이 더 가치롭게~ '진화하는 도시농업'

 

[2019 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 계원예술대학교 최정심 교수 인터뷰] 농업과 디자인 융복합한 '친환경 디자인' 전도사

 

 

생태 순환 텃밭 모습

여러 가지 작물들이 오밀조밀 섞여 아름답게 꽃을 피우니 텃밭인지 정원인지 헷갈린다. 몰디브 같은 휴양지에서 봄직한 세련된 차양과 의자가 있어 무엇인지 들여다보니 생태 화장실이고, 텃밭 옆의 나뭇조각으로 만든 조형물의 정체는 닭장이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낙성대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9 도시농업박람회의 총감독을 맡은 계원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최정심 교수팀이 만든 작품 같은 '생태 순환 텃밭'이다. 계원예대 디자인과 학생들 60여 명과 여러 교수와 전문가들이 한 팀이 되어 현장에서 직접 밭을 일구고 목공 작업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했다.

아름답게만 꾸민 것이 아니다. 이곳의 대부분의 시설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업사이클 작품들이다. 언뜻 캠핑카처럼 보이는 이동형 양봉장은 헌 리어카를, 지붕에 화단을 설치한 복합 보관창고는 버려진 가구를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것들이다.

작물들은 모두 작물 간 궁합에 따라 배치됐다. 최 교수는 궁합작물(같이 심으면 좋은 작물, 파와 오이를 함께 심으면 파가 오이의 덩굴쪼김병의 발생을 억제하는 식)끼리 배치하고 미생물을 넣어 주는 기법으로 농약 한번 치지 않고 채소들을 싱싱하게 길러냈다. 모두 논-지엠오(Non-GMO) 토종 씨앗으로 싹을 틔워 유기농으로 길러진 오가닉 채소들이다.

 

고추와 들깨 마늘, 양배추와 옥수수, 토마토와 대파, 파와 오이 당근, 콩과 열무 옥수수 등이 궁합작물이다.


1000평이 조금 넘는 텃밭은 최 교수의 '생태 순환형 커뮤니티 시스템' 개념에 따라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퇴비장과 온실을 연결해 퇴비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텃밭의 경계부에는 해충을 막기 위한 익충호텔을 배치하는 한편 닭이 떨어진 열매를 먹기 좋게 닭장과 유실수를 함께 배치하는 식이다. 사람과 식물·곤충·유기물질이 시너지를 창출하게끔 텃밭을 디자인한 것이다.

주제관에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수직농장·공중 텃밭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간 속 텃밭 디자인'을 전시했다. 실내 텃밭의 최근 트렌드다. 땅이라는 장소적 한계에서 벗어나 실내와 공중 벽면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 어디서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기법들이 확산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란 최근 도입된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의 합성어로 물고기와 작물을 함께 길러 수확하는 방식이다.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되는 유기물을 이용해 작물을 수경재배하는 순환형 시스템이다.

 

수직농장은 전문 업체를 초청해 선보였다. 아쿠아포닉스는 계원예대 학생이 디자인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수직농장은 벽걸이용 화분과 자동 급수 및 배수 시스템을 이용해 땅이 아닌 벽면에 식물과 채소를 기르는 방법이고, 공중텃밭은 자동 관수 시스템을 설치해 공중에 텃밭을 꾸미는 방법이다.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농기구들과 농업용품들도 눈에 띄었고, 토종씨앗과 흙의 종류 미생물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20년차 도시농부인 최 교수의 도시농업에 대한 철학이 충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이번 박람회 총감독이자 농업과 디자인을 융합하는 문화기획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최 교수가 생각하는 도시 농업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하게 질문해 보았다.

 

계원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최정심 교수. 엠제로랩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나의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며 생태순환에 대한 설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 이렇게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텃밭은 처음 접해본 것 같아요.

