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구름콩

<맛있는 구름콩 - 두부 이야기>(임정진 글, 윤정주 그림, 국민서관)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이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었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것 같다. 주고받은 얘기를 올려놓은 글을 간추려 본다.


- 콩이 두부가 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 과정을 구름에 비유하여 썼다.

   비유가 적당하지 않고, 억지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꼬투리에 들어 있는 콩이 구름을 본다는 설정부터, 그리고 콩이 왜 구름을

   부러워하며, 마지막에 벽돌처럼 단단해진 두부를 보고 구름이 말하는 것 등등

   잘 짜여진 글이라기보다는 두부를 이야기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장치라는 생각이...

 

- 음식물의 의인화 : 콩의 내레이션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며 인간의 잣대로

   현상을 바라본다. 즉 자신의 몸이 돌에 갈리고 불에 데워져도, 사람의 입으로

   기꺼이 들어가는 상황인데도 즐기는 듯한 모습이라든가, 인간에게 유익하면

   결국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보았다. 

- 전체적으로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두부를 소재로 한 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발빠른 기획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무튼 이야기 흐름이나, 상황 설정, 콩을 의인화한 부분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세상을 지극히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고, 자연을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걸렸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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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청

물소리*바람소리 2011. 5. 12. 14:42
(이재무)

배고픈 소가
주인 몰래
무밭에 들어가 무청 하나
맛있게 씹고 있다.

나의 시도
저 무청 하나와 같아서
그리움에 굶주린 사람
온전히 채워줄 수 있다면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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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함께 나누고 싶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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