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안을 찾는다며 지나치게 좌충우돌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대안마저 상품화하여 소비하거나... 

일부러 그러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그런 길을 가는지도 모르지. 

지금까지의 편의와 혜택 들을 줄이고 불편을 받아들이며 자립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텀블러나 천가방 등을 사들이거나 자꾸 만들어 팔 생각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유리빨대니 녹는 빨대니 하는 것들도 좀 생각해 보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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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섬유는 정말 합성섬유보다 환경과 건강에 좋을까

 

[박재용의 과학 이야기] 합성섬유 vs 천연섬유 오해와 진실

 

 

보통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섬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천연섬유인가 아니면 합성섬유(화학섬유)인가죠. 그리고 대개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가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일단 생산량을 한 번 살펴보지요. 2017년 통계를 보면 전체 섬유 생산량 중 합성섬유가 615억톤으로 65.8%를 차지하고, 면이 254억톤으로 27.2%. 레이온아세테이트가 54억톤으로 5.7%, 양모가 11.6억톤으로 1.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비단이나 마 등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생산량이 극히 미미합니다. 전체적으로 합성섬유와 면이 전 세계 섬유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면은 대표적인 천연섬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목화씨로부터 대대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섬유였죠. 전 세계로 봐도 면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입니다. ‘천연’ 섬유이기도 하고 또한 ‘식물성’ 섬유이기도 하지요. 식물성 섬유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식물성 섬유에 비해 그 생산량과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생산이 되질 않아 대부분 수입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면섬유에 대해 화학섬유보다 환경에도 이롭고, 몸에도 좋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속옷의 경우 대부분 면으로 만듭니다. 그 외 간단한 티나 청바지도 모두 면직제품이지요. 이런 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면화 생산량을 보면 2011/2012년 시즌에 중국이 730만톤, 인도 590만톤, 미국 340만톤, 파키스탄 230만톤 브라질 200만톤, 우즈베키스탄이 90만톤을 생산합니다. 이들 6개 나라가 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거지요. 하지만 중국은 생산량이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면화 수입역시 세계 최고입니다. 엄청난 인구도 인구지만 세계의 공장답게 면직물 가공도 워낙 많이 해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면화만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거의 전 세계 수입량의 1/3에 해당하는 양을 수입합니다. 중국의 면화 소비량이 전 세계 소비량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세계 면화 생산 및 수출입 현황과 가격변화’)


문제는 목화를 재배하는데 엄청난 물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1kg의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만 리터의 물이 소비됩니다. 서울 시민 한 명이 소비하는 물의 양이 278리터인 것을 감안해보면 엄청난 양이지요. 현재의 러시아, 구 소련에서는 각 지역마다 특산작물을 심도록 강요했는데 중앙아시아는 면화 생산을 강제했지요. 그래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아랄해가 끝장이 나버렸습니다. 한 때 아랄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면적이 큰 호수였습니다. 그러나 목화재배를 위해 물길을 인위적으로 돌려버린 결과 수량이 1/10로 줄어들어 버렸지요. 아랄해의 대부분은 현재 그냥 맨 땅입니다. 남아있는 호수도 염분이 높고 중금속과 농약에 오염되어 죽어버린 바다가 되었습니다.

 

다른 문제는 목화 재배에 엄청난 살충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목화는 병충해가 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목화 재배 면적은 전 세계 농지의 5%에 불과한데 살충제는 전 세계 살충제의 25~35%가 소비되지요. 제초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땅이 오염되고 물이 오염되지요. 또한 화학비료의 사용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농업 면적의 1%를 차지하는 목화밭에 합성비료와 토양 첨가제, 고엽제 등 화학 물질 사용양이 미국 전체의 농지의 10% 가량 쓰입니다. 목화를 재배하는 농민들도 이런 물질에 노출되고 주변 생태계는 황폐화됩니다.