내 연구주제가 생태 순환형 커뮤니티 시스템예요, 하지만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 모두 처음 선보이는 컨텐츠들예요. 모두 이번에 개발했죠. 이동형 온실 이동형 키친 등 모든 시설과 물품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어요. 특정 농기구나 시설에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내가 알려주면 그 지식을 반영해서 학생들이 디자인하고 제작한것이죠.

이 텃밭에는 이동형 양봉장과 재료창고·빗물저장소·학교·연못 등 생태텃밭에 필수적인 22개 시설이 기능적으로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어요. 작물 배치 하나하나도 모두 의미가 있고요.

- 작물들이 싱싱하고 잘 어우러져서 마치 정원을 꾸며놓은 듯 예쁘네요.

혼작을 하면 한 가지 작물만 심는 획일화된 텃밭보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효율성도 더 좋아요. 조선시대부터 우리는 혼작을 해 왔어요. 궁합작물끼리 심어보면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자리를 내어주며 그 안에서 자라죠. 단일작보다 더 튼튼하게 자라요. 단일경작은 대량생산을 위해 산업시대부터 시작된 방식이죠.

 

계원예대 학생이 헌 리어카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이동형 양봉장.  세계적으로 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벌군집 붕괴현상으로 벌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도시는 열섬현상으로 따뜻하고 건조해 시골보다 벌이 살기 좋다. 도시 양봉을 통해 세련된 양봉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다.

 

- 지금 산업사회에서 물건의 제작부터 폐기까지 이동 구조를 살펴보면 이동거리가 너무 멀어요. 도시 밖에서 생산된 물건이 도시 안으로 소비된 뒤 도시 밖에서 폐기되니, 폐기된 자원이 재활용 등으로 순환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운송 거리가 너무 멀어서 화학연료가 많이 쓰이고 각종 농약도 과다하게 쓰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농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20년 전부터 농업이 도시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어요. 마일리지 제로 라이프스타일이 내 삶의 기본 기조예요. 몇 년 전에 엠제로랩(Mileage Zero Lab)도 만들었습니다(엠제로란 탄소 배출 없이 자원순환이 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친환경 삶을 뜻한다).

엠제로 철학을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가르치다가 산학협력 기회가 되서 랩으로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3년 전에는 국내 최초로 농업과 디자인을 융복합한 전공 수업도 개설했습니다. 수업을 통해 순환이 가능한 제품생산과 디자인을 고민하게 하죠. 엠제로가 되려면 마을 안에서 자원들이 생태적으로 선순환이 되야 하니까요.

우리 수업에서의 농업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대량생산을 가르치는 기존의 농업 교육과는 접근법이 달라요. 자연과 순환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디자인이 컨셉입니다.

대학에서 정규 과목을 신설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예요. 4~5년간 동아리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다가 3년 전 정규 과정에 편입된 것입니다. 올해 수업 주제는 '생태순환형 커뮤니티 시스템'이고, 이 전시도 수업의 일부입니다.

- 생산 이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든 제품과, 생산 단계부터 이 제품을 폐기시에 어떻게 재활용하고 순환시킬까를 고려하고 만든 제품은 큰 차이가 있죠. 학생들의 작품을 보니 얼마나 환경오염을 최소화시키려고 고민하면서 제품을 설계하고 만들었는지 전달됩니다.

여기서 제작한 거의 모든 것들이 업사이클링 제품들예요. 이동형 키친은 버려진 냉장고를, 세미나용 테이블은 전선케이블 박스를, 돗자리는 폐천막을 사용해 만들었죠. 학생들이 이 주변을 일일이 뒤져서 구해온 것들이예요.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도 기본적인 고려 사항입니다. 도구창고는 천장에서 빗물을 모아 간단히 도구들을 씻는데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요. 태양열을 사용하는 오븐도 만들었고요.

