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안을 찾는다며 지나치게 좌충우돌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대안마저 상품화하여 소비하거나... 

일부러 그러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그런 길을 가는지도 모르지. 

지금까지의 편의와 혜택 들을 줄이고 불편을 받아들이며 자립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텀블러나 천가방 등을 사들이거나 자꾸 만들어 팔 생각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유리빨대니 녹는 빨대니 하는 것들도 좀 생각해 보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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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섬유는 정말 합성섬유보다 환경과 건강에 좋을까

 

[박재용의 과학 이야기] 합성섬유 vs 천연섬유 오해와 진실

 

 

보통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섬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천연섬유인가 아니면 합성섬유(화학섬유)인가죠. 그리고 대개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가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일단 생산량을 한 번 살펴보지요. 2017년 통계를 보면 전체 섬유 생산량 중 합성섬유가 615억톤으로 65.8%를 차지하고, 면이 254억톤으로 27.2%. 레이온아세테이트가 54억톤으로 5.7%, 양모가 11.6억톤으로 1.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비단이나 마 등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생산량이 극히 미미합니다. 전체적으로 합성섬유와 면이 전 세계 섬유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면은 대표적인 천연섬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목화씨로부터 대대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섬유였죠. 전 세계로 봐도 면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입니다. ‘천연’ 섬유이기도 하고 또한 ‘식물성’ 섬유이기도 하지요. 식물성 섬유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식물성 섬유에 비해 그 생산량과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생산이 되질 않아 대부분 수입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면섬유에 대해 화학섬유보다 환경에도 이롭고, 몸에도 좋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속옷의 경우 대부분 면으로 만듭니다. 그 외 간단한 티나 청바지도 모두 면직제품이지요. 이런 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면화 생산량을 보면 2011/2012년 시즌에 중국이 730만톤, 인도 590만톤, 미국 340만톤, 파키스탄 230만톤 브라질 200만톤, 우즈베키스탄이 90만톤을 생산합니다. 이들 6개 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거지요. 하지만 중국은 생산량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면화 수입역시 세계 최고입니다. 엄청난 인구도 인구지만 세계의 공장답게 면직물 가공도 워낙 많이 해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면화만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거의 전 세계 수입량의 1/3에 해당하는 양을 수입합니다. 중국의 면화 소비량이 전 세계 소비량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세계 면화 생산 및 수출입 현황과 가격변화’)


문제는 목화를 재배하는데 엄청난 물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1kg의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만 리터의 물이 소비됩니다. 서울 시민 한 명이 소비하는 물의 양이 278리터인 것을 감안해보면 엄청난 양이지요. 현재의 러시아, 구 소련에서는 각 지역마다 특산작물을 심도록 강요했는데 중앙아시아는 면화 생산을 강제했지요. 그래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아랄해가 끝장이 나버렸습니다. 한 때 아랄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면적이 큰 호수였습니다. 그러나 목화재배를 위해 물길을 인위적으로 돌려버린 결과 수량이 1/10로 줄어들어 버렸지요. 아랄해의 대부분은 현재 그냥 맨 땅입니다. 남아있는 호수도 염분이 높고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어 죽어버린 바다가 되었습니다.

 

다른 문제는 목화 재배에 엄청난 살충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목화는 병충해가 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목화 재배 면적은 전 세계 농지의 5%에 불과한데 살충제는 전 세계 살충제의 25~35%가 소비되지요. 제초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땅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지요. 또한 화학비료의 사용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농업 면적의 1%를 차지하는 목화밭에 합성비료와 토양 첨가제, 고엽제 등 화학 물질 사용양이 미국 전체의 농지의 10% 가량 쓰입니다. 목화를 재배하는 농민들도 이런 물질에 노출되고 주변 생태계는 황폐화됩니다.

 