 

면화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면화 생산국에서 주 담당자들은 가난한 소농이거나 소작인들입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면화 재배가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입니다. 재배된 목화는 모두 국가에서 독점으로 매입합니다. 자신의 밭이라고 목화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나 수확철인 9월부터의 3개월 동안은 아이들도 강제로 동원되어 노동을 하게 됩니다. 11살에서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에 이르기까지 강제로 동원됩니다. 우리나라의 대우인터내셔널도 바로 이곳에서 아동노동에 의해 생산된 면화를 사들이고, 현지에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방직공장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강제 아동노동은 전 세계적인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인도에서도 면화는 문제가 됩니다. 인도는 농민의 빈곤자살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전 기사에서 이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면화를 면섬유 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보통 20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중 표백 과정에서는 다이옥신dioxin이란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수지가공과정에서는 발암의심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됩니다. 방축pre-shrinking과정(세탁후 옷이 수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수축을 시키는 과정)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액체암모니아가 사용됩니다.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염색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섬유에 남아있는 유해 물질이 우리가 옷을 입는 동안 서서히 방출되어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국이 전 세계 면화의 40%를 수입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1980년대부터 연 평균 30%씩 성장했습니다. 티셔츠 10장 중 6장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지요. 그 덕분에 티셔츠 가격은 아주 저렴해졌습니다. 농촌에서 몰려드는 농민공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섬유노동자의 삶은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동안 세계 의류 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고, 옷의 실제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우린 더 쉽게 옷을 살 수 있게 되었고, 더 쉽게 버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면섬유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라고도 부릅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천연섬유는 레이온 즉 인견입니다. 인견이란 말의 뜻은 인조견직물, 즉 비단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비스코스 레이온Viscose rayon이라고 합니다. 면 조각이나 나무 종이 등을 화학용제로 녹여내서 실을 뽑아 씁니다. 원 재료가 천연에서 나온 것이니 천연섬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가공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제들에 의한 노동자들의 산재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시작은 미국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레이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신병적 장애와 신경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저항과 소송과 재판이 잇달아 일어났고 견디다 못해 레이온 산업은 일본으로 이전됩니다. 그 뒤 일본에서도 이황화탄소 중독 증세가 나타나면서 공장 노동자들에서 뇌혈관 장애에 따른 정신장애나 마비 환자들이 나오지요. 그리고 1968년 일본의 기계를 한국에 들여와서 원진레이온을 만듭니다. 1980년대 직업병 환자가 보고되었고 결국 산재 사망자 8명, 장애판정 637명이 발생합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더 많았지요. 결국 회사는 1993년 폐쇄되고 기계는 중국으로 넘어가지요. 물론 중국에서도 공장 가동 중 온갖 질병이 한국 못지않게 나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인견은 모두 외국에서 생산한 원단을 들여와 가공하고 있습니다. 레이온의 역사는 그 곳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모진 삶과 떼어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모직물도 그리 친환경적이진 않습니다. 양을 대량 사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축산폐수가 발생하지요. 요사인 사육과정에서 양에 대한 학대문제도 제기되곤 합니다. 가죽이나 오리 혹은 거위 깃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합성섬유는 어떨까요? 면화처럼 물을 많이 쓰지도 않고 독성 살충제나 제초제를 뿌리지도 않습니다만 합성섬유가 완전한 대안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합성섬유로 폴리아미드(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우레탄 등이 있습니다. 폴리아미드, 즉 나일론은 스타킹이나 우산, 수영복, 스키복 등에 주로 쓰입니다. 폴리에스테르는 천연 섬유와 섞어서 옷을 만드는데 사용하지요. 아크릴은 양모 대신으로 사용되며 커튼이나 카펫 등에도 사용됩니다. 폴리우레탄은 흔히 스판이라고 하는 겁니다. 신축성이 좋아 여성용 속옷이나 수영복 등에 사용합니다. 합성섬유는 천연섬유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비교적 오래 사용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있지요. 물론 섬유마다 장단점이 따로 있어 이들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주로 면과 합성섬유의 혼방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합성섬유는 대부분 석유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천연섬유보다 더 많이 발생하지요. 폴리에스테르의 경우 면직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두 배가 넘습니다.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테르 생산과정에서 7억 5천 만 톤의 온실 가스를 내놨는데 이는 석탄발전소 185개와 맞먹는 양입니다. 물론 페트병을 수거하는 등 석유 화학 제품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21세기 이후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정책이 많은 나라에서 강력하게 진행되면서,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합성섬유를 만드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미세섬유’입니다.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로 세탁을 하면 ‘미세섬유’라고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나옵니다.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아주 작은 일종의 플라스틱입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요사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의 35%가 이렇게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Primary microplastics in the oceans Author(s): Boucher, JulienFriot, Damien). 미세섬유는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질 않습니다. 즉 전부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바다로 나간 미세섬유는 바다에 있는 독성물질을 흡착합니다. 마치 우리 옷에 잉크가 묻으면 지워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런 상태로 바다생물에게 흡수됩니다. 일단 생물체 안으로 들어온 미세섬유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그리고 이 물고기들이 다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거지요. 물고기의 내장에서 이런 미세섬유나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건 이제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 연안은 특히나 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제 진해 앞바다에는 1km3당 평균 55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합니다. 세계 평균보다 무려 8배나 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소각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합성섬유의 소각과정에서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물질들이 엄청나게 나오지요. 그리고 더불어 이산화탄소도 다량 나오게 됩니다. 만들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탈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참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결국 문제는 합성섬유냐 천연섬유냐가 아니라 과다 소비의 문제입니다. 21세기 들어 패션산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가 패스트패션(혹은 SPA)입니다. 패스트푸드에서 유래한 말이죠. 유행에 따라 빠르고 값싸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옷들입니다. 자라ZARA, 망고Mange, 유니클로UNIQLO 등이 대표적이지요.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가격도 싸니, 유행이 지나면 쉽게 버려지기도 합니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규모는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7년 3조 7000억 원으로 10년간 7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많이들 산거지요. 그리고 많이 쉽게 버리기도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8년 5만 4677톤에서 2014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7만 4361톤으로 50%가까이 증가합니다([디지털스토리] 옷 한벌 만드는데 고작 1주일…환경 파괴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 의류 산업이 10배 이상 커지는데 그에 따라 의류 폐기물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지요. 더구나 그 대부분은 패스트패션의 소재인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폐기물의 처리는 2002년경까지는 소각과 매립이 80% 가까이 되었지만 현재 6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옷이 재활용된다고 한들 그 과정에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그렇게 재활용된 뒤에는 결국 폐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합성섬유건 천연섬유건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물이 소모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합성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천연섬유를 사용하는 것이나 모두 문제가 됩니다. 결국 세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다하게 많은 옷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며 폐기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의류 구매량을 줄이고, 이미 구매한 의류를 좀 더 오래 입고, 낡아 버릴 때 재활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이죠. 물론 섬유 산업 자체의 다른 문제점들은 정책적으로 고민해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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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팩트체커    chlcns@hanmail.net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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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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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양하게 바뀌어 가는 도시농업을 만난 느낌이다.