학생들에게 늘 말해요. 일회용품처럼 사용주기가 짧은 제품이 아닌 사용주기가 긴 제품을 디자인 하라고요. 농업디자인은 유망한 미래 직업입니다. 학생들이 가능한 환경과 건강 마을공통체 모두를 살리는 디자인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농업과 디자인 융복합 수업도 개설하게 된 것이죠.

 

계원예대 학생들이 만든 도시농업용 시설들. 오른쪽 사진은 지붕에 화단을 설치한 복합 도구창고. 지붕에서 빗물을 모아 간이 싱크대에서 사용할 수 있기 설계되어 있다. 가운데 사진은 이동형 도구창고. 바퀴가 달려 있다. 왼쪽 사진은 이동형 온실이다. 사진제공=계원예술대학교

 

- 텃밭의 구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재료창고와 공유주방 학교 등 공유공간은 모두 가운데에 배치했어요. 이 중 재료창고는 생태순환텃밭의 중심입니다. 이 안에서 재활용과 리사이클(Re Cycle·재활용 및 업사이클) 에코사이클(Eco Cycle·생태순환)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이예요."

재료 창고 안에는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모두 재활용 물품이예요. 물건이 분해되어 거름이 될 수 있는 에코사이클 재료와 분해되지 않는 것들은 리사이클 재료들로 구분해 분류했고, 칠판 한편에는 매주 어떤 종류의 리사이클 제품들이 많이 배출되었는지 표시해 놓았죠. 주민들이 스스로 체크할 수 있게요.

생태순환이 잘 이루어지려면 재료창고 운영이 잘돼야 합니다.

육묘를 하는 공간도 필요해요. 토종 씨앗을 줘도 상인들이 육묘를 안 해주기 때문에 직접 육묘를 합니다. 찾는 사람이 없거든요. GMO 문제도 정말 심각해요.

 

나선형 텃밭. 밭을 일구며 나온 돌을 쌓아 만들었다.

 

나선형과 둔덕형 텃밭도 만들었어요.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형태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표면적이 넓어져 많은 작물을 심을 수 있어요. 또 일반적으로 텃밭에 물을 주면 바로 밑으로 다 빠지는데 나선형과 둔덕형으로 만들면 토심이 깊어 흙이 물을 머금게 되요. 그러면서 아래로 조금씩 흘러내리죠. 최소의 물로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어요.

둔덕형 텃밭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밑에 통나무와 볏짚 등을 쌓고 흙을 덮어 조성하기 때문에, 통나무와 볏짚 등이 썩으면서 자연거름이 되요. 몇 년간 거름을 안 줘도 되죠. 관악산에서 전지하고 버리는 통나무들을 받아 만들었어요.

건너편 유채꽃밭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공동체 텃밭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예요. 목공도 하고 교육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하는 공간이예요. 이동형 양봉장도 설치했고요. 도시 양봉 중요합니다.

도시농업은 심미적인 즐거움도 중요해요. 곳곳에 꽃도 심고 담양에서 대나무를 사와 대나무로 작은 조형물도 만들고 포토월 등도 설치했죠. 대나무 살 아래 심은 강낭콩이 다 자라면 조형물을 다 뒤덮어 그늘을 제공할 거예요.

유채꽃밭 사이 길은 모두 곡선으로 구성했고요. 자연에는 직선이 없죠. 직선으로 만들면 재미도 없고요.

- 처음에는 단순히 예쁘게 조성된 텃밭으로 보였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대단하네요. 업사이클링 제품들로 이렇게 세련되게 텃밭을 구성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생각이 달라지면 아름다운 것이 다르게 보여요. 저 공중텃밭을 보세요. 저 토마토 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샹들리에 같지 않나요?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 보자는 것이예요. 지금 우리는 산업사회 기준에 따라 갖게 된 심미관에 따라 아름다움을 즐기죠.

 

공중 텃밭에 심은 토마토. 외부에 빗물저장 탱크를 설치하고 자동 관수 시스템은 예산 등 문제로 구현하지 못했고 파이프로 텃밭만 구성했다. 토마토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청량한 느낌을 준다.

