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아름다운 봄이에요~^^

두리번거리면서 발 아래, 둘레를 살펴보세요.

새싹이 돋는 게 보이지 않나요?

아마 하느님께서도 인간이 나고 죽고, 다시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신비롭다 하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암튼 채 녹지 않는 흙을 뚫고 싹이 돋아나는 식물의 힘은 놀랍습니다.

 

수년 동안, 아니 어린시절 경험까지 더하면 수십년을 우리 풀꽃과 함께한 풀꽃 삼촌 김영철 아저씨가 직접 보고 살피고 조사하여 쓴 <우리 풀꽃 이야기>가 곧 책으로 나온답니다. 여기에 세밀화 그림을 넣기 위해 1년 내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료 조사와 취재 등을 해온 이승원, 박동호 화가들의 세밀화가 더해졌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냉이가 여름잠을 잔다는 것도 알 게 되고,

파리약을 사지 않고도 이 식물의 뿌리로 파리약을 만들 수도 있고,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해인사를 비롯하여 불경 등 옛날에 책을 많이 만들던 절 주변에 상사화가 많이 자라는 까닭

또한
알 수 있답니다.

 

이것 말고도 우리 풀꽃들의 비밀을 비롯하여 식물에 관한 지식 들을 아주 쉽게 깨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밀화 감상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임시로 만든 표지입니다. 곧 최종 표지가 나올 텐데, 그때 다시 정식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먼저 본 분들의 소감을 살짝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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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친구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친구가 되려면 먼저 이름은 알아야겠지요.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 이름은 무엇 때문에 붙여지게 되었는지 따위를 알면 알수록 점점 친한 친구가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여러분이 식물과 친구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생태세밀화가 이태수


어린 시절을 자연에서 보낸 아름다운 추억은 삶을 밀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큰 힘입니다. - 농부 시인 서정홍

 

어린시절 자연에서 몸으로 체험한 식물에 대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으며, 부모 세대의 식물에 대한 경험 소개와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짧은 에피소드의 수필처럼 다루고 있다. 소소한 일상생활의 한 부분에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끼워 넣음으로써, 식물과 인간의 삶이 하나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사평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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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과 대화하는 김영철 아저씨의 '하늘매발톱' 이야기

나한테는 겨울이 꼭 필요해!

이번에는 내가 우리 꽃을 키우면서 경험한 것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어떤 이야기냐 하면 우리 꽃에게는 겨울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내가 처음 하늘매발톱꽃이라는 식물을 키울 때 있던 일이었어요. 막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을 가져다 키웠어요. 한 일주일 정도 날마다 꽃을 보며 즐거워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꽃이 하늘을 보며 곧게 서더니 곧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아하! 이 녀석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꽃을 하늘로 향하고 꽃을 떨어뜨리나 보네. 혹시 그래서 하늘매발톱꽃인가?”

하지만 알고 보니 매발톱꽃들의 이름은 꽃의 빛깔로 구별한다는 거예요. 하늘매발톱꽃은 꽃잎의 빛깔이 파란 하늘색이라서 하늘매발톱꽃이라고 한다고 해요.

꽃이 지고 나서 한 한 달쯤 지나자 열매가 익기 시작했어요. 열매 안에는 깨알 같은 크기의 까만 씨앗이 들어 있었답니다. 나는 씨앗 하나라도 다른 곳에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열매를 따서 씨앗을 챙겨 두었답니다. 내년 봄에 심어 볼 생각이었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아직은 늦은 봄이니까 씨앗을 심어서 키워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씨앗 몇 개를 꺼내 자리를 만들고 심어 보았답니다. 씨앗을 심은 지 보름쯤 지나자 예쁜 싹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작은 떡잎 사이로 새 잎이 두어 개 나왔을 때는 작은 화분에 하나씩 옮겨 심어 주었지요. 이렇게 해서 하늘매발톱꽃은 식구가 여럿으로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가을로 접어들었을 무렵에는 어린 하늘매발톱꽃도 제법 크게 자라 있었어요. 물론 처음 가져와 키우기 시작한 것은 거의 크기가 10배는 더 커져 있었답니다.