면화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면화 생산국에서 주 담당자들은 가난한 소농이거나 소작인들입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면화 재배가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입니다. 재배된 목화는 모두 국가에서 독점으로 매입합니다. 자신의 밭이라고 목화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나 수확철인 9월부터의 3개월 동안은 아이들도 강제로 동원되어 노동을 하게 됩니다. 11살에서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에 이르기까지 강제로 동원됩니다. 우리나라의 대우인터내셔널도 바로 이곳에서 아동노동에 의해 생산된 면화를 사들이고, 현지에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강제 아동노동은 전 세계적인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인도에서도 면화는 문제가 됩니다. 인도는 농민의 빈곤자살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전 기사에서 이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면화를 면섬유 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보통 20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중 표백 과정에서는 다이옥신dioxin이란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수지가공과정에서는 발암의심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됩니다. 방축pre-shrinking과정(세탁후 옷이 수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수축을 시키는 과정)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액체암모니아가 사용됩니다.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염색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섬유에 남아있는 유해 물질이 우리가 옷을 입는 동안 서서히 방출되어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국이 전 세계 면화의 40%를 수입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1980년대부터 연 평균 30%씩 성장했습니다. 티셔츠 10장 중 6장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지요. 그 덕분에 티셔츠 가격은 아주 저렴해졌습니다. 농촌에서 몰려드는 농민공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섬유노동자의 삶은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동안 세계 의류 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고, 옷의 실제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우린 더 쉽게 옷을 살 수 있게 되었고, 더 쉽게 버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면섬유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라고도 부릅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는 레이온 즉 인견입니다. 인견이란 말의 뜻은 인조견직물, 즉 비단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이라고 합니다. 면 조각이나 나무 종이 등을 화학용제로 녹여내서 실을 뽑아 씁니다. 원 재료가 천연에서 나온 것이니 천연섬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가공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제들에 의한 노동자들의 산재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시작은 미국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레이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신병적 장애와 신경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저항과 소송과 재판이 잇달아 일어났고 견디다 못해 레이온 산업은 일본으로 이전됩니다. 그 뒤 일본에서도 이황화탄소 중독 증세가 나타나면서 공장 노동자들에서 뇌혈관 장애에 따른 정신장애나 마비 환자들이 나오지요. 그리고 1968년 일본의 기계를 한국에 들여와서 원진레이온을 만듭니다. 1980년대 직업병 환자가 보고되었고 결국 산재 사망자 8명, 장애판정 637명이 발생합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더 많았지요. 결국 회사는 1993년 폐쇄되고 기계는 중국으로 넘어가지요. 물론 중국에서도 공장 가동 중 온갖 질병이 한국 못지않게 나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인견은 모두 외국에서 생산한 원단을 들여와 가공하고 있습니다. 레이온의 역사는 그 곳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모진 삶과 떼어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모직물도 그리 친환경적이진 않습니다. 양을 대량 사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축산폐수가 발생하지요. 요사인 사육과정에서 양에 대한 학대문제도 제기되곤 합니다. 가죽이나 오리 혹은 거위 깃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합성섬유는 어떨까요? 면화처럼 물을 많이 쓰지도 않고 독성 살충제나 제초제를 뿌리지도 않습니다만 합성섬유가 완전한 대안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합성섬유로 폴리아미드(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우레탄 등이 있습니다. 폴리아미드, 즉 나일론은 스타킹이나 우산, 수영복, 스키복 등에 주로 쓰입니다. 폴리에스테르는 천연 섬유와 섞어서 옷을 만드는데 사용하지요. 아크릴은 양모 대신으로 사용되며 커튼이나 카펫 등에도 사용됩니다. 폴리우레탄은 흔히 스판이라고 하는 겁니다. 신축성이 좋아 여성용 속옷이나 수영복 등에 사용합니다. 합성섬유는 천연섬유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비교적 오래 사용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있지요. 물론 섬유마다 장단점이 따로 있어 이들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주로 면과 합성섬유의 혼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합성섬유는 대부분 석유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천연섬유보다 더 많이 발생하지요. 폴리에스테르의 경우 면직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두 배가 넘습니다.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테르 생산과정에서 7억 5천 만 톤의 온실 가스를 내놨는데 이는 석탄발전소 185개와 맞먹는 양입니다. 물론 페트병을 수거하는 등 석유 화학 제품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21세기 이후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정책이 많은 나라에서 강력하게 진행되면서,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드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미세섬유’입니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로 세탁을 하면 ‘미세섬유’라고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나옵니다.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아주 작은 일종의 플라스틱입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요사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의 35%가 이렇게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Primary microplastics in the oceans Author(s): Boucher, JulienFriot, Damien). 미세섬유는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질 않습니다. 즉 전부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바다로 나간 미세섬유는 바다에 있는 독성물질을 흡착합니다. 마치 우리 옷에 잉크가 묻으면 지워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런 상태로 바다생물에게 흡수됩니다. 일단 생물체 안으로 들어온 미세섬유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그리고 이 물고기들이 다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거지요. 물고기의 내장에서 이런 미세섬유나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건 이제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 연안은 특히나 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제 진해 앞바다에는 1km3당 평균 55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합니다. 세계 평균보다 무려 8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소각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합성섬유의 소각과정에서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물질들이 엄청나게 나오지요. 그리고 더불어 이산화탄소도 다량 나오게 됩니다. 만들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탈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참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결국 문제는 합성섬유냐 천연섬유냐가 아니라 과다 소비의 문제입니다. 21세기 들어 패션산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패스트패션(혹은 SPA)입니다. 패스트푸드에서 유래한 말이죠. 유행에 따라 빠르고 값싸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옷들입니다. 자라ZARA, 망고Mange, 유니클로UNIQLO 등이 대표적이지요.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가격도 싸니, 유행이 지나면 쉽게 버려지기도 합니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규모는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7년 3조 7000억 원으로 10년간 7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많이들 산거지요. 그리고 많이 쉽게 버리기도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5만 4677톤에서 2014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7만 4361톤으로 50%가까이 증가합니다([디지털스토리] 옷 한벌 만드는데 고작 1주일…환경 파괴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 의류 산업이 10배 이상 커지는데 그에 따라 의류 폐기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지요. 더구나 그 대부분은 패스트패션의 소재인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폐기물의 처리는 2002년경까지는 소각과 매립이 80% 가까이 되었지만 현재 6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옷이 재활용된다고 한들 그 과정에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그렇게 재활용된 뒤에는 결국 폐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합성섬유건 천연섬유건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물이 소모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합성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천연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모두 문제가 됩니다. 결국 세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다하게 많은 옷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며 폐기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의류 구매량을 줄이고, 이미 구매한 의류를 좀 더 오래 입고, 낡아 버릴 때 재활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이죠. 물론 섬유 산업 자체의 다른 문제점들은 정책적으로 고민해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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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팩트체커    chlcns@hanmail.net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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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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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보는 편인 '김종철 칼럼'

