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퍼옴]

[놀이가 밥이다]교육학 전공 학생 “놀이 복원 동참”… 박물관, 놀이 접목 프로그램 구상

ㆍ경향신문 ‘놀이가 밥이다’ 기획기사 호응과 움직임
ㆍ학부모 ‘놀이터 이모’ 지원 잇따라

경향신문의 ‘놀이가 밥이다’ 기획이 2월25일 시작된 후 각계의 응원과 호응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놀이문화를 되살리는 데 동참하겠다는 대학생들이 있었고, 국립민속박물관은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에 ‘놀이가 밥’이라는 취지를 살리고 박물관을 놀이의 장으로 열어보겠다고 전해왔다. 방과 후 초등학교를 찾아 ‘놀이터 이모’로 활동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약속도 이어졌다.

기획기사가 나간 지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천진기 민속박물관장은 경향신문 교육팀에 전화를 해 왔다. 천 관장은 “평소에 어른이나 아이나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왔고, 앞으로 스스로 놀 줄 모르는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며 “경향신문이 평소에 고민하던 문제들을 기사화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천 관장은 “박물관 교육이 밥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박물관의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교육을 앞세우지 않고 경향신문 기획의 취지에 맞는 박물관교육을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13일 ‘박물관과 놀이’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구체적인 놀이 접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연세대 교육학과 2010학번 동기인 김유원·김나나·정은진씨는 “놀이문화 복원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학부모 공개강좌에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는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위기의식을 느끼던 차에, 경향신문을 보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학을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도 정말 유익했다”며 “학부모와 교사, 마을공동체가 나서지 않는 학교가 있다면 아이들의 놀이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봉사하고 싶다. 또 놀이의 힘을 눈으로 목격하고 싶다”고 전했다.

참교육학부모회가 주최한 놀이터 학부모 강좌에도 호응이 이어졌다. 놀이터 이모에 자원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아졌고, 주말에라도 꼭 참여하고 싶다며 학교 친구를 연결해달라는 엄마도 있었다. 지난해 서울 동북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와글와글놀이터는 5~6개 학교에서 추가 개설을 준비 중이다.

사회 전반으로 놀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청은 학부모 대상 놀이 강좌를 열어달라고 문의해 왔고, 성북구청에서는 관내 학교들을 대상으로 놀이터 공모사업을 펼치겠다고 전해 왔다. 노원구청은 학교놀이터 지원 예산을 올해 두 배로 늘리고, 정기적으로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학부모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로구청은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학부모 대상 놀이 강좌를 열기로 했다. 도봉구청도 와글와글놀이터를 주민제안사업으로 선정해 3명 이상의 놀이터 이모(삼촌)들이 집 근처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와글와글놀이터를 열면 놀이용품과 다과비를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 마을지원센터는 놀이터를 마을의 구심점으로 삼아 공동체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놀이터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경향신문·참교육학부모회·서울 노원·도봉구청 공동기획>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

[경향신문 퍼옴]

[놀이가 밥이다]공 뜨면 우르르… 아이들 단순한 놀이에 웃고 숨이 차도록 달려

ㆍ(11) 자발적·대안적 놀이찾기

특별히 놀이터나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학부모 모임 ‘행복한 우리들’은 놀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가릴 것 없이 아이들과 함께 어디든 찾아가 놀았다. 볕이 따스할 때면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돈까스’(땅에 원을 그리고 한 발로 원을 짚은 채 남은 발로 다른 사람들의 발등을 밟는 놀이)를 하고, 서강대 인근 재개발 예정지 골목길에서 ‘열발뛰기’를 하거나 뒷산을 탐험했다. 겨울엔 눈 쌓인 대신교회 건물 옥상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채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도 놀았다.

골목길에서 놀 때 처음 한두 번은 엄마들이 ‘보물찾기’하듯 골목 여기저기에 쪽지들을 숨겨놨다. 각 쪽지엔 ‘○○야 환영해’ 등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상품이나 보상도 없는 보물찾기에 흠뻑 빠져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돌 틈에서, 수풀에서 쪽지를 하나 발견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나중엔 이런 엄마들의 도움 없이도 아이들은 스스로 작은 나뭇가지로, 버려진 스티로폼 조각으로 훌륭한 놀이를 만들어 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즐거운 놀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놀이모임 ‘행복한 우리들’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지난달 봄볕이 드는 이화여대 캠퍼스의 한 언덕에서 나무막대를 땅에 세우고 있다(위 사진). 지난해 여름엔 마포구의 한 재개발 예정지 골목길에서 열발뛰기 놀이를 하고(위에서 두번째), 가을엔 방과 후에 떨어진 낙엽을 갖고 놀았으며(위에서 세번째), 지난 겨울엔 눈 쌓인 대신교회 옥상에서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신나게 놀이기구를 탔다(아래 사진). | 행복한 우리들 제공


▲ 학부모 모임 ‘행복한 우리들’
못 노는 아이들 위해 사계절 놀이 품앗이 나서
대학 캠퍼스·골목길·옥상 등 놀 곳만 있으면 찾아가


수업이 끝난 학교도 훌륭한 놀이터가 됐다.