 

저 색채 팔레트도 언뜻 팬톤 칼라 같지만 식물 색으로 구성된 팔레트예요. 같은 식물도 한 달 단위로 다른 색을 내죠. 몇 월의 어느 식물의 색인지 표시되어 있어요. 색감이 굉장히 아름답죠.

지금 우리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모듈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하지만 궁합작물이 자라는 것만 봐도 근원적인 효율이 어디서 나올까 생각하게 되죠. 산업사회의 기준이 가장 합리적인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왼쪽 사진은 도시 농부를 위한 세련된 우비를 제작해 달라는 최 교수팀의 제안을 받고 한 패션 브랜드 업체가 디자인한 제품. 우비용 원단으로 점프수트형 우비를 만들었다. 가운데 사진은 농부들의 경우 장갑을 껴도 흙을 파거나 돌을 고르는 일이 많아 손가락이 거칠어지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플라스틱 손가락을 덧댄 장갑. 계원예대 학생이 디자인해 제작했다. 가방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농기구들을 편하게 꼽고 다닐 수 있게 제작됐다. 오른쪽 사진은 친환경 생태 화장실. 수세식 화장실의 경우 과도한 물사용으로 하천을 오염시킨다. 물을 절약하고 텃밭에 거름을 공급하기 위해 변기 안쪽을 들여다보면 소변과 대변이 분리되어 있고 톱밥과 왕겨를 담은 통을 함께 둔다. 톱밥과 왕겨는 분변의 악취를 막아주고 거름으로 숙성시켜 준다. 

 

-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도시농업과 일반 농업은 그 목적도 다르고 출발선도 다르죠. 도시농업은 취미와 여가의 비중이 큰 만큼 기능적이면서 세련되고, 이동이나 보관이 쉬운 형태의 농기구나 창고의 수요가 예상됩니다. 

아직 도시 농업에 특화된 제품들이 많이 없어요. 학생들이 만든 제품이 상품성이 있다면 (이 박람회를 주최한) 서울시나 관악구가 주문을 할 수도 있죠. 그러면 창업이 되는 것이고요.

아이들에게 화석연료를 발생시키지 않고 환경 오염을 시키지 않는 디자인, 자원과 생태 순환이 가능한 제품에 관심을 갖고 디자인을 하라고 교육했고, 몇년간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마인드가 크게 성장했어요.

아이들이 계속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도시 농업 디자인으로 창업하거나 일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박람회 준비를 위해 함께 텃밭을 일군 학생들과 최정심 교수(맨 오른쪽). 사진제공=계원예술대학교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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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했는가? 하고 있는가?

머물렀는가? 성장을 회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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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장을 북돋는 공적 공간

김찬호

 

“낮은 기대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는 없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때까지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 스티븐 리츠 [식물의 힘] 중에서 -

 

몇 해 전에 포항의 지진으로 수능이 갑자기 일주일 연기되었을 때, 수험생들이 시험을 하루 앞두고 내다버렸던 교과서와 참고서들을 부랴부랴 다시 찾는 장면이 보도된 적이 있다. 지긋지긋한 학생(더 정확하게는 수험생) 신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려는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확인시켜준 일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애쓴 시간이 혐오스러워 지워버리고만 싶은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그 시간을 생애의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학창 시절의 낭만적 추억이라는 것도 옛날이야기가 되어가는 듯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15일 오후 한 입시학원에서 학생들이 버렸던 수험서적을 찾기 위해
책더미를 뒤지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2017.11.16_기사_‘포항지진에 수능 연기’ 학생들)

 