그나저나 겨울 동안에 이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꽃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절반은 집 안에 들여다 놓고 절반은 밖에 두는 것이었어요. 많이 추워지기 전에 적당한 것을 골라 집 안에 들여놓았답니다. 집 안에 들여놓은 것은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아 두었어요. 그 전에 다른 식물을 키우면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두면 겨울을 나면서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 죽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요. 그런데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두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쯤에는 아주 약해져 있거나 아니면 죽어 버릴지도 몰라요. 그건 식물도 살아가는 데는 양분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식물들은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요. 그런데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두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충분한 양분을 만들 수 없는 거예요. 항상 양분이 모자라게 되는 거지요. 그러면 처음에는 저장해 둔 양분을 사용해요. 저장해 둔 것마저 다 떨어지고 나면 결국 죽게 될 거예요.

그나저나 하늘매발톱꽃은 겨울을 잘 났을까요?

겨울 동안 밖에 둔 것들도 날씨가 따듯해지자 새 잎을 내기 시작했어요. 추운 겨울 동안에 얼어 죽지 않고 잘 살아 있던 것이었지요. 알고 보니 추위에 무척 강한 친구들이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 난 잎 사이에서 작은 꽃대도 자라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면 겨울 동안 집 안에 들여 놓은 것들은 벌써 꽃을 피웠겠다고요? 겨울 동안 집 안에 들여 놓은 하늘매발톱꽃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밖에 내어 놓았지만 꽃을 피울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강한 햇볕에 적응하느라 며칠 동안 고생을 하는가 싶더니 그 다음부터는 그저 열심히 새 잎을 내고 점점 크게 자라기만 했어요.

“야! 넌 왜 봄이 되었는데도 자꾸 자라기만 하는 거니? 꽃을 피워야지!”

이런 내 질문에 이 친구들 뭐라고 했을까요?

“무슨 소리!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오는 거라고. 아직 겨울도 지나지 않았는데 봄이라니 무슨 소리야!”

“봐! 네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너희만 빼고는 모두 꽃을 피우고 있잖아. 그런데 아직 봄이 아니라고? 지금이 봄이라니까!”

“어, 이상하다. 우리는 겨울을 지난 적이 없는데. 쭉 날씨가 따뜻했다고. 좀 이상하게 따뜻한 날이 길다고는 생각했지만. 우린 날씨가 추워져야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고. 그러니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울이 꼭 필요해!”

“아하! 그랬구나. 내가 너희를 따뜻한 집 안에 들여 놓아서 그런 거구나. 그래서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 거구나. 그런데 왜 꼭 겨울이 지나야만 꽃을 피우는데?”

“그거야 간단하지. 너도 잘 아는 것처럼 우리 나라는 추운 겨울이 있는 곳이라고. 혹시라도 잘못 알고 가을에 꽃을 피우기라도 하면 씨앗도 만들지 못하고, 또 우리도 죽을지 모르거든. 그래서 겨울이 지나면서 꽃이 피도록 하는 거라고.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에서는 꽃을 만들어도 된다는 신호로 어떤 물질을 만들어. 이 물질 때문에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서 꽃을 피우게 되는 거라고. 그런데 이 물질은 봄에 꽃을 피우고 나면 없어져. 그러니까 이 물질이 다시 생길 때까지는 꽃을 피우지 않는 거야. 물론 이 물질은 겨울이 되어야만 다시 생기는 거고.”

“그렇구나! 그래서 많은 우리 꽃들이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꽃을 피우는 거구나.”

“그렇지. 그렇다고 긴 겨울이 다 지나야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우리는 한두 달 정도만 추운 곳에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어. 꽃을 피우도록 하는 물질이 그 정도면 충분하게 만들어지는 거지. 우리 꽃을 일찍 보고 싶으면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 한두 달쯤 지났을 때 따뜻한 곳에 들여 놓아 봐. 물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야 해. 그러면 곧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겨울이 지나야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그것 참 신기한데. 그러고 보니까 내가 봄에 씨앗을 심은 식물들 가운데도 가을에 무척 크게 자랐는데도 전혀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있던데 그 친구들도 같은 원리인가 보네.”

“맞아! 그 친구들도 우리와 같을 거야. 그 해에 싹을 내고 자라기 시작한 어린 식물은 겨울을 나야만 진짜 꽃을 피울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거지. 겨울이라는 시련을 겪어야 어른이 되는 거라고. 어때 재미있지!”