지난 12일 오후 서대문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가방을 휘두르며 달려간 곳은 운동장이었다. 공이 한번 날면 아이 15명이 우르르 같은 방향으로 뛰었다. 지극히 단순한 이 놀이에 아이들은 웃고,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렸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런닝맨’ 놀이를 하자며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여자아이 대여섯은 ‘겨울왕국’ 놀이를 한다며 역할을 나눈다. 조금씩 비가 흩날렸지만 아이들은 누구 하나 비 피할 생각 없이 놀거리를 찾아 뛰어다녔다.

‘행복한 우리들’은 뜻이 맞는 학부모들끼리 육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함께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결성한 모임이다. 현재는 16명의 학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열심히 ‘놀러’다니는 중이다. 방과후에 학교에서 많이 놀지만, 장소는 딱히 제한을 두지 않고 동네를 누비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잘 놀았던 것은 아니다. 양모씨(41)는 2010년 3월의 어느날을 기억한다. 두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몇 년 전부터 신축 공사를 위해 운동장에 컨테이너로 임시 교실을 짓고 수업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고 운동장이 다시 주어졌을 때도 아이들은 노는 법을 몰라 “뭐하고 놀아요?”라며 멀뚱멀뚱 서 있었다. 대부분 수업이 끝나면 기다리던 엄마와 함께 칼같이 집과 학원으로 향했다.

변화는 외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김모씨(43)의 헌신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방과후에 오후 내내 학교를 지키며 ‘놀이모임’을 만들었다. 누구든 아이를 맡길 수 있었고, 한 명이라도 노는 아이가 있으면 어스름까지 손전등을 들고 운동장을 지켰다. 놀이모임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 몇 명이 품앗이를 하면서 놀이모임은 커져갔다. 점차 ‘놀이’에 공감하는 엄마들이 늘었고, 학교에선 아이들이 방과후 늦게까지 뛰노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1~6학년이 섞여 놀다보니 처음엔 싸움도 잦았다. 사소한 다툼이 ‘패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있었고, 한 아이는 다투다가 텃밭에 있던 호미를 던지기도 했다. 하루에 한 번은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뜯어말려야 했다. 그러다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룰’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따로 규칙을 만들고 가르친 적도 없는데 아이들끼리 스스로 폭력 없이 문제를 풀어갔다. 그렇게 나이가 달라도 나란히 모래성을 쌓거나 축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아이들 스스로 놀면서 갈등을 조율하고, 관계를 지속해가는 ‘놀이의 생태계’가 생긴 것이다. 양씨는 “이런 경험은 초등학교 때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며 “어릴 때 다양한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도 성숙하게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

[경향신문 퍼옴]

[놀이가 밥이다]4살부터 초교 6학년까지 놀이기구 없어도 놀거리 많아

ㆍ부모커뮤니티 ‘산별아’

“야! 더 세게 던져 봐.”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니 주택가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고함소리가 터졌다.

지난 11일 오후 4시 찾은 서울 동작구 ‘새싹어린이놀이공원’에선 30여명의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그네 하나에 세 명이 매달려 아우성치고 있었다. 한쪽에선 분필로 그은 금 위에서 ‘바둑돌 던지기’ 놀이를 했다. 막 4살 된 꼬마부터 초등학교 6학년 아이까지 섞여 놀았지만,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새싹어린이공원에서 아이들이 금을 그어놓고 바둑돌을 가까이 던지는 놀이를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동작구 부모커뮤니티인 ‘산별아(산에 가면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대표 오명화씨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행모임을 만든 것은 2012년 상반기다. 아이들은 놀이기구 하나 없이 신나게 반나절을 놀았다. 기묘한 나뭇잎이나 벌레도 훌륭한 놀잇감이었다. 중요한 것은 ‘놀잇감이 아닌 놀이’였다. 그해 9월 놀이 장소를 동네로 바꿨고,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놀이터는 성황이었다. 긴 줄 넘기, 꼬마야 꼬마야, 제기차기…. 틈틈이 아이들이 어울리는 것은 ‘전래놀이’였다.

놀이모임은 산별아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반절은 인근 주택가에 사는 아이들이다. 이날도 한 할아버지가 유치원이 끝난 손주를 데리고 지나다가 북적이는 놀이터를 보곤 아이를 놀게 했다.

학부모 김모씨(39)는 매주 화요일이면 8살 아들과 6살 딸을 데리고 이 공원을 찾는다. 이곳엔 아파트 놀이터엔 없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밖에서 놀았으면 좋겠는데 아파트 놀이터에는 친구가 없고 가끔 오는 아이들도 혼자 잠깐 놀다 가기 때문에 어울림이 없다”며 “이곳에서 놀면 아이가 진심으로 ‘신나게’ 뛰어노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조만간 산에서도 매주 놀아볼 예정이다. 오씨는 “제한된 공간에서 놀면 어른들이 놀이를 주도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주도하는 놀이가 진정한 놀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