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01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기사
최근 해외에서도 실명 확인을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즈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실명제 도입 사례를 거론해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즈는 4일 "인터넷에서 이름 대기(Naming Names on the Interne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3년 전 인터넷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여자 배우가 자살한 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지난달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의 경험은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 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라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 고발자에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는 익명 표현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실명 확인을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일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실명을 쓰도록 권고하고 실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계정을 폐쇄하는 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방문자 10만명 이상의 사이트를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 도입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최근 독일의 프리드리히 한스-페터 내무부 장관은 노르웨이 테러 같은 사건을 막으려면 블로거들이 그들의 실명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68명을 살해한 테러범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은 '피요르드만'이라는 가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한스-페터 장관은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떳떳하다면 굳이 실명을 밝히지 않으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 회장도 지난달 한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당신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갖는다면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면서 실명 확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만약 당신이 실명을 적고 싶지 않다면 구글 플러스를 쓰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는 "열린 인터넷을 지향한다는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익명 표현의 가치를 부정하는 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는 "구글의 주장은 범죄 예방 차원이라기 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에서 나온 것이며 구글이 세부적인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 하는 것도 결국 광고나 다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장벽 없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완벽한 실명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면서 "페이스북 역시 실명 확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즈는 "만약 온라인 토론이 실명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면 인터넷이 좀 더 정화될 거라는 기대가 가능하다"면서도 "온라인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익명성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은 원하기만 하면 익명의 사이버 범죄를 추적할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익명으로 활동하는 악명 높은 해커 그룹이 체포된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자 구글이 유튜브 한국 서비스를 차단한 사실도 거론됐다. 구글은 사용자 설정이 한국으로 돼 있을 경우 업로드를 할 수 없도록 제한했는데 이 때문에 청와대가 국적을 바꾸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현실의 세계는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우며 익명의 개인들로 넘쳐난다"면서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내버려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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