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식품야사 연재물에 '발효' 자료가 실려서 가져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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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야사-34] 발효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2019년 4월 12일 현재 네이버, 다음, 구글에서 `발효`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연관검색어들이 떠오릅니다.
1) 발효식품 2) 진로발효 3) 발효식초 4) 발효홍삼 5) 노니발효액
이 연관검색어에 사실 이번 식품야사에서 말하는 발효에 대한 얘기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도 발효식품 김치를 사랑합니다. /출처=RUN BTS ep.35
저와 같은 문과생이나 보통 사람들에게 `발효(fermentation)`라는 단어는 식품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만약 발효가 없다면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이 사라질 정도로 우리는 발효로 이뤄진 식품을 매일매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발효가 없어진다면 가장 먼저 서양인들의 주식인 빵이 사라질 것이고 맥주, 와인, 막걸리 같은 발효주와 이를 가지고 만드는 증류주가 사라질 것입니다. 홍차와 보이차도 사라지고, 코코아도 발효를 거쳐 초콜릿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초콜릿도 사라져야 합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와 피자 먹을 때 같이 먹는 피클이 사라집니다.
된장이 사라지면서 간장이 사라지고 식초와 스리라차소스, 굴소스도 함께 없어집니다. 그러면서 간장, 식초, 굴소스, 스리라차소스로 만드는 모든 음식들도 만들 수 없게 됩니다.
살라미, 프로슈토, 초리조와 같은 발효로 만들어지는 소세지와 햄도 사라집니다. 우유를 발효해서 만들어지는 요구르트와 치즈, 사워크림도 없어집니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다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스리라차소스 외에도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소스가 아주 많습니다. /출처=위키피디아
그런데 만약 발효에 대해서 이과생, 특히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바로 무산소호흡(Anaerobic respiration)의 일종이 발효라고 말입니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우리는 호흡(Breathing)을 폐를 통해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신체활동으로만 생각합니다.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호흡기의 이러한 활동으로 우리는 살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폐로 들어간 산소는 어디로 갈까요?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운대로 산소는 동맥을 타고 우리 몸 곳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이 산소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세포 내부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부터 분해된 포도당이 피루브산이 되면서 에너지가 생겨나고 이 에너지로 우리는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열을 만들고, 근육을 움직이고, 사고를 하는 모든 과정이 이러한 대사과정의 산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물이 되고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집니다. 이산화탄소는 다시 정맥을 타고 폐로 가서 배출됩니다. 우리 몸속의 세포에서 이뤄지는 이 생화학적인 과정을 바로 `호흡(Respi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산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호흡을 `유산소호흡(aerobic respirtaion)` 혹은 `유기호흡`이라고 합니다.
산소가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00m 달리기를 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들이마시는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훨씬 효율이 떨어지는 무산소호흡(무기호흡)이 세포에서 일어납니다. 에너지는 훨씬 적게 나오고, 물 대신 다른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경우 포도당이 젖산이 됩니다. 이 젖산은 근육에 쌓여서 근육이 힘을 못 쓰게 피로하게 만듭니다. 이 같은 호흡 혹은 물질대사(metabolism)는 우리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과 식물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생명 현상`이라고 합니다.
생명의 7가지 공통된 특성중 하나가 바로 물질대사(metabolism)입니다. /출처=두산백과사전
그런데 어떤 미생물은 무기호흡 과정에서 우리가 `술`이라고 부르는 `에탄올`을 부산물로 만들어냅니다. 이 에탄올은 아세트산(식초)이 되기도 합니다. 이 미생물의 친척뻘이 되는 또 다른 미생물은 밀가루 반죽 속에 들어가면 에탄올을 만들어내고 이 밀가루 반죽을 구울 때 이것이 부풀어 오르도록 만듭니다. `빵`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 어떤 미생물은 우유 속의 유당을 젖산으로 만들어내면서 우리가 `요구르트` `치즈`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또 어떤 미생물은 야채를 발효시켜서 시큼하게 만드는데 이는 김치, 피클 같은 것이 됩니다. 이처럼 유당을 젖산으로 만드는 유산균이 만들어낸 음식에 공통적으로 신맛이 나는 것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이 혀의 신맛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모든 발효가 `무산소`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발효음료인 `콤부차`의 경우 미생물의 `유산소 호흡`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가 유산소호흡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암세포의 경우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도 무산소호흡을 통해 대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생물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하는 대사활동에는 유산소호흡, 무산소호흡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중 미생물에 의해 일어나는 무산소호흡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뭔가(식품)를 만들어낼 경우 이를 `발효`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콤부차는 대표적인 발효음료입니다. /사진=빙그레
그런데 사실 발효된 음식은 썩은 음식과 경계가 모호합니다. 왜냐하면 음식이 썩는 것은 공기와 음식에 있는 박테리아, 균, 효모와 같은 미생물들이 음식을 가지고 호흡을 해서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균 중에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번식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캠필로박터, 살모넬라, 장출혈성대장균, 보툴리뉴스균처럼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위험한 것들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곰팡이독, 각종 기생충도 썩은 음식을 통해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미생물을 개별적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되면서 식품산업은 기존 전통발효에 쓰이던 미생물만을 떼어내 종균으로 만들어 대량생산에 쓰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술, 빵, 발효유(요구르트) 같은 제품입니다. `진로발효`라는 회사는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에탄올(주정)을 발효를 통해 대량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가정에서 요구르트를 만들거나, 술을 빚는 것과 이를 상업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량생산되는 제품은 품질이 균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마셨던 맥주와 오늘 마셨던 맥주의 맛이 다르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균일한 품질의 맥주, 빵, 요구르트를 만들려면 먼저 공정 자체뿐만 아니라 발효의 주인공인 미생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업적 발효는 식품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입니다. 사료용 아미노산은 쉽게 말하자면 동물용 단백질 보충제입니다. 사료와 함께 아미노산을 먹고 자란 동물은 더 빨리 근육이 생겨나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사료용 아미노산은 미생물들이 곡물을 발효시켜 라이신,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을 만들어내면 이를 공정을 통해 분리시켜 대량생산을 해냅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발효조에 곡물과 물과 미생물을 넣고 발효를 시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간이 먹는 식품과 달리 동물용 아미노산에서는 맛보다는 생산성이 중요합니다. 즉 적은 곡물로도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빨리 생산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은 공정의 효율성과 규모도 있겠지만 미생물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미노산 이름 앞에 붙은 L 은 화학이 아닌 생물학적인 방법(발효)로 생산했다는 뜻입니다. /사진=CJ제일제당