나는 이 하늘매발톱꽃을 통해서 우리 꽃들에게는 겨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식물마다 겨울을 보내는 기온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하늘매발톱꽃처럼 아주 추운 곳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잘 견뎌내는 식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우리 나라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 가운데는 추운 겨울 동안 밖에 두면 얼어 죽고 말지만 그렇다고 따뜻한 집 안에 두면 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런 식물은 뿌리가 얼지 않을 정도의 차가운 곳에 두어야 봄에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산과 들에서 만나는 우리 꽃들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랍니다. 우리 꽃을 키울 때는 그 친구에 대해 잘 공부를 한 다음에 키워 보도록 하면 좋을 거예요. 어떤 환경 조건에서 자라던 것인가를 알면 절대로 키우던 식물이 죽는 일은 없을 거예요.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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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대화하는 영철이 삼촌의 '우리 풀꽃 이야기'(우리교육, 2012년 2월 출간 예정)

  

이보다 더 쓴맛은 없다

     - 수수꽃다리(라일락), 소태나무 이야기

 

식물의 잎을 뜯어서 맛을 보면 어떤 맛일까? 하고 궁금해한 적이 없었나요? 아마도 많았을 거예요. 어떤 식물의 잎에서는 신맛이 나요. 또 어떤 식물의 잎에서는 매운맛이 나기도 하지요.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이 식물들만큼 쓴맛을 내는 식물은 없던 것 같아요.

 

우리 자생식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었어요. 자주 함께 식물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학교 안을 다니며 식물을 관찰하곤 했어요. 어느 날 한 친구가 어떤 나뭇잎을 하나 따서는 먹어 보라는 거였어요.

“너네, 이거 먹어 봤어? 얼마나 맛있다고. 이게 라일락 잎인데, 꽃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런데 맛은 모르지? 이 잎이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 ‘첫사랑의 달콤한 맛’이라고 하는데….”

 

그러자 다들 잎을 한 조각씩 잘라서는 입에 넣고 씹었어요. 그 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 까요? 짐작이 가지요? 그래요. 모두 얼굴을 찡그리고 씹던 나뭇잎을 뱉어내기 시작했어요.

“퉤퉤! 뭐야, 너 이리 와. 퉤퉤, 이렇게 쓴데 맛있다고. 너 잡히면 죽어!”

 

나뭇잎을 먹어보라던 친구는 벌써 멀찌감치 도망을 간 뒤였어요. 라일락의 우리 말 이름은 ‘수수꽃다리’라고 해요. 봄이면 흰빛, 보랏빛, 분홍빛 꽃을 피우고 아주 진한 향기를 낸답니다. 그런데 잎은 무지 쓴맛이 나요. 그래서 ‘첫사랑의 달콤한 맛’이 아니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쓴맛’이라는 별명이 붙었답니다. 그나저나 아까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친구들한테 잡혀서 뒤통수 몇 대 맞았죠. 그 뒤로도 기회만 있으면 수수꽃다리 잎을 가지고 장난을 쳤어요. 물론 열심히 공부도 했지요.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먹는 감자를 연구하는 박사가 되어 있답니다.

 

식물 이름에 벌써 ‘나는 쓴맛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있답니다. 그것은 우리가 봄이면 나물로 먹는 씀바귀라는 식물이에요. 사실 이 씀바귀는 이름처럼 그렇게 쓰지 않답니다. 조금 쌉쌀한 정도예요. 정말로 쓴맛이 강한 식물은 따로 있어요.

 

어머니가 몸살로 알아 누워 계실 때였어요. 식사도 못 하는 것이 안타까워 뭐라도 드실 것을 권했지요. 그때 어머니는 이렇게 얘기하시곤 했어요.

“입맛이 소태 씹은 맛이다. 나중에 먹으마….”

어머니의 이 말씀에 나를 궁금하게 하는 것이 있었어요. 바로 ‘소태’라는 것이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입맛이 아주 쓰다고 할 때 ‘소태 씹은 맛이 난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소태의 비밀을 알게 되었답니다.

 

봄이 깊어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국립수목원으로 견학을 갔을 때였어요. 그곳에서 ‘소태나무’라는 푯말이 붙은 나무를 보았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혹시 이것이 바로 그 소태?’ 그러고는 잎을 하나 따서는 조금 잘라 씹어 보았지요.

“우와, 쓰다 써! 이게 바로 그 소태구나. 어유, 퉤퉤!”

소태 맛을 실감했답니다. 한동안 소태나무 잎의 쓴맛이 입안에 남아 있었지요. 점심을 먹고 나서야 입안의 쓴 느낌이 덜해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끔 나도 사람들에게 장난을 한답니다. 식물을 관찰하다 소태나무를 만나면 시치미를 뚝 떼고 한번 씹어 보라고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의심의 눈으로 머뭇거리면서도 하나씩 뜯어서는 입에 넣고 씹어 본답니다. 모두 쓴맛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질 때쯤 나무의 이름을 이야기하지요.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정말 쓰네요! 대신 이름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어요.”

