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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밥이다]놀 곳, 놀 친구 있는 학교부터 충분한 놀이시간 확보해 줘야

ㆍ교육감·지자체장이 내놓은 대안과 정책 구상

전국 교육감과 자치단체장들은 한국 아이들의 ‘놀이 결핍’이 심각하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안으로는 학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학교가 놀이시간을 확보하고 방과후 수업, 초등돌봄교실에서도 놀이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보수와 진보, 교육감·지방자치단체장의 위치를 떠나 놀이의 부족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놀이도 교육”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엔 모두 동의했다.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원론적인 목소리부터, 본인들 스스로 작은 부분이라도 실천하겠다는 다짐까지 크고 작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 돌봄교실·방과후 수업 학원 강좌 아닌 놀이를
초등 저학년 교육과정 놀이중심 개편 방안도


▲ ‘놀이는 시간 낭비’라는 사회 인식 바꿀 수 있는
교육·캠페인 지속해야


■ 학교에서 놀이시간 확보, 초등돌봄교실 놀이와 연계를

아이들의 놀이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학교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같이 놀 친구와 장소가 있는 만큼 놀 시간만 확보하면 된다는 점에서다. 구미 선진국들처럼 학교에서 일정 시간(20~30분)을 놀이시간으로 편성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감 중 광주·대구·강원·대전·세종·부산 교육감이 학교에서 놀이시간을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도 30분 이상의 학교 중간놀이시간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송영길(인천), 강운태(광주), 김범일(대구), 한범덕(청주), 김맹곤(김해) 시장 등도 수업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학교에는 놀 곳과 놀 친구가 있어 놀이시간만 확보해주면 된다”며 “공부 시작 전 30분, 2시간 수업 후 30분, 점심 먹고 30분 정도 놀이시간을 확보해주는 방안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놀이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기·충남·경북·인천 교육감 등은 적어도 초등 저학년까지는 놀이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초등학교에서의 놀이는 결코 교육적으로 헛된 시간이 아니다”라며 “이를 위해 교사들의 놀이 관련 역량 강화와 연수과정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인 초등돌봄교실, 방과후 프로그램을 놀이와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초등돌봄교실 수업과 연계해 전통놀이 1~2시간을 확보토록 권장한다고 밝혔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방과후교실 프로그램에서 전통놀이를 학생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병권 서울 중랑구청장은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을 틀에 박힌 학원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대신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놀이 인식 바꾸는 전국 운동 펼치고, 안전하게 놀 공간 확보해야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놀이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범정부 차원으로 전국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경향신문이 진행하고 있는 ‘놀이밥 캠페인’을 범정부 차원에서 전개하고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놀이밥 확보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기동 서울 광진구청장도 “놀이는 쓸데없는 것, 시간낭비라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놀이에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며 “교육청에서도 학교에서 놀이밥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시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관련 기관들의 놀이문화 형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고,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관내 초등학교에서 학교경비 지원사업을 통해 놀이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은 관내 초등학교와 연계해 우리학교 놀이친구 찾기 등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자투리땅·옥상공간 등이 도시텃밭과 자연놀이터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은 동 주민센터 등 공공부문에 도서관을 겸한 놀이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은 지역 내에서 놀이전문가를 양성한다면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고 주목했고,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은 잘 노는 인재가 창의성과 협동성이 높고 기업 경쟁력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기업과 대학에서도 공론화하길 기대했다.

<경향신문·참교육학부모회·서울 노원·도봉구청 공동기획>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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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밥이다]놀이 수준·환경 100점 만점에 절반도 못 미쳐 ‘위험 수준’

ㆍ(10) 교육감·지자체장이 말하는 놀이

교육감 16명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시장 21명, 서울 구청장 23명이 내놓은 한국 아이들의 놀이 평점은 100점 만점에 47.6점이었다. 아이들의 놀이 행정에 직접 관여된 60명이 박하게 매긴 점수에는 진보·보수 성향을 가릴 게 없었다. ‘놀이밥’을 앗아가는 요인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벌어지는 입시경쟁’과 ‘공동체문화 악화’가 많이 꼽혔고, 안전 우려와 놀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지목됐다.

▲ 외형적 놀이시설 늘었지만 접근성·이용률은 떨어져
‘놀이의 주인 되기’보다 혼자 휴대폰·컴퓨터 게임
아이가 주도, 함께 노는 놀이 하루 평균 2.6~3시간 돼야


■ 놀이시설은 좋아졌지만, 관계맺음 등 놀이 수준은 나빠

놀이 수준과 환경에 대한 평점은 교육감(49.3점), 시장(48.2점), 서울 구청장(44.6점) 순으로 모두 40점대에 그쳤다.

교육감 중 최고점(80점)을 준 전우홍 세종시교육감 권한대행은 “하드웨어적 환경은 80점이지만, 실제 아이들의 접근성과 이용률은 떨어진다”고 답했다. 