어쩌면 우리는 이상한 안경을 쓴 채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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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이 세계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인류사회의 최대 현안은, 말할 것도 없이, 기후변화 문제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큰 숙제이지만, 한반도나 동북아시아도 지구사회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설령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라는 총체적인 파국이 덮치면 그 평화도 결국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 여러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에게는 절실한 현안이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녹색화가 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과제다. 한반도 녹색화라는 대명제하에서 비핵화를 추진할 때라야만 비핵화도 의미가 있다. 또 그럴 경우에만 한반도 문제에는 무관심하지만 지구환경 문제에는 비상한 관심을 가진 많은 외국인들을 우리의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예외가 없진 않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기성세대일수록 고령층일수록 그렇다.

 

한국인들이 미세먼지 외에 기후변화를 비롯한 토양오염과 사막화, 허다한 생물종의 사멸, 죽어가는 해양 생태계 등등, 보다 근본적인 환경위기에 대한 의식이 약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먹고살기 바빠서일까? 그러나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생활인이나 지식인들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그것으로는 만족스럽게 설명이 안 된다. 따져보면, 오늘날 한국은 세계의 손꼽히는 부국 중 하나이다. 국토나 인구로는 큰 나라가 아니지만 남한의 원유 수입량은 세계 7위인데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독일이나 일본을 훨씬 능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한국인이 환경위기에 소극적인 것은 어째서일까?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언론에 있음이 분명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내게는 언론 지면을 들여다보는 게 갈수록 공허하게 느껴진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의 언론 지면은 정치권의 유치한 말싸움, 유명인사나 ‘스타들’에 얽힌 가십성 기사, 사회적 부조리나 불의에 대한 단세포적 고발과 폭로, 너절한 해외여행담, 상투적인 ‘위로’와 ‘힐링’ 등등, 시시한 잡담으로 늘 넘쳐난다. 한국의 언론만 보고 있으면 지금 세계가 얼마나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 인류문명이 어떻게 붕괴 직전까지 왔는지 거의 알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언론보다 더 크고 직접적인 책임이 정치가들에게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오랫동안 거짓과 위선의 정치에 치를 떨면서 상식과 이성을 존중하는 ‘민주정부’의 등장을 학수고대하며 살았다. 과연 기대한 대로 집권 초기에 문재인 정부는 매우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원전 문제를 ‘공론조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 등은 국민주권의 원칙에 충실한 자세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열성적인 노력이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 평화구축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초기의 압도적인 지지율이 급격히 가라앉는 분위기에서 다시 기세가 살아난 수구파 정치세력의 무차별적 사보타주로 국회가 기능부전에 빠져 있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어딘가 나침반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노정하기 시작했다. 하기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제1야당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노력이 ―그게 무엇이든―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막연히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마치 자신들을 구해줄 ‘야만인들’을 막연히 기다리고 있던 멸망 직전의 로마인들처럼?