여러분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 맛을 보세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쓴맛이 나는 식물을 벌레나 다른 동물들이 좋아할까요? 아마도 먹을 것이 없어서 이 쓴 나뭇잎만 먹어야 한다면 모를까 입에도 대지 않을 거예요. 바로 그것이 이 친구들의 속셈이랍니다.

“이렇게 쓴맛이 나는데, 나를 먹겠다고? 아마도 조심해야 할걸. 배탈 나지 않게….”

이런 때문인지 쓴맛이 나는 나뭇잎에서는 벌레들이 잎을 갈아먹은 자국을 찾아보기 어렵답니다.

 

* 그 밖에도 식물체에서 쓴맛이 나는 것으로는 쓴풀, 개쓴풀, 네귀쓴풀, 큰잎쓴풀 들이 있음.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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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감기들 조심하세요^^

오늘도 냄새나는 식물 이야기랍니다.

이 녀석은 스컹크 같은 친구랍니다. 누구이야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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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컹크를 닮은 식물

 

2-4. 이게 무슨 냄새지?

 

   

스컹크가 어떤 동물인지 잘 알지요? 스컹크는 자신을 공격하는 천적을 만났을 때 아주 역겨운 냄새를 뿜어낸다고 해요. 그 냄새 공격을 받은 동물은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대요. 그러는 사이 스컹크는 천적을 피해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예요. 스컹크의 냄새는 너무 지독해서 한동안 지워지지도 않는대요. 그래서 스컹크의 냄새를 경험한 동물은 다시는 스컹크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네요. 우리 꽃들 중에도 이런 스컹크를 닮은 꽃이 있는데, 혹시 알아요?

 

대관령에서 여러 가지 우리 꽃을 키우면서 있었던 일이었어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나와 친구들은 내년 봄에 키울 우리 꽃의 씨앗을 받으러 여기저기 다녔어요. 하루는 평창으로 내려갔지요. 전에 보아 둔 털중나리와 솔체꽃, 돌마타리 등의 씨앗을 채집했답니다. 채집한 씨앗은 집으로 가져와 신문을 깔고 적당하게 마를 때까지 두었어요. 그래야만 씨앗을 건강하게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건강하게 보관한 씨앗은 당연히 예쁘게 싹을 내고 자라겠지요.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쉬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거였어요.

“야! 너 방귀 꼈지? 바른대로 말해! 와, 냄새 한번 지독하네….”

“무슨 소리야! 네가 껴놓고는 미안하니까 선수 치는 거지. 어디서 구린내가 나나 했더니….”

한동안 이런 대화가 오갔어요. 결국 누구도 방귀를 뀌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뭐야, 어디서 나는 거야. 정말 지독한 냄새네.” 나는 화장실로 쓰레기 통으로 왔다갔다하며 원인을 찾아보았어요. 혹시 다른 집에서 나는가 싶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어요. 우리 집에서만 쾨쾨한 구린내가 나는 거였어요. 이제는 다들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 다녔답니다. 그때 친구가 코맹맹이 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야! 찾았어. 이거야 이거! 이 녀석이 범인이다. 야!” 하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친구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냄새를 맡아 보았답니다. “우와! 지독하다. 방 안에 두면 안 되겠다. 밖에 좀 내봐라 야!” 우리는 그 범인을 베란다에 내놓았어요. 물론 베란다 바깥쪽 창문을 활짝 열어 두어야만 했답니다. 베란다 쪽 문틈으로 그 구린내가 새어 들어왔거든요.

 

이 쾨쾨한 구린내의 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낮에 채집해서 널어 둔 씨앗 가운데 하나가 내는 것이었어요. 이름은 ‘돌마타리’라는 것이랍니다. 씨가 다 마를 때까지 우리는 구린내를 맡아야 했어요.

봄이 되어서 채집해 두었던 씨앗들을 뿌렸어요. 물론 돌마타리 씨앗도 뿌렸지요. 냄새를 참아가며 잘 말려 보관한 때문이었을까요. 예쁘게 싹을 내며 자라더군요. “귀여운 녀석들. 그렇게 냄새를 피우더니 잘도 자라네. 그래 무럭무럭 잘 자라라!” 흐뭇한 마음으로 매일같이 인사를 했답니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돌마타리도 제법 크게 자라났어요.