거기에 맞물려, 졸업 이전에 학교를 떠나거나 아예 거부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른 바 ‘탈(脫)학교’ 또는 ‘학업 중단’인데, 가정환경으로 인해 삶이 무너지다시피 해서 학교에서 방출되는 경우도 있고, 학교 교육의 경쟁과 통제를 견디지 못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배움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공부 자체를 그만둔 것이 아니기에 ‘학업 중단’이라는 개념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공교육 내지 제도권 바깥에서 자기 나름의 학습과 성장을 모색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학교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 의식이 깔려있고, 일찍이 이반 일리치가 말한 ‘deschooling'이라는 개념이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출처:아시아경제 2018.10.06_기사_‘10대 문제, 알고 계신가요’)

 

어떤 맥락에서 문제가 제기되는가. 고도성장기에는 학교에서 직업 세계로의 이행(school to work transition)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래서 학교 시스템에서 성실하게 학업을 이수하면 고졸 학력으로도 웬만한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IMF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 경제가 지속되고 기술 혁명으로 일자리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그 경로가 뒤틀리고 곳곳에 균열이 일어난다. 우수한 스펙을 갖고서도 노동 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이 너무 버겁고, 고달픈 취준생으로 오랜 시간 삶을 유예 당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취업 한 이후에도 계속 불안정한 신분에 머물거나 정규직이라 해도 미래가 불안해서 이직을 꿈꾸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 시장이 성인기로 이행하는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경로였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것이 유일한 경로로 자리 잡은 것은 자본주의라는 독특한 체제 때문이었다. 인류사 대부분의 시기에 노동은 생활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었고, 그것은 사회라는 커다란 틀 속에 담겨 있었다. 거기에서 성인기로의 이행은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러다가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어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고 생계의 수단을 노동 시장에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취직은 성인의 자립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가 수축기에 들어선 지금, 그러한 모델은 점점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경제의 변동에는 ‘경제외적’ 변수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데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들 수 있고, <사회>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점점 더 많은 요소들이 얽혀 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오로지 시장만 분석하면 대개 예측되고 설명되었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 사회의 동향이나 집단 심리의 영향력이 커진다. 맥락은 약간 다르지만, 개인의 생애 설계에서도 얼개가 점점 복잡해진다. 웬만한 직장에 입사하면 이후 인생이 비교적 평탄했던 시절은 지나갔다.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업무가 단순하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문제 해결 역량, 창의성 등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고 시험에서도 거의 측정되지 않은 ‘비인지 능력’이 강조된다. 수험 공부에는 초인적인 실력을 입증했지만 기본적인 일머리가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난다.

 

생애의 회로가 복잡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바 저성장과 기술혁명에서 비롯되는 ‘탈고용 사회’로 바뀐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성인기로 이행하는 경로는 학교-직업세계라는 단선적 구조에 계속 묶여 있을 수 없다. 노동 세계에서 안정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해도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면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생활을 넘어서고 노동 세계와도 구별되는 공적 영역이 다양하게 열려야 한다. 외형적인 것으로 등급이 매겨지지 않고 한 인간으로 환대받는 경험, 안전한 공간에서 타인과 유대를 맺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존귀함을 자각할 수 있다. 오디세이학교 등 대안학교 내지 전환학교는 바로 거기에 힘을 쏟는다.

 

오디세이학교를 다니면서 뭐가 제일 좋은지를 묻자 한 학생이 답했다. (...) 그동안의 학교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고. “왜”냐고 묻는 행위는 대드는 것, 버릇없는 것, 되바라진 것, 당돌한 것으로 취급되어 질문을 거세당하는 경험만 하다 이곳에서 들은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은 신선했다.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도 했다. 오디세이학교에서 제일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지 묻자 학생은 같은 답을 내놓았다. “제 생각이 뭐냐고 묻는 거요” 어떤 사안에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덧붙여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피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장희숙 [학교의 안과 밖]“넌 어떻게 생각해?” [경향신문] 2018.11.05 -

 

 