 

하기는 오늘날 정치가 문제 해결의 열쇠이기는커녕, 정치 그 자체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젯거리가 되어 있는 현상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아마도 선거로 정치가들을 뽑는 거의 모든 나라의 정치가 기본적으로는 이렇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치가들이 임기 내내 하는 일이란 다음 선거에서 또 이기기 위한 궁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외의 문제는 그들에게 모두 부차적인 관심사일 뿐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매우 흥미로운 발언이 지난 4월23일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영국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왔다. 지금 기후변화에 대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민감한 이 소녀는, 영국의 국회의원, 장관, 언론인, 일반시민들을 향한 연설에서 “지금 정치가들은 인기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녹색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오늘날 대의제 정치가 어째서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명쾌히 드러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산업의 대폭적 축소가 필요함을 모르지 않는 정치가일지라도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성장 논리에 깊이 중독돼 있는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수 없고, 그 때문에 ‘녹색 성장’이라는 기만적인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 어린 소녀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류사회가 기후위기에 옳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상황을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보다 더 긴급한 비상상황으로 간주하고, 이를테면 ‘녹색 총동원 체제’를 강구하는 게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의제 정당정치가 과연 이러한 비상상황에 대응할 능력이 있을지 혹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더 효과적인 시스템이 아닐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히는 어리석음을 자초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대의제 민주주의만으로는 결코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예를 들면 ‘숙의민주주의’와 같은 제도를 적극 도입·활용함으로써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돌아보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산업혁명기에 발흥하여 근대적 산업체제와 더불어 성장해왔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라는 근본적 한계에 부닥침으로써 근대적 산업체제의 수명이 사실상 끝났듯이 대의제 정당정치도 이제 근본적인 탈바꿈이 필요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기후과학자들에 의하면 향후 12년, 즉 2030년까지가 결정적인 기간이다. 그 기간 내에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체제를 극적으로 청산하지 않는다면 대파국은 필연적이라는 과학적 경고를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정치적 결단을 미루면서 우물쭈물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 어디서든, 국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경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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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러내는 분노, 슬픔, 열정, 기쁨 등은 말 그대로의 그것들인가 아닌가?

순수하지 않겠지. 순수하기 쉽지 않지. 순수하다면 이미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결국, 밖으로만 향하지 말고 그 절반은 안으로 향하라는 뜻이 아닐까?

둘이 긴장하듯 조화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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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수한가

 

박노해

 

 

찬 새벽

고요한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털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터오는 소리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나는 순수한가'

『참된 시작』 수록 詩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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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 누님이 시상식에서 이 대사로 소감을 대신했나 보다.

어쩌면 이 대사는 책 <당신이 옳다>를 압축한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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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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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임다.

나도 우보농장에서 한번 배우려고요.^^

가배울 블로그에서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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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보농장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두구두구..!

바로, 막.걸.리!

막걸리를 담갔습니다. 9시에 시작해 5시가 다되어 작업이 끝났어요.

쌀과 돌을 골라내는 작업부터 마지막 담요에 포근히 싸는 것까지. 차근차근 비전화공방 제작자 3기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막걸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하는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우보님으로 부터 막걸리 이름의 해석과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막걸리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했어요.

막걸리의 이름은 무슨 뜻일까요?

마구마구 막 걸러서 막걸리? 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보님은 막걸리의 유래가 ‘이제 갓 거른 술’의 뜻으로 막걸리라고 부른다고 하셨어요. 저는 ‘마구 걸렀다’ 와 ‘지금 막 걸렀다’ 두 의미가 모두 적절히 섞여있는 것 같아요.

막걸리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곡주입니다.

막걸리를 만든 후 맑게 떠 있는 부분은 청주구요.

이 청주를 증류하면 소주가 되구요.

쌀알이 동동 뜨게 하면 말그래도 동동주가 됩니다. (부의주 라고도 불러요)

이렇게 가지각색의 곡주가 다 막걸리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 놀랐어요. 막걸리를 담글 줄 알면 다른 술도 빚을 수 있겠더라구요.

막걸리는 담그는 방식에 따라 주로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나뉩니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서 한번에 쭉 발효하는 막걸리는 단양주. 밑술에 덧술을 더해 발효시키면 이양주. (이때 밑술은 죽, 떡, 가루와 누룩을 섞는 등 밑술의 종류 또한 갖가지에요.) 밑술을 담근 후 3일 후에 추가로 밥을 넣어줍니다. 삼양주는 떡-죽-고두밥 순서로 들어가요. 밑술과 덧술 후 밥을 계속 줍니다. 15일이면 완성되는 단양주에 비해 시간과 정성이 더 들어갑니다. 보통 삼양주가 완성되려면 한달에서 한달 보름 이상 걸려요.

