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대 발자국 통신에서 퍼온 글(바로가기)



학생들의 정서행동발달검사를 통한 책임 떠넘기기 (김영미)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여러해 전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투신자살하자 교육부는 ‘정부합동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을 자연스럽게 선별하기 위해 5월초부터 전국 초등학교 1·4학년, 중 1·고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행동발달특성검사”를 했다. 이 검사는 학생들의 성향과 심리적 불안 등을 진단해 필요하면 치료까지 권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을 결과에 따라 학교(Wee 클래스 등), 전문기관(Wee 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병·의원 등 학교 내·외의 기관 등에서 상담·치유 등 필요한 지원을 받게 하고 특히 자살 생각 등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학생들은 발견 즉시 병·의원 치료 지원 등 집중적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필요성과 차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량적이고 일괄적인 검사, 단편적인 검사 문항 등의 실효성문제들과, 검사 이후 2차 선별검사 대상이 된 학생들이 받게 될 정신적 부담이 우려되는 등 문제가 많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가희(가명)는 학급 학생들에게 일부러 몸을 부딪쳐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관심을 표하고는 장애학생을 대할 때는 더럽다며 옷에 침을 뱉는 등과 같은 심한 감정변화를 가졌지만 검사결과 정상으로 분류되었고,

 수업시간에 학급 학생들과의 감정대립으로 죽이겠다고 샤프로 위협하고, 이를 말리는 교사를 향해 욕설을 하며 빗자루를 휘둘러 폭행하고도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고성을 지르며 울부짖으며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는 은율(가명)이 또한 정상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또한 이 검사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게 되고, 비정상으로 판명된 학생에게 학교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검사의 목적이라지만, 검사의 행정을 담당한 전국 보건교사 배치율은 64.6%에 불과하고, 전문상담교사는 883명뿐이다. “우리 학교(××지역)의 경우 관심학생군은 시 정신보건센터에 전화 예약 후 방문해 2차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가정통신문이 나가는데 그쳤습니다. 또 별도로 담임교사가 상담 후 심층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담부로 넘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도 없는데 진로상담부에서 관심 학생군 300명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하는 다른 교사의 이야기에서 보여 지듯이 검사를 통해 관심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발견한다고 해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여러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 정서·행동발달검사가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분야이므로 학교가 아닌 전문 기관에 의뢰해 검사를 실시·관리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교과부 매뉴얼에 있는 학생정신검사 체계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교육부는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살문제 여부를 잘 관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자살을 했다면, 그건 학생을 관리 못한 학교, 교사, 가정과 그 학생의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경쟁 위주의 교육과 폭력적인 학교문화 등에 원인이 있고 더 큰 문제로는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가 단절된 채 생활하는 가정불화가 늘어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정서(情緖)란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혹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일컫는 말이다. 정서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감정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관심과 사랑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 가족 간의 바람직한 의사소통 십계명

1. 긴 설교와 훈계는 금물, 열 단어 이내로 말한다. 
2. ‘넌 왜 항상 그 모양이냐’,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등 부정적인 말 대신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3. ‘좀 더 노력해’, ‘알아서 해’ 등의 모호한 표현 대신 구체적으로 말한다.
4.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5. 이야기하는 동안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침묵하지 말고, 눈 맞춤을 통해 적극적으로 듣는다.
6. 다른 사람의 말을 막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7. 말과 행동을 일치시킨다.
8. ‘넌 쓸모없는 아이야’, ‘너 때문에 골치가 아파’ 등 쌀쌀맞거나 위협적인 말투 대신 ‘그 문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 볼까?’ 등 건설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9. 고함을 지르고 소리치지 말고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10. 지나간 일을 들추지 말고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 제2834호 가톨릭신문 -

김영미 위원은 현재 신연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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