징검다리로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많다.

<라이프인>(http://www.lifein.news)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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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름답게 더 가까이 더 가치롭게~ '진화하는 도시농업'

 

[2019 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 계원예술대학교 최정심 교수 인터뷰] 농업과 디자인 융복합한 '친환경 디자인' 전도사

 

 

생태 순환 텃밭 모습

여러 가지 작물들이 오밀조밀 섞여 아름답게 꽃을 피우니 텃밭인지 정원인지 헷갈린다. 몰디브 같은 휴양지에서 봄직한 세련된 차양과 의자가 있어 무엇인지 들여다보니 생태 화장실이고, 텃밭 옆의 나뭇조각으로 만든 조형물의 정체는 닭장이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낙성대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9 도시농업박람회의 총감독을 맡은 계원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최정심 교수팀이 만든 작품 같은 '생태 순환 텃밭'이다. 계원예대 디자인과 학생들 60여 명과 여러 교수와 전문가들이 한 팀이 되어 현장에서 직접 밭을 일구고 목공 작업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했다.

아름답게만 꾸민 것이 아니다. 이곳의 대부분의 시설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업사이클 작품들이다. 언뜻 캠핑카처럼 보이는 이동형 양봉장은 헌 리어카를, 지붕에 화단을 설치한 복합 보관창고는 버려진 가구를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것들이다.

작물들은 모두 작물 간 궁합에 따라 배치됐다. 최 교수는 궁합작물(같이 심으면 좋은 작물, 파와 오이를 함께 심으면 파가 오이의 덩굴쪼김병의 발생을 억제하는 식)끼리 배치하고 미생물을 넣어 주는 기법으로 농약 한번 치지 않고 채소들을 싱싱하게 길러냈다. 모두 논-지엠오(Non-GMO) 토종 씨앗으로 싹을 틔워 유기농으로 길러진 오가닉 채소들이다.