쌀과 물이 어떻게 술이 될까요?

막걸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이기도 합니다.

총 2번의 발효 단계를 거치는데요.

1차 호기발효와 2차 혐기발효에요.

호기발효는 공기중에 떠있는 유익한 미생물, 발효균이 접촉합니다. 혐기발효는 발효균이 어느정도 모이고 나면 밀폐된 공간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기본적인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본격적인 단양주 담그기를 시작했어요!

 

사용할 도구를 깨끗이 씻어요.

저희는 여러 종류의 토종쌀이 섞인 혼합 토종쌀을 썼어요.

돌멩이를 골라내기 위해 탈석이 가능한 도정기로 쌀만 골라냈습니다.

 

 

옛날엔 키를 가지고 키질을 해서 돌과 쌀을 분리했어요. 키 역할을 하는 기계가 도정기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쌀을 백번 씻는다고 해서 ‘백세’

쌀을 씻어줍니다. 물에 사알살 돌려가며 열번 정도 씻었어요. 쌀뜨물은 밭에 뿌려줍니다.

다 씻은 쌀을 두어시간 정도 물에 불려줍니다. 사실 전날밤 씻고 물에 불리는 게 좋아요.

 

쌀을 불리는 동안 탈곡도 하고, 맛난 점심도 먹었습니다.

 

불린 쌀의 물기를 빼줍니다.

 

그동안 독도 깨끗이 씻고 열소독을 해줬어요. 옹기를 소독하는 방법도 다양해요. 열소독, 전통적인 짚풀에 불붙여 소독, 식초로 소독 등등.

 

그 와중에 올해 벼농사를 위해 논에다 짚단을 흩트려 뿌려주고요. 나중에 트랙터로 땅을 갈아 엎을 때 이 짚풀이 비료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물기까지 쫙 뺀 쌀을 이제 끓는 물 위에 올려 쪄줍니다. 고두밥을 만드는 건데요. 중간중간 밥맛을 보면서 설익진 않았는지, 너무 익진 않았는지 확인해줍니다. 고슬고슬하니 마른 느낌의 밥이 잘된 밥이에요.

밥이 잘 익었어요!

4-50분쯤 지났을까요? 맛있는 밥 향기가 솔솔...

고두밥이 완성되었습니다.

고두밥을 씻어둔 다라이에 넣고 식혀줍니다. 열기가 어느정도 빠져나간 후 미온의 상태가 좋아요.

 

어느 정도 밥이 식으면 누룩과 함께 섞어줘요. 누룩은 쌀 무게의 10% 정도 넣습니다. 누룩과 쌀알이 고루 섞이도록. 우보님은 쌀, 밀, 녹두 누룩이 혼합된 누룩을 씁니다.

저희는 일반쌀 10kg, 싸래기(깎인 쌀) 3.5kg를 각각 담궜어요. 그래서 누룩은 각각 1kg, 350g을 넣습니다.

골고루 섞은 쌀과 1:1 비율의 물을 넣고 치대기 작업을 시작합니다. 치대기는 누룩 한알 한알이 물에 잘 스며들도록 손바닥과 팔을 위아래로 여러번 왔다갔다 해줘요.

일본에서 살고있는 독일인 친구 플로리안의 양팔권법 치대기

플로리안은 마치 독일에서 버터를 만들었을 때가 생각난다고 해요. 와인을 담글 때 포도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치대기를 2-30분 정도 해줘요.

 

자 이제 마지막으로 30도의 온도로 3일동안 1차 발효를 시작합니다. 나란히 놓인 독이 귀여워요. 이불도 잘 덮어줍니다.

이렇게 막걸리 담그는 작업이 끝났습니다! 짝짝짝!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막걸리 거를 때 다시 만나요 :)

단양주에 이어 이양주, 삼양주도 천천히 도전해보렵니다.

내년엔 직접 수확한 쌀로 막걸리를 담가보겠습니다~~

[출처] 우보농장에서 막걸리를 담그다!|작성자 가배울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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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네 가까이 있는 '동네정미소'라는 곳에서 누구나 쉽게 집빵을 만들자는 취지로 열린 카스테라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카스테라와 케잌 만들기다!

 

이종기 선생님이 요즘 전국을 돌며 집빵 교실을 연다. 우리밀, 우리쌀로 만든 빵을 만들되, 돈주고 사서 먹는 빵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 빵 만들기 수업인 셈이다. 뭐든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 있으니 내가 직접 뭘 만들어 쓰고 먹는 일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예전에는 웬만한 물건이나 먹을거리는 다 집에서 만들고 해먹었는데 말이다. 