청(소)년들이 온전하게 성장하려면 자신을 온 마음으로 존중해주는 타인, 가슴을 열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지고 생각만이 아니라 감정도 표출할 수 있는 공간, 자신의 매력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격려와 지지의 갈채를 받을 수 있는 만남이 절실하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상호작용과 지적 교섭이 일어나는 가운데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주체적으로 관계를 열고 사회를 창조해나가는 힘을 자각할 수 있다. 세상은 전쟁터가 아니라 나의 존재가 펼쳐지는 무대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더불어 좋은 삶을 만들어가는 친구 내지 이웃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그 자체를 자기만의 촉수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경험이 이뤄질 수 있을까. 기존의 학교 교육의 방식을 넘어서면 여러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김선호 교사가 소개하는 사례는 그 점에서 흥미롭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학급 단위로 인솔해서 어딘가에 견학하러 나가면 몇몇 아이들이 엉뚱한 샛길로 빠져 골치를 썩이는데, 교사들은 그때 마다 꾸중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큰 잘못인가 하고 김선호 교사는 자문한다. 미지의 길로 발걸음을 내미는 호기심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소규모 테마형 현장 학습체험이라 해도 스무 명 이상의 아이를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지금의 학교 시스템에서는 방법이 없다.

 

김선호 교사는 스카우트 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거기에서는 5~6인의 아이들이 한 모둠이 되어 지도 한 장과 함께 열 가지 정도의 미션을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안중근 기획전에 가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애태우다’라는 뜻의 한자를 적어온다거나, 외국인에게 한국에 관한 주어진 질문들을 던져 답을 받아오는 것 등이다. 아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정해진 지역을 찾아가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명예 교사인 학부모가 한 명씩 배정되어 안전을 감시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원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뒤따라간다는 것이다. 엉뚱한 길에 들어서도 절대로 관여하지 않고, 위험해 보일 때만 개입한다. 아이들은 최소한의 간섭 속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을 경험하면 만족도가 높고 미션을 완수하지 못해도 깊은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김선호 [초등직관수업](항해. 2018) 112~113쪽

 

(출처 : 뉴스에듀 2019.02.21_기사 ‘한국스카우트연맹, 이사회 개최’)

 

교사와 부모가 파트너가 되어 안전함을 지켜주는 가운데 학교 밖 공간을 탐사하는 아이들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기법을 체득한다. 시행착오가 학습의 일부임을 배우면서, 우연과 돌발 상황에 대해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혼돈을 겪고 미로를 헤매는 자신을 긍정하고, 좌충우돌해도 세상이 자기를 밀어내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긴다. 실패에 대한 내성과 회복력이 자라나는 것이다. 도태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한 시대에 아이들이 사회와 다양하게 접속하는 경험은 존재의 안정감을 심어주고 세상과 타인에 대한 신뢰의 싹을 틔운다.

 

세상과 자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현장으로 도서관도 들 수 있다. 가난과 범죄와 인종차별을 겪으며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당신이 남긴 증오]의 작가 엔지 토마스는 도서관을 처음 접한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린다. “6살 때, 공원에서 두 명의 마약상이 총격전을 벌이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서부영화 속 장면 같았죠. 다음 날 엄마가 저를 도서관에 데려가셨어요. 그날 눈앞에서 본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기 때문이죠.”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출하거나 독서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모태라고 작가의 어머니는 생각한 것이다.

 

(출처: 한겨레 2006.10.15. 기사 -‘두려움 컸죠 모험하는게 아닐까?변화요?…’)

 

더 나아가 도서관을 통해서 의외의 만남과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용인의 느티나무도서관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연계 속에서 탄생하고 운영되는데, 특히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와 집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지적 성장을 경험한다. 박영숙 관장은 [꿈꿀 권리]라는 저서에서 여러 가지 일화들을 전해주는데, 책의 부제가 ‘어떻게 나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로 되었다. 그 말을 한 아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했다가 이 도서관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종종 도서관의 창문을 깨고 들어와 물건을 훔쳐다가 파는 등 계속 사고를 쳤다. 하지만 관장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품어주었고, 책을 함께 읽자고 권유도 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지내다가 청년이 된 이후에 이렇게 글을 썼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못 믿었어요. 이 사람이 도대체 아무것도 아닌 나한테 왜 이렇게 자상하게 굴지? 왜 이렇게 나한테 착하게 대해 주지? 그런 생각들만 들다가 하루 일 년 이 년 지나다 보니 진심이라는 걸 알겠더라구요