 

고추와 들깨 마늘, 양배추와 옥수수, 토마토와 대파, 파와 오이 당근, 콩과 열무 옥수수 등이 궁합작물이다.


1000평이 조금 넘는 텃밭은 최 교수의 '생태 순환형 커뮤니티 시스템' 개념에 따라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퇴비장과 온실을 연결해 퇴비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텃밭의 경계부에는 해충을 막기 위한 익충호텔을 배치하는 한편 닭이 떨어진 열매를 먹기 좋게 닭장과 유실수를 함께 배치하는 식이다. 사람과 식물·곤충·유기물질이 시너지를 창출하게끔 텃밭을 디자인한 것이다.

주제관에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수직농장·공중 텃밭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간 속 텃밭 디자인'을 전시했다. 실내 텃밭의 최근 트렌드다. 땅이라는 장소적 한계에서 벗어나 실내와 공중 벽면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 어디서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새로운 기법들이 확산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란 최근 도입된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의 합성어로 물고기와 작물을 함께 길러 수확하는 방식이다.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되는 유기물을 이용해 작물을 수경재배하는 순환형 시스템이다.

 

수직농장은 전문 업체를 초청해 선보였다. 아쿠아포닉스는 계원예대 학생이 디자인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수직농장은 벽걸이용 화분과 자동 급수 및 배수 시스템을 이용해 땅이 아닌 벽면에 식물과 채소를 기르는 방법이고, 공중텃밭은 자동 관수 시스템을 설치해 공중에 텃밭을 꾸미는 방법이다.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농기구들과 농업용품들도 눈에 띄었고, 토종씨앗과 흙의 종류 미생물에 대한 정보도 상세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20년차 도시농부인 최 교수의 도시농업에 대한 철학이 충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이번 박람회 총감독이자 농업과 디자인을 융합하는 문화기획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최 교수가 생각하는 도시 농업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하게 질문해 보았다.

 

계원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최정심 교수. 엠제로랩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나의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며 생태순환에 대한 설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 이렇게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텃밭은 처음 접해본 것 같아요.

내 연구주제가 생태 순환형 커뮤니티 시스템예요, 하지만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 모두 처음 선보이는 컨텐츠들예요. 모두 이번에 개발했죠. 이동형 온실 이동형 키친 등 모든 시설과 물품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어요. 특정 농기구나 시설에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내가 알려주면 그 지식을 반영해서 학생들이 디자인하고 제작한것이죠.

이 텃밭에는 이동형 양봉장과 재료창고·빗물저장소·학교·연못 등 생태텃밭에 필수적인 22개 시설이 기능적으로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어요. 작물 배치 하나하나도 모두 의미가 있고요.

- 작물들이 싱싱하고 잘 어우러져서 마치 정원을 꾸며놓은 듯 예쁘네요.

혼작을 하면 한 가지 작물만 심는 획일화된 텃밭보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효율성도 더 좋아요. 조선시대부터 우리는 혼작을 해 왔어요. 궁합작물끼리 심어보면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자리를 내어주며 그 안에서 자라죠. 단일작보다 더 튼튼하게 자라요. 단일경작은 대량생산을 위해 산업시대부터 시작된 방식이죠.

 

계원예대 학생이 헌 리어카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이동형 양봉장.  세계적으로 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벌군집 붕괴현상으로 벌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도시는 열섬현상으로 따뜻하고 건조해 시골보다 벌이 살기 좋다. 도시 양봉을 통해 세련된 양봉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다.

 

- 지금 산업사회에서 물건의 제작부터 폐기까지 이동 구조를 살펴보면 이동거리가 너무 멀어요. 도시 밖에서 생산된 물건이 도시 안으로 소비된 뒤 도시 밖에서 폐기되니, 폐기된 자원이 재활용 등으로 순환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운송 거리가 너무 멀어서 화학연료가 많이 쓰이고 각종 농약도 과다하게 쓰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농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20년 전부터 농업이 도시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어요. 마일리지 제로 라이프스타일이 내 삶의 기본 기조예요. 몇 년 전에 엠제로랩(Mileage Zero Lab)도 만들었습니다(엠제로란 탄소 배출 없이 자원순환이 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친환경 삶을 뜻한다).