 

상품에 익숙해지다 보니 언어 습관이나 관계도 상품화되어 가는 듯해서 좀 그렇다.

물론 이걸 인식 못 하는 현실이 좀더 그렇다!

 

말이 많다. 본론으로 가자.

 

재료는 달걀 여러 개, 쌀가루나 밀가루(암튼 가루면 된다!), 설탕(황설탕이 좋대! 조청이나 꿀을 써도 됨), 버터, 소금.

이 정도 재료에다 색이나 향을 넣고 싶으면 추가해도 된다. 

향: 계피나 커피 가루 등등

색소 : 울금가루, 비트가루, 자색고구마가루

 

재료 양은 달걀을 100으로 했을 때, 쌀가루 30, 설탕 30~50, 버터 30, 소금 0.5

이런 기준인데, 절대 기준은 아니다. 이걸 기준으로 해서 취향에 맞게 조금 더 넣을 수도 덜 넣을 수도 있다. 

 

<순서>

1.

큰 그릇에 달걀 흰자 따로 노른자 따로 나눠서 거품기로 휙휙 저어준다. 

노른자는 우윳빛 가까이 될 때까지 저어준다. 

 

2. 

흰자도 거품기로 저어준다. 손으로 저어주면 쥐난다.

생크림 빛깔 비슷해지면 되는 듯하다. 젓고 나서 거품기로 살짝 찍으면 꼬리가 생길 정도로 저으면 됨.

 

3.

노른자 거품을 흰자 거품에 부어서 살살 섞어준다. 너무 세게 젓으면 거품이 빠지니까 살살~

 

4. 

밀가루나 쌀가루를 여기에 넣고 살살 저어준다. 달걀 양의 30% 정도로!

 

5. 

버터 녹여서(전자렌지에) 넣고 살살 저어준다. 달걀 양의 30% 정도로!

 

6. 

이렇게 다 섞어서 저은 뒤 유선지 위에 부어준다.

 

7.

오븐에 넣고 돌리면 끝!

160도 정도에 한 2~30분 돌리는 듯

바닥은 덜 익었을 수도 있으니 상태 봐서 뒤집어서 조금 더 오븐에 돌려!

 

여기까지가 카스테라 빵 만들기.

 

케잌은,

생크림 1곽(서울우유 제품)을 그릇에 부어서 거품기로 휙휙 저어. 

그런 다음 이걸 카스테라 위에 펴발라. 여기에 온갖 과일이나 과자 올리면 됨. 

아니면 카스테라 -> 생크림 펴발라 -> 카스테라 또 올리고 -> 생크림 또 펴발라 

이렇게 두어 층을 쌓아서 과일이나 과자 꽂으면 케잌 완성!

 

끄으으으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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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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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가까이 살고, 명상을 할 때는 마음 깊숙이 들어가라. 다른 사람과 사귈 때는 온유하고 친절하라. 진실되게 말하고, 정의롭게 다스리라. 일처리에 유능하되, 행동으로 옮길 때는 때를 살피라. (…)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이다.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


                                                                                                              _ 스콧 니어링



결국 나도 말로만 떠드는 존재인지도... _()_


우선 '땅과 가까이 살'고 싶은데 당장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니 불안감과 무기력함과 답답함이 앞선 듯하다.

하긴, 나 자신부터 티끌만큼이라도 바꾸지 못하는 주제에 사는 곳부터 바꾸겠다는 헛된 꿈만 앞세우고 있으니...ㅠ


실사구시하도록 해보자!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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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싶다. 

연인과든 친구와든 이웃들과든 갈등을 주고받고 상처를 주거나 받는 일은 어쩌면 저마다 자기에게 갇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막연히...


나는 특히 그런 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나밖에 모른 듯하다. 세상이 더 좋아졌으면 싶고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싶고 더 낮은 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면서도 말뿐인 듯하고 실은 나에게만 관심이 있지 않나 싶다. 내가 나를 볼 때면 위선적이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나를 온전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가도 싶다. 욕망대로 습관대로 하고 있으면서 그런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을 회피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위선적이란 생각이 자주 든다.


잡념이나 욕망을 잊으려고 테니스를 자주 하면서 몸을 혹사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면 일상의 리듬이 깨지기도 한다. 당연히 연애를 비롯한 다른 만남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생긴다.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을 찾고 싶은데 잘 안 된다. 


결국 명상이나 요가 같은 마음공부를 통해 나를 다스리고 바꿔 보려고 하는데 몸과 마음에 베어 있지 않으니 말이나 생각뿐이다. 또 나에게 실망하고... 


