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퍼옴]

[놀이가 밥이다]아이들, 어릴 적 부모의 20~30%밖에 못 놀아… 노는 법도 달라

ㆍ(2) 부모와의 ‘놀이 간극’

초등학생들과 부모들이 보는 놀이에 대한 간극은 30년의 세월을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놀이공간도 자연에서 멀어져 상당 부분 실내로 옮겨왔다. 친구들과 함께 몸으로 하는 놀이보다 장난감과 기계를 매개로 하는 놀이가 많아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12~14일 서울의 2개 초등학교 2학년 4개 학급 학생 121명과 학부모 86명을 상대로 놀이 실태와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금천구의 아파트촌, 마포구의 단독·빌라·연립주택가에 있는 두 학교의 지역적 특징은 달랐다.



▲ 학원·방과후수업으로 초등생들 학교 끝나도 바빠
아이들 대부분 집에서 놀고
몸으로 하는 놀이보단 인터넷 게임·장난감에 빠져


■ 어른보다 20~30%밖에 못 노는 아이들

학교 수업이 끝나고 1시간 이상 노는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평일 기준) 묻자 부모들은 68.6%가 “(자녀 나이 때) 매일 놀았다”고 답했다. 18.6%는 매주 3~4일 1시간 이상 놀았다고 했다. 10명 중 9명은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놀았던 셈이다. 아이들은 매일 1시간 이상 놀았다는 답이 121명 중 25명(20.7%)에 그쳤다. 부모세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아이들 중 1시간 이상 노는 날이 하루도 없다는 답도 28명(23.1%)이나 됐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마음껏 놀지 못하는 이유로 ‘학원, 방과후수업으로 바빠 시간이 없어서’(57.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아이들은 실제로 바빴다. 학교가 끝난 후 방과후수업이나 학원을 하루 평균 3개 이상 다닌다는 아이가 42.1%나 됐고, 2개 다닌다는 아이도 29.8%였다. 10명 중 7명은 학원이나 방과후수업을 2개 이상 다니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원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간은 ‘오후 4~6시’가 42.1%, ‘오후 6~8시’가 22.3%였다. 마음껏 놀지 못하고 있다는 아이들 58명 중 24명(41.4%)이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자신이 마음껏 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52.1%가 ‘그렇다’고 답해 ‘아니다’(14.9%), ‘보통이다’(33.1%)보다 많았다. 비교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스스로의 기준점을 낮게 둔 것일 수 있다. 실제 부모들은 자녀들이 충분히 놀지 못하고 있다며 안쓰러워했다. 자녀들이 충분히 놀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62.8%)이 ‘그렇다’(14.0%), ‘보통이다’(21.0%)보다 훨씬 많았다. 부모들은 본인이 자녀들만 할 때 ‘마음껏 놀았다’(65.1%), ‘보통이다’(23.3%)라고 답했다.

부모들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하루 몇 시간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0.7%가 1시간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매일 1시간 이상 논다는 대답이 20.6%에 그치는 아이들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 놀이공간은 동네·학교운동장에서 실내로

놀이공간도 부모·자녀 세대 간 격차가 컸다. 주로 어디서 노느냐는 질문(복수응답)에 아이들은 집(35.5%), 친구집(29.8%)을 많이 꼽았다. 학교운동장(21.5%), 동네놀이터·공원(17.4%) 등 야외는 적었다. 부모세대는 반대였다. 학교운동장과 동네놀이터, 공원에서 놀았다는 대답이 80.2%나 차지했다. 학부모 응답자 중 엄마가 더 많았던 점을 생각하면 놀이장소의 세대차는 사실상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깥에서 노는 시간도 한 세대 만에 훨씬 줄어들었다. 아이들의 59.5%는 하루 평균 1시간도 밖에서 놀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예 없다는 답도 12.4%나 됐다. 그러나 부모들(중복응답)은 81.3%가 1시간 이상 바깥에서 놀았다고 답했다. 36.0%는 2시간 이상 밖에서 놀았다고 했다. 

권오진 아빠놀이학교장은 “예전엔 언제든 밖에 나가면 놀 수 있었지만, 골목길과 골목길문화가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무너졌다”며 “바깥 환경이 무너지면서 실내놀이가 많아지고 안에서 게임기나 장난감으로 놀 것이 많아짐에 따라 밖에서 더 놀지 않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몸이나 주변 도구로 놀던 부모세대, 아이들은 인터넷·게임기·장난감에 묻혀

주로 했던 2가지 놀이를 묻자 부모세대는 ‘공기놀이나 딱지, 소꿉놀이’(72.1%)와 ‘술래잡기 등 여럿이 하는 바깥놀이’(70.9%)가 가장 많았다. 모두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들이다. ‘TV 시청’(10.5%)이나 ‘장난감 가지고 놀기’(5.8%) 등은 소수였다.

반대로 자녀들은 ‘여럿이 하는 바깥놀이’가 39.7%로 가장 많았지만 인터넷게임(33.9%), 장난감 가지고 놀기(31.4%), TV 시청(22.3%), 보드게임(12.4%) 등의 답도 많았다. 실내에서 한두 명이 하는 놀이들이다. 

실제 하고 있다고(했다고) 답한 놀이 목록을 분석해보면 아이들 세대에서는 젠가·체스·아이클래이·비즈데코·레고·로봇 등의 장난감과 DVD·만화영화 보기가 등장했고, 위(닌텐도)게임, 휴대폰게임(쿠키런·버블파이터), 컴퓨터게임(마인크래프트·GTA·카트라이더) 등도 답지에 빈번히 등장했다. 부모세대만 꼽은 놀이 중에서 도구가 필요한 것은 새총, 연날리기, 배드민턴, 분필놀이, 종이인형 옷입히기, 찰흙 정도였다.

배성호 수송초 교사는 “아이들이 온전히 놀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틈틈이 놀다보니 놀이내용도 하다가 쉽게 그만둘 수 있는 놀이로 제약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자유시간 자체가 많지 않다”며 “1~2학년이면 오후 2시 전에 집에 와야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처럼 오후 4시, 6시 이전엔 집에 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집에 와도 학원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부모세대는 사교육이 거의 없고 아침·점심 먹고 나서, 또 저녁을 먹고 나서 하루종일 놀던 문화에서 성장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문화 자체를 모른다”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못 노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지만 아이들은 마음껏 논다는 것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절반 이상이 맘껏 놀고 있다고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참교육학부모회·서울 노원·도봉구청 공동기획>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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