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드러내는 분노, 슬픔, 열정, 기쁨 등은 말 그대로의 그것들인가 아닌가?

순수하지 않겠지. 순수하기 쉽지 않지. 순수하다면 이미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결국, 밖으로만 향하지 말고 그 절반은 안으로 향하라는 뜻이 아닐까?

둘이 긴장하듯 조화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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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수한가

 

박노해

 

 

찬 새벽

고요한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털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터오는 소리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나는 순수한가'

『참된 시작』 수록 詩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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