그러던 가운데 헌책방에서 <<그대 스스로 변화를 시작하라>>라는 '달라이 라마' 책을 만났다. 그냥 집어들었지만 막상 가지고 와서는 한동안 쳐다보지 못했다. 엊그제야 제목이 자꾸 들어온다. 

뒤적거리다 <마음을 변화시켜 주는 8편의 시>를 만났다.


---



마음을 변화시켜 주는 8편의 시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보다 귀한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려는 결심으로

내가 항상 그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언제나 내가 누구를 만나든

나를 가장 낮은 존재로 여기며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그들을 더 나은 자로 받들게 하소서.


나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살피게 하고

마음 속 번뇌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나는 당당히 맞서 그것을 물리치게 하소서.


그늘진 마음과 고통에 억눌린

버림받고 외로운 자들을 볼 때,

나는 마치 금은보화를 발견한 듯이

그들을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누군가 시기하는 마음 때문에,

나를 욕하고 비난하며 부당하게 대할 때

나는 스스로 패배를 떠맡으며

승리는 그들의 것이 되게 하소서.


내가 도움을 주었거나 

큰 희망을 심어 주었던 자가

나에게 상처를 주어 마음을 아프게 하여도

여전히 그를 나의 귀한 친구로 여기게 하소서.


직접, 간접으로 나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은혜와 기쁨 베풀게 하시고

내가 또한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은밀히 짊어지게 하소서.


여덟 가지 세속적인 관심에 물들지 않아

모든 것이 때묻지 않게 하시고,

또한 이 모든 것이 헛된 것임을 깨달은 나는

집착을 떨쳐 버리고 모든 얽매임에서 자유롭게 하소서.



---

The Eight Verses on Transforming the Mind



With a determination to achieve the highest aim
For the benefit of all sentient beings
Which surpasses even the wish-fulfilling gem,
May I hold them dear at all times.


Whenever I interact with someone,
May I view myself as the lowest amongst all,
And, from the very depths of my heart,
Respectfully hold others as superior.


In all my deeds may I probe into my mind,
And as soon as mental and emotional afflictions arise-
As they endanger myself and others-
May I strongly confront them and avert them
.


When I see beings of unpleasant character
Oppressed by strong negativity and suffering,
May I hold them dear-for they are rare to find-
As if I have discovered a jewel treasure!


When others, out of jealousy
Treat me wrongly with abuse, slander, and scorn,
May I take upon myself the defeat
And offer to others the victory.


When someone whom I have helped,
Or in whom I have placed great hopes,
Mistreats me in extremely hurtful ways,
May I regard him still as my precious teacher.


In brief, may I offer benefit and joy
To all my mothers, both directly and indirectly,
May I quietly take upon myself
All hurts and pains of my mothers.


May all this remain undefiled
By the stains of the eight mundane concerns;
And may I, recognizing all things as illusion,
Devoid of clinging, be released from bondage.



원문 해설 바로 가기

Posted by 익은수박
,

이번에는 '고양이'를 다룬 시를 모아 얘기를 나누었다.

그 가운데 담아주고 싶은 시를 여기 모아 둔다.

필사도 할 겸.


_()_



om 2:00의 고양이 핑크

                                                                            김선우


 구두 상자에 들어가 잠자는 고양이 (감싸줄 발등을 미리 아는 것처럼)

 택배 상자에 들어가 꿈구는 고양이 (무너진 성에 막 도착한 아치형 다락처럼)

 세면대 속에 들어가 둥글게 몸을 말고 싱긋 웃는 고양이 (장자 혹은 당당히 빌어먹는 디오게네스풍으로)

 고양이가 탐하는 조그만 집에 대해 생각해.

 몸 하나만 딱 간수하는 조그만 집 속의 고양이 잠을 생각해.

 노랑 나비잠 쪽으로 꼬리 끝을 살짝 걸친 듯한 고양이식 낙관에 대해

 여러 마리가 한배에서 자랐어도 완벽하게 홀로 사랑받고 있다는 듯

 품고 있는 자의 품에 온전하게 품길 줄 아는 재능에 대해 생각해.

 세기 초를 걷는 듯한 고양이 걸음의 도도함에 대해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순간에도 혼자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생각해.

 오늘 내 발바닥은 고양이 핑크를 꾹꾹 학습하네.