가장 낮은 30점을 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환경으로 치면 50점쯤 될 수 있지만, 아이가 놀이의 주인이 되는 온전한 놀이로 친다면 30점”이라며 “떠들지 말라, 뛰지 말라, 어지럽히지 말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게임기와 스마트폰을 친구 삼아 쭈그려 앉아 놀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역시 30점을 매긴 고경모 경기도교육감 권한대행은 “놀 때 마음이 편안한 정도,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나 놀이의 개방성 면에서는 과거보다 나빠졌다”고 했다. 

20점을 준 자치단체장 중 최성 경기 고양시장은 “맞벌이 학부모가 다수이고, 방과후 사교육은 과다하며, 학교에서의 놀이문화도 적다”고,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핵가족화로 가정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고 야외활동도 부족해졌다”고 평했다.


■ 하루 평균 2.6~3시간은 놀아야

교육감들은 하루 3시간은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6시간을 제시한 장휘국(광주)·김신호(대전) 교육감은 “하루 24시간 중 수면(8시간), 학업(6~7시간), 식사(3시간)를 제외한 6시간은 모두 놀이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도 “적어도 하루 4~6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 놀이시간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가장 적은 1시간을 제시한 전우홍 세종시교육감 권한대행과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도 “놀이는 인지발달에 가장 중요하며, 아이에게 놀이라는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교육감 8명과 시장 7명, 서울 구청장 10명이 “최소한의 놀이시간, PC게임 등 혼자 노는 것이 아닌 ‘함께 노는’ 놀이시간”으로 가장 많이 제시한 것은 2시간이었다.


■ 저학년부터 시작된 입시경쟁과 안전 우려가 발목

교육감·시장·구청장 60명은 모두 “아이들의 놀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봤다. “충분하다” “교육현실을 감안해 적절하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놀이 결핍 이유로는 입시경쟁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학원을 3~4개씩 다니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일과가 더 빡빡하다”고 했다. 전우홍 세종시교육감 권한대행은 “학부모들이 빈틈없이 아이들의 일정을 조정하고, 아이들은 이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므로 놀이를 즐길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실은 놀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학원에 가지 않고 노는 아이를 ‘부모가 방치한 아이’로 보는 실정”이라고, 김만수 경기 부천시장은 “우리 사회에서 놀이는 공부의 반대말로 인식된다. ‘노는 것이 바로 공부’라는 인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최근 아동 유괴나 성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놀이터에 아이가 없는 이유”라며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밖에 나가 놀 수 없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주도하는 놀이엔 공감

놀이시설보다 놀이시간에, 어른 중심이 아니라 아이 중심의 놀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아이들은 천부적으로 놀잇감을 창조해 놀 줄 아는 능력이 있다”며 “놀이기구 제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문화센터나 유아교육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이뤄지는 놀이는 일방적고, 상하관계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아이들 생일 파티조차 이벤트 업체의 레크리에이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놀이가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는 시간이 아닌, 부모의 만족을 위한 시간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교과활동 시간에 놀이가 포함돼 있다고는 하지만, 대개 승패를 겨루는 게임 위주이고, 교사나 어른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희양·김지원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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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밥이다]국제기준 안 맞고 제각각… 한국, 부실한 ‘아동 통계’

ㆍ건강·놀이터·장난감 등 전담기관 없이 부처별로
ㆍ유엔 “시스템 구축하라” 3번 권고에도 개선 안돼

한국은 아동 정책의 출발점이 될 통계조차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기준에 맞는 아동 통계를 내라는 권고를 3번 연속 지적받고서도 개선하지 않아 국제 비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동 업무는 전담 행정부처나 기관 없이 거의 모든 부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교육 관련 일은 교육부, 청소년 정책은 여성가족부, 건강·보건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아동인구당 놀이터 통계를 찾으려면 안전행정부를, 장난감 통계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야 한다. 각 부처가 필요할 때 외부기관이나 연구자에게 연구를 위탁하는 바람에 아동 관련 데이터는 통합적인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

통계청의 아동 관련 통계체제도 허술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아동 실태 비교 기준인 만 18세까지의 통계가 없어 국가 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통계청 통계는 5년 단위로 잘려 15~18살의 통계를 내지 못한다.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후 5년마다 협약 이행상황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1996년(1차 보고), 2003년(2차 보고), 2011년(3·4차 합동보고) 보고 때 3차례 연속 유엔으로부터 ‘효과적 통계시스템 구축(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통계 수집체계가 미비함)’ ‘일관성 있는 자료 수집체계 확립’ 등의 권고를 받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부처에 따라 통계 기준도, 숫자도 다 다르고 자료도 분산돼 있어 데이터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며 “통계가 부실하니 아동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어렵고 정책이 중복되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참교육학부모회·서울 노원·도봉구청 공동기획>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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