정성원 ‘도서관 문화 :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힘의 원천’ 평생학습웹진 [와] 2014. 7

 

타인에 대한 신뢰는 일상의 존립 기반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도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시키지 않고 삶을 창조해갈 수 있는 바탕이다. 그것은 또한 사회 자체가 안정적으로 재생산되는 토대가 된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그것을 가꾸는 데 소홀했고, 성장 기조가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그나마 있었던 사회자본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교육은 그 부정적 결과가 집약되어 드러나는 영역이면서, 동시에 사회 자본의 복구에 힘을 쏟아야 하는 소임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학교의 몫이지만, 교사들이 오롯이 떠맡기에는 너무 버거운 과제다. 학교의 안과 밖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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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

카테고리 없음 2019. 5. 29. 11:12

집에 오자마자 대충 정리하고, 냥이들 똥 치우고 밥 주고

저녁밥 먹을 준비해서 먹고...

다시 설거지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깊은 밤.

 

내 일은, 책 볼 시간은, 뭘 만들어 볼 시간은

없다.

살림에서 시작과 끝은 없다!

불가피한 일이라고?

 

대체 왜 잔고 마이너스는 좀처럼 줄지 않을까?

어디에 쓰기에

뭐에 빠져 나가기에

맘잡고 조사하기도 귀찮다.

조사하고 쳐내고 하면 불가피하지 않으려나?

 

하고 싶은 일 다 하며

생계와 살림과 데이트와 토론과 제2의 삶 준비와

몸이 삐거덕거리는 걸 불가피한 과도기인가?

이 나이에도 하고 싶은 일만 많고 길을 찾지 못하다니...

 

까먹은 일정이 비집고 오니

갑작스레 데이트 일정에 혼란이.

숨고르고 

정돈된 그러나 단호한 언어로

무릎꿇고 미뤘어야 하나?

 

둘다 잡으면 불가피하게 파국이 와

젠장.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바에는...

고래 없이가 불가피해?

마음은 불가피하지 않은데??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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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보는 편인 '김종철 칼럼'

어쩌면 우리는 이상한 안경을 쓴 채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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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이 세계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인류사회의 최대 현안은, 말할 것도 없이, 기후변화 문제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큰 숙제이지만, 한반도나 동북아시아도 지구사회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설령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라는 총체적인 파국이 덮치면 그 평화도 결국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 여러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에게는 절실한 현안이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녹색화가 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과제다. 한반도 녹색화라는 대명제하에서 비핵화를 추진할 때라야만 비핵화도 의미가 있다. 또 그럴 경우에만 한반도 문제에는 무관심하지만 지구환경 문제에는 비상한 관심을 가진 많은 외국인들을 우리의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예외가 없진 않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기성세대일수록 고령층일수록 그렇다.

 