 슬퍼도 무기력해지지 않는 고양이 핑크

 기뻐도 교만하지 않는 고양이 핑크

 조그만 비닐봉지에 들어가 사색하는 고양이 (다디단 얼굴로)

 이 세계의 꿈을 저 세계의 현실로 배달하는 중인 듯한

 고양이 핑크엔 유리천장이 없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양이에게 살해당하는 고양이는 없네




발톱

                                                                                                             박준


 중국 서점에 있던 붉은 벽돌집에는 벽마다 죽죽 그어진 세로균열도 오래되었다 그 집 옥탑에서 내가 살았다 3층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이 주말마다 모여 밥을 해먹었다 건물 2층에는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모이는 당구장이 있었고 더 오래전에는 중절수술을 값싸게 한다는 산부인과가 있었다 동짓달이 가까워지면 동네 고양이들이 반지하 보일러실에서 몸을 풀었다 먹다 남은 생선전 같은 것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면 어이들은 그새 창밖으로 튀어나가고 아비도 없이 자란 울음들이 눈을 막 떠서는 내 발목을 하얗게 할퀴어왔다




아홉 마리 고양이 사이를

                                              강효수

 

아홉 마리 고양이 사이를

왕이 되어 순시하듯 걷노라

보라, 저 우러러보며 경배하는 눈빛을

들으라, 애원하며 찬양하는 간절한 노랫소리를

나의 눈빛과 입술은 교만해지고

급격하게 모가지에 디스크가 오도다

긴 수염 없음을 통탄하도다

거만을 잉태한 만삭의 배 밑으로 나는

금화를 뿌리듯 사료를 뿌리노라

꽃을 뿌리듯 사료를 뿌리노라

, 그러나 나는 다시 후회하노라

저 부드러운 거짓의 교태를

저 배부른 위선자의 교만함을

어허, 감히 앞길에 벌러덩 누워 등을 긁도다

어딜, 비비도다 감히 툭툭 치도다

올라타도다 갸우뚱거리다 꼬집고 할퀴도다

깨무는도다 깨무는도다 아프다 해도

소용없도다

무관심하도다 불러도 대답 없도다

침대 위에 가랑이 사이에 겨드랑이 밑에

식탁 위에 신발 속에 바퀴 밑에 자빠져 자도다

황망하도다 황망하도다

나는 도망가도다 밖으로 밖으로 도망가도

세상은 다 그렇도다




고양이 죽이기

                                             김기택


그림자처럼 검고 발자국 소리 없는 물체 하나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급히 차를 잡아당겼지만

속도는 강제로 브레이크를 밀고 나아갔다.

차는 작은 돌멩이 하나 밟는 것만큼도 덜컹거리지 않았으나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타이어에 스며든 것 같았다.

얼른 백밀러를 보니 도로 한가운데에

털목도리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야생동물들을 잡아먹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호랑이나 사자의 이빨과 발톱이 아니라

잇몸처럼 부드러운 타이어라는 걸 알 리 없는 어린 고양이였다.

승차감 좋은 승용차 타이어의 완충장치는

물컹거리는 뭉개집을 표 나지 않게 삼켜버렸던 것이다.

씹지 않아도 혀에서 살살 녹는다는

어느 소문난 고깃집의 생갈비처럼 부드러운 육질의 느낌이

잠깐 타이어를 통해 내 몸으로 올라왔다.

부드럽게 터진 죽음을 뚫고 

그 느낌은 내 몸 구석구석을 핥으며

쫄깃쫄깃한 맛을 오랫동안 음미하고 있었다.

음각무늬 속에 낀 핏자국으로 입맛을 다시며

타이어는 식욕을 마처 채우려는 듯 더 속도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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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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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물소리*바람소리 2019. 1. 4. 14:20

민 군이 곧 군대를 간다.

군대 간다고 그전에 견문을 넓히라는 뜻인지 따로 사는 쟤 엄마가 해외 여행을 가게 했다.

데리고 사는 나한테는 미리 말도 없이!

경비를 안 보탤 수도 없잖아.

자꾸 돈 들어갈 일만 생기는데 말이야.

음 양 이 치료는 생각할 수록 짱나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_()_


느닷없는 결정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대체 사람들은 여행을 왜 다닐까?

많은 이들이 '여행'이라고 하며 가는 여행이

따지고 보면 관광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내 눈에는 '땅밟기' 비슷한 행위 같다.


영역표시 비슷한 점령행위, 더 들어가면 소비 소비 소비!

마구 써버리는


여행을 다녀오면 견문이 넓어지고 내면이 깊어질까?

돈 따라 가는 관광이 여행일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참 구닥다리 같다.

안 그렇거든!!!


---


며칠 불면의 밤을 보내는 모습이 싫어서 

앞으로 요가나 스트레칭이나 명상이나 글 쓰기나 글 읽기나 수작질(뜨개, 매듭, 목공 등) 같은 데 좀더 시간을 내어 주고 싶다.


끝!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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