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퍼옴]

[놀이가 밥이다]아빠·아이 뛰놀다 보면 다른 가족도 스스럼없이 챙겨

ㆍ김해 ‘기적의 놀이터’

경남 김해의 ‘김해 기적의 도서관’ 앞마당은 매달 셋째주 일요일마다 시끄러워진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아빠들과 함께하는 ‘기적의 놀이터’ 때문이다. 아빠들은 딱지치기, 물놀이, 비눗방울놀이, 박스궁전 짓기, 연날리기 등을 하며 아이들과 놀았다. 도서관에서 육아 모임을 진행하다 놀이 전문가를 만난 게 ‘기적의 놀이터’가 출범한 계기였다.

1년을 함께 놀아본 아빠들은 올해부터 놀이전문가의 도움 없이 놀이터를 진행하고 있다. 아빠들은 매달 첫째주 화요일에 모여 ‘이번엔 뭘 하고 놀까?’ 궁리한다. 아빠들이 어릴 적 했던 놀이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를 찾는다. 아빠들도 ‘내게도 동심이 살아있었구나’라고 깨닫는다고 했다. 

지난해 10월27일 경남 김해시에 있는 ‘김해 기적의 도서관’ 앞마당에서 부모들과 아이들이 어울려 상자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 기적의놀이터 제공


보통 육아와 자녀교육에서 몇 발자국 물러서 있기에 아이들에게도 아빠들과의 놀이는 특별하다. 활동적인 놀이가 많아지고 친구들을 사귀는 폭도 넓은 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와 기적의 놀이터에서 노는 김주원씨는 “턱없이 부족한 놀이시간이지만, 그나마 이것이 아이들의 숨통을 터주는 시간”이라며 “아이들과 손잡고 놀다보면 내가 아이인지, 어른인지 분간이 안 간다”면서 웃었다.

아빠와의 놀이터는 자연스레 공동체 문화도 만들어 간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놀이터를 찾는 성언규씨는 “놀이터에 처음 온 아이와도 30분만 같이 놀다보면 서로 마음의 벽이 사라진다”며 “내가 다른 집 아이들을 챙기게 되니까 자연스레 우리 아이도 다른 집 아이들과 친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엽 도서관 사서는 “부모와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한 마을이 살아나고, 그 마을 속에서 아이들이 자란다”며 “놀이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아파트단지나 동네 주민센터에 더 많아지면 아이들은 더욱 잘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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