 

그러던 어느날 또 구린내가 나는 것이었어요. 어떤 때는 냄새가 나지 않았고 또 어떤 때는 심하게 나는 것이었어요. 냄새가 나는 곳은 물론 돌마타리가 자라고 있는 곳이었지요. “근데 뭐야? 왜 냄새가 나다 안 나다 하는 거지?” 이상하다 싶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을 더듬어 보니 맑은 날 햇볕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늦은 아침이면 냄새가 진하게 나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오후까지 냄새가 진하게 났고, 씨앗이 익을 무렵에 더욱 냄새가 진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돌마타리는 왜 이런 구린내를 내는 것일까요? 혹시 소똥이나 말똥이 많은 곳에서 자라서 그럴까요? 왜 그런지 알았다고요? 그래요.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이 자신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거예요. 이런 구린내가 나는 식물을 먹고 싶어 하는 동물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꽃이 필 무렵이나 열매가 익어갈 무렵에 이런 냄새가 더욱 강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돌마타리한테는 꽃이나 열매가 더욱 소중하기 때문일 거예요. 어떤가요? 마치 스컹크를 닮지 않았나요?

 

돌마타리처럼 몸에서 역겨운 냄새를 풍겨 자신을 보호하는 식물이 더 있어요. 어떤 식물이냐 하면 벌써 이름에서부터 냄새가 난답니다. 바로 ‘누린내풀’이라는 것과 ‘누리장나무’라는 것이에요. 이 친구들은 미리 냄새를 풍기도 있답니다. “어때! 이런 냄새가 나는데도 먹을 수 있겠어? 한번 먹어 볼래!” 하는 것처럼요.

 

누린내풀의 꽃은 보기에도 예쁘고 모양도 재미있게 생겼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서 관찰을 하려면 한참 동안 숨을 참아야 했지요. 어느 날 사람들과 함께 우리 꽃을 관찰 하던 중이었어요. 사람들에게 누린내풀의 잎을 하나 뜯어 냄새를 맡아보도록 했어요. 모두들 “아유! 뭐 이런 냄새가 다 있어요. 어구! 저리 치워요!” 하며 모두 물러섰어요. 누린내풀이 왜 이런 냄새를 내는지 설명하고는 잎은 버렸지요. 그런데 잎을 만졌던 손에서는 하루종일 누린내풀 냄새가 났어요. 물로 씻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답니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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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물윤리위원회 출판지원작으로 선정된 한국자생식물원 김영철 선생의 글에 이승원 화가의 그림을 곁들여 책이 나오기 전까지 연재하는 글입니다.
http://cafe.naver.com/ddoya
 

* 냉이는 봄나물일까? 잡초일까?

 

봄에 즐겨 먹는 ‘냉이’를 잡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먹을 만한 채소가 거의 없는 이른 봄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냉이는 무침이나 찌개의 재료로 사랑받고 있지요. 또 키도 크지 않고 덩치도 작아 농사에도 크게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냉이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갈 때쯤 냉이의 씨앗은 흙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씨앗을 퍼뜨린 냉이는 죽고 흙에 떨어진 씨앗은 한동안 잠을 잡니다. 여름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다 날이 점점 시원해지는 가을이 될 무렵에 다시 싹을 냅니다.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이 수확을 앞두는 때라 별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냉이는 큰 방해 없이 다시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잎을 냅니다. 추운 바람도 피할 수 있고 햇빛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겨울을 보내는 식물로는 ‘민들레’ ‘달맞이꽃’ ‘엉컹퀴’ 등이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갈 무렵에는 가운데 자리한 작은 잎과 그 속의 눈만 살아남습니다.

 

냉이는 농사철을 피해 싹을 내고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의 미움을 많이 받지 않습니다. 또한 좋은 봄나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을 방해하는 식물은 나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땅위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길가에서 쉽게 만나는 풀 하나도 이 세상을 이루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잡초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모두 이름이 있고 존재 가치가 있으니까요. 이제는 한 번쯤이라도 이름을 불러 줘야 하지 않을까요?

 

냉이는 농사철 전에 꽃피우고 열매 맺어요. 농사철 밭갈때 씨앗은 흙속으로 떨어지고, 냉이는 죽죠. 씨앗은 흙속에서 여름을 나고 가을에 싹을 냅니다. 겨울엔 땅에 바짝 붙어 잎을 내지요.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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