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볼 수 있을까?

꿈을 꿔보고 싶다.

설레는 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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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만지는 남자들의 목공 예찬

나무를 만지며 자연을 느끼고 나무를 다듬으며 마음속 힐링을 경험한다.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노라면 누구보다 행복해지는 남자들의 이야기.

집 꾸미는 남자라는 뜻의 빠빠메종에는 심승경 공방장의 감각이 엿보이는 가구들이 많다.

"나무가 선사한 인생 제2막" 심승경(46?빠빠메종 운영)

프랑스어로 빠빠는 아빠, 메종은 집을 일컫는다. 빠빠메종, 즉 '집 꾸미는 남자' 심승경씨는 광고업계 출신으로 LA에서 조지 클루니와 광고 촬영을 하며 아트 디렉터로 절정을 누리던 때 회사를 그만두고 목수가 되었다. "매 순간 남들보다 뛰어나고 더 크레이티브한 생각을 내놓아야만 선택받는 업계에서 오래 남긴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른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죠."

취미로 인테리어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아내는 남편이 가끔 만들어 준 작은 가구들을 여기에 올려 자랑하곤 했는데 반응이 좋았고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심승경씨는 목공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광고는 제 의지보다는 소비자, 광고주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가요. 동료들과의 협업으로 진행하고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하긴 하지만 온전히 제 것은 아니죠. 그에 비해 