엠제로 철학을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가르치다가 산학협력 기회가 되서 랩으로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3년 전에는 국내 최초로 농업과 디자인을 융복합한 전공 수업도 개설했습니다. 수업을 통해 순환이 가능한 제품생산과 디자인을 고민하게 하죠. 엠제로가 되려면 마을 안에서 자원들이 생태적으로 선순환이 되야 하니까요.

우리 수업에서의 농업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대량생산을 가르치는 기존의 농업 교육과는 접근법이 달라요. 자연과 순환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디자인이 컨셉입니다.

대학에서 정규 과목을 신설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예요. 4~5년간 동아리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다가 3년 전 정규 과정에 편입된 것입니다. 올해 수업 주제는 '생태순환형 커뮤니티 시스템'이고, 이 전시도 수업의 일부입니다.

- 생산 이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든 제품과, 생산 단계부터 이 제품을 폐기시에 어떻게 재활용하고 순환시킬까를 고려하고 만든 제품은 큰 차이가 있죠. 학생들의 작품을 보니 얼마나 환경오염을 최소화시키려고 고민하면서 제품을 설계하고 만들었는지 전달됩니다.

여기서 제작한 거의 모든 것들이 업사이클링 제품들예요. 이동형 키친은 버려진 냉장고를, 세미나용 테이블은 전선케이블 박스를, 돗자리는 폐천막을 사용해 만들었죠. 학생들이 이 주변을 일일이 뒤져서 구해온 것들이예요.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도 기본적인 고려 사항입니다. 도구창고는 천장에서 빗물을 모아 간단히 도구들을 씻는데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요. 태양열을 사용하는 오븐도 만들었고요.

학생들에게 늘 말해요. 일회용품처럼 사용주기가 짧은 제품이 아닌 사용주기가 긴 제품을 디자인 하라고요. 농업디자인은 유망한 미래 직업입니다. 학생들이 가능한 환경과 건강 마을공통체 모두를 살리는 디자인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농업과 디자인 융복합 수업도 개설하게 된 것이죠.

 

계원예대 학생들이 만든 도시농업용 시설들. 오른쪽 사진은 지붕에 화단을 설치한 복합 도구창고. 지붕에서 빗물을 모아 간이 싱크대에서 사용할 수 있기 설계되어 있다. 가운데 사진은 이동형 도구창고. 바퀴가 달려 있다. 왼쪽 사진은 이동형 온실이다. 사진제공=계원예술대학교

 

- 텃밭의 구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재료창고와 공유주방 학교 등 공유공간은 모두 가운데에 배치했어요. 이 중 재료창고는 생태순환텃밭의 중심입니다. 이 안에서 재활용과 리사이클(Re Cycle·재활용 및 업사이클) 에코사이클(Eco Cycle·생태순환)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이예요."

재료 창고 안에는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모두 재활용 물품이예요. 물건이 분해되어 거름이 될 수 있는 에코사이클 재료와 분해되지 않는 것들은 리사이클 재료들로 구분해 분류했고, 칠판 한편에는 매주 어떤 종류의 리사이클 제품들이 많이 배출되었는지 표시해 놓았죠. 주민들이 스스로 체크할 수 있게요.

생태순환이 잘 이루어지려면 재료창고 운영이 잘돼야 합니다.

육묘를 하는 공간도 필요해요. 토종 씨앗을 줘도 상인들이 육묘를 안 해주기 때문에 직접 육묘를 합니다. 찾는 사람이 없거든요. GMO 문제도 정말 심각해요.

 

나선형 텃밭. 밭을 일구며 나온 돌을 쌓아 만들었다.

 

나선형과 둔덕형 텃밭도 만들었어요.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형태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표면적이 넓어져 많은 작물을 심을 수 있어요. 또 일반적으로 텃밭에 물을 주면 바로 밑으로 다 빠지는데 나선형과 둔덕형으로 만들면 토심이 깊어 흙이 물을 머금게 되요. 그러면서 아래로 조금씩 흘러내리죠. 최소의 물로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어요.