식품야사 10화에서 다뤘던 CJ제일제당은 전 세계 아미노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 중 하나입니다. 수원 광교에 있는 이 회사의 연구소에서는 그래서 미생물을 연구합니다. 축산업에서 우수한 소와 돼지, 닭의 종자를 갖고 있는 것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것처럼 바이오 산업에서도 우수한 미생물 종자를 갖고 있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연구소에서는 미생물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계속 새로운 미생물을 만들어내고, 이 미생물의 생산능력을 시험해보고 더 우수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 미생물에 특허를 출원해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를 받습니다. 이 미생물은 전 세계에 있는 CJ제일제당의 공장으로 날아가서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일을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여러 아미노산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라이신에서만 연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데요. 이 미생물 하나가 1조원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미생물과 발효의 미래 가치는 식품 이외의 분야에 있습니다. 바로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자연에서 분해가 이뤄지는 플라스틱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07년 벨기에 화학자 레오 베이클라이트가 처음 만들어낸 `플라스틱`은 불과 111년 만에 전 지구를 뒤덮었습니다.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이지만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은 플라스틱은 바다생물을 비롯해 지구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미생물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목재와 같은 쓰레기를 분해해 에탄올, 휘발유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매스도 미생물이 쓰이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알바트로스 어미는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생각하고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입니다. /사진=albatrossthefilm.com
이 같은 산업적인 영역 외에도 발효가 자주 언급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입니다.
앞서 산업적인 발효에서는 전통산업에서 쓰이던 미생물을 분리시켜서 사용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필요한 미생물 이외의 다른 미생물을 제외시키는 것입니다. 요구르트의 예를 들자면 대량생산을 하기 전 우유를 살균해 다른 균을 모두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요구르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균만을 넣어서 발효를 거칩니다.
사실 이 같은 살균을 하지 않아도 발효 과정에서 각종 유해균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면 아세트산발효나 유산균 발효 과정에서 산도가 높아져서(pH가 낮아져서) 다른 균들이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균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발효식초(천연발효식초)는 이 같은 대량생산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제품입니다. 마치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처럼 식초나 발효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식초를 만드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균도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이같은 수제 방식의 제조는 최근 모든 종류의 식품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천연발효빵(사워도)이 대표적이고 와인에서도 내추럴 와인이라는 와인도 이 같은 천연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입니다. 이 와인은 유기농 포도를 손으로 수확해, 자연 효모를 넣고, 화학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런 천연, 수제 발효 식품에는 인간이 통제하지 않은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천연·수제 발효식품이 과연 더 건강에 좋은 제품인지 더 건강한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유산균과 각종 유익균이 우리 장 속에 들어가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익한 부산물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과학적인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발효가 모든 재료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만들어주고 일반적인 발효식품보다 더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식품회사들의 주장이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에서 기능성 원료로 68가지 원료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천연·수제 발효 과정에서 건강에 더 좋은 미생물이나 성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맥주도 첨가물 없이 발효만으로 탄산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사진=하이트진로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발효제품이 천연·수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보다 건강에 유해한 제품인지도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지는 발효제품도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천연·수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량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첨가물 역시 MSG(글루탐산나트륨)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이스트나, 막걸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입국이 유해한 화학물질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보겠습니다.
1. 발효는 생물의 가장 기초적인 활동인 호흡과 동일한 것으로 인간은 미생물의 존재를 모르던 옛날부터 발효를 활용해왔습니다.
2. 미생물의 과학적·산업적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며 인류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지도 모릅니다.
3. 발효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나치게 신비화하는 것 같습니다.
※숙성, 염장, 발효의 차이점은?
발효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숙성이나 염장과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우리는 발효와 염장, 숙성을 뒤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세 가지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시간을 두고 변화시키는 것을 숙성(ageing)이라고 한다면 이 과정에서 소금을 넣을 경우 염장(curing)이 되고, 미생물이 작용하게 되면 발효(fermenting)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숙성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기가 부드러워지면서 맛있어지지만 미생물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만 이뤄진다고 합니다. 소시지나 햄의 경우 소금을 넣고 숙성시키기 때문에 염장만 이뤄지지만 살라미, 프로슈토, 초리조 등은 염장과 함께 미생물이 작용해 발효도 같이 이뤄집니다. 젓갈도 대표적으로 염장과 발효가 함께 이뤄지는 식품입니다. 과메기나 홍어회 같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도 맛있어지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개입하는 `발효`가 함께 일어난다고 합니다. 홍어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발생해 산도가 오히려 낮아진다(pH가 높아지는)고 합니다.
사실 지나치게 소금을 많이 넣어서 염도가 높을 경우 미생물이 활동할 수 없어서 발효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달걀이나 오리알을 석회에 넣고 숙성시키는 중국 식품인 `피단`의 경우 아주 높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미생물이 아닌 화학적인 작용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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