한국인들이 미세먼지 외에 기후변화를 비롯한 토양오염과 사막화, 허다한 생물종의 사멸, 죽어가는 해양 생태계 등등, 보다 근본적인 환경위기에 대한 의식이 약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먹고살기 바빠서일까? 그러나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생활인이나 지식인들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그것으로는 만족스럽게 설명이 안 된다. 따져보면, 오늘날 한국은 세계의 손꼽히는 부국 중 하나이다. 국토나 인구로는 큰 나라가 아니지만 남한의 원유 수입량은 세계 7위인데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독일이나 일본을 훨씬 능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한국인이 환경위기에 소극적인 것은 어째서일까?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언론에 있음이 분명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내게는 언론 지면을 들여다보는 게 갈수록 공허하게 느껴진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의 언론 지면은 정치권의 유치한 말싸움, 유명인사나 ‘스타들’에 얽힌 가십성 기사, 사회적 부조리나 불의에 대한 단세포적 고발과 폭로, 너절한 해외여행담, 상투적인 ‘위로’와 ‘힐링’ 등등, 시시한 잡담으로 늘 넘쳐난다. 한국의 언론만 보고 있으면 지금 세계가 얼마나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 인류문명이 어떻게 붕괴 직전까지 왔는지 거의 알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언론보다 더 크고 직접적인 책임이 정치가들에게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오랫동안 거짓과 위선의 정치에 치를 떨면서 상식과 이성을 존중하는 ‘민주정부’의 등장을 학수고대하며 살았다. 과연 기대한 대로 집권 초기에 문재인 정부는 매우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원전 문제를 ‘공론조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 등은 국민주권의 원칙에 충실한 자세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열성적인 노력이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 평화구축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초기의 압도적인 지지율이 급격히 가라앉는 분위기에서 다시 기세가 살아난 수구파 정치세력의 무차별적 사보타주로 국회가 기능부전에 빠져 있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어딘가 나침반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노정하기 시작했다. 하기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제1야당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노력이 ―그게 무엇이든―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막연히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마치 자신들을 구해줄 ‘야만인들’을 막연히 기다리고 있던 멸망 직전의 로마인들처럼?

 

하기는 오늘날 정치가 문제 해결의 열쇠이기는커녕, 정치 그 자체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젯거리가 되어 있는 현상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아마도 선거로 정치가들을 뽑는 거의 모든 나라의 정치가 기본적으로는 이렇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가들이 임기 내내 하는 일이란 다음 선거에서 또 이기기 위한 궁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외의 문제는 그들에게 모두 부차적인 관심사일 뿐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매우 흥미로운 발언이 지난 4월23일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영국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왔다. 지금 기후변화에 대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한 이 소녀는, 영국의 국회의원, 장관, 언론인, 일반시민들을 향한 연설에서 “지금 정치가들은 인기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녹색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오늘날 대의제 정치가 어째서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명쾌히 드러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산업의 대폭적 축소가 필요함을 모르지 않는 정치가일지라도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성장 논리에 깊이 중독돼 있는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수 없고, 그 때문에 ‘녹색 성장’이라는 기만적인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 어린 소녀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류사회가 기후위기에 옳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상황을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보다 더 긴급한 비상상황으로 간주하고, 이를테면 ‘녹색 총동원 체제’를 강구하는 게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의제 정당정치가 과연 이러한 비상상황에 대응할 능력이 있을지 혹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더 효과적인 시스템이 아닐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히는 어리석음을 자초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대의제 민주주의만으로는 결코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예를 들면 ‘숙의민주주의’와 같은 제도를 적극 도입·활용함으로써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돌아보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산업혁명기에 발흥하여 근대적 산업체제와 더불어 성장해왔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라는 근본적 한계에 부닥침으로써 근대적 산업체제의 수명이 사실상 끝났듯이 대의제 정당정치도 이제 근본적인 탈바꿈이 필요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기후과학자들에 의하면 향후 12년, 즉 2030년까지가 결정적인 기간이다. 그 기간 내에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체제를 극적으로 청산하지 않는다면 대파국은 필연적이라는 과학적 경고를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정치적 결단을 미루면서 우물쭈물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 어디서든, 국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경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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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러내는 분노, 슬픔, 열정, 기쁨 등은 말 그대로의 그것들인가 아닌가?

순수하지 않겠지. 순수하기 쉽지 않지. 순수하다면 이미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결국, 밖으로만 향하지 말고 그 절반은 안으로 향하라는 뜻이 아닐까?

둘이 긴장하듯 조화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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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수한가

 

박노해

 

 

찬 새벽

고요한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털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터오는 소리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나는 순수한가'

『참된 시작』 수록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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