둔덕형 텃밭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밑에 통나무와 볏짚 등을 쌓고 흙을 덮어 조성하기 때문에, 통나무와 볏짚 등이 썩으면서 자연거름이 되요. 몇 년간 거름을 안 줘도 되죠. 관악산에서 전지하고 버리는 통나무들을 받아 만들었어요.

건너편 유채꽃밭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공동체 텃밭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예요. 목공도 하고 교육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하는 공간이예요. 이동형 양봉장도 설치했고요. 도시 양봉 중요합니다.

도시농업은 심미적인 즐거움도 중요해요. 곳곳에 꽃도 심고 담양에서 대나무를 사와 대나무로 작은 조형물도 만들고 포토월 등도 설치했죠. 대나무 살 아래 심은 강낭콩이 다 자라면 조형물을 다 뒤덮어 그늘을 제공할 거예요.

유채꽃밭 사이 길은 모두 곡선으로 구성했고요. 자연에는 직선이 없죠. 직선으로 만들면 재미도 없고요.

- 처음에는 단순히 예쁘게 조성된 텃밭으로 보였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대단하네요. 업사이클링 제품들로 이렇게 세련되게 텃밭을 구성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생각이 달라지면 아름다운 것이 다르게 보여요. 저 공중텃밭을 보세요. 저 토마토 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샹들리에 같지 않나요?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켜 보자는 것이예요. 지금 우리는 산업사회 기준에 따라 갖게 된 심미관에 따라 아름다움을 즐기죠.

 

공중 텃밭에 심은 토마토. 외부에 빗물저장 탱크를 설치하고 자동 관수 시스템은 예산 등 문제로 구현하지 못했고 파이프로 텃밭만 구성했다. 토마토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청량한 느낌을 준다.

 

저 색채 팔레트도 언뜻 팬톤 칼라 같지만 식물 색으로 구성된 팔레트예요. 같은 식물도 한 달 단위로 다른 색을 내죠. 몇 월의 어느 식물의 색인지 표시되어 있어요. 색감이 굉장히 아름답죠.

지금 우리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모듈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하지만 궁합작물이 자라는 것만 봐도 근원적인 효율이 어디서 나올까 생각하게 되죠. 산업사회의 기준이 가장 합리적인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왼쪽 사진은 도시 농부를 위한 세련된 우비를 제작해 달라는 최 교수팀의 제안을 받고 한 패션 브랜드 업체가 디자인한 제품. 우비용 원단으로 점프수트형 우비를 만들었다. 가운데 사진은 농부들의 경우 장갑을 껴도 흙을 파거나 돌을 고르는 일이 많아 손가락이 거칠어지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플라스틱 손가락을 덧댄 장갑. 계원예대 학생이 디자인해 제작했다. 가방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농기구들을 편하게 꼽고 다닐 수 있게 제작됐다. 오른쪽 사진은 친환경 생태 화장실. 수세식 화장실의 경우 과도한 물사용으로 하천을 오염시킨다. 물을 절약하고 텃밭에 거름을 공급하기 위해 변기 안쪽을 들여다보면 소변과 대변이 분리되어 있고 톱밥과 왕겨를 담은 통을 함께 둔다. 톱밥과 왕겨는 분변의 악취를 막아주고 거름으로 숙성시켜 준다. 

 

-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도시농업과 일반 농업은 그 목적도 다르고 출발선도 다르죠. 도시농업은 취미와 여가의 비중이 큰 만큼 기능적이면서 세련되고, 이동이나 보관이 쉬운 형태의 농기구나 창고의 수요가 예상됩니다. 

아직 도시 농업에 특화된 제품들이 많이 없어요. 학생들이 만든 제품이 상품성이 있다면 (이 박람회를 주최한) 서울시나 관악구가 주문을 할 수도 있죠. 그러면 창업이 되는 것이고요.

아이들에게 화석연료를 발생시키지 않고 환경 오염을 시키지 않는 디자인, 자원과 생태 순환이 가능한 제품에 관심을 갖고 디자인을 하라고 교육했고, 몇년간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마인드가 크게 성장했어요.

아이들이 계속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도시 농업 디자인으로 창업하거나 일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박람회 준비를 위해 함께 텃밭을 일군 학생들과 최정심 교수(맨 오른쪽). 사진제공=계원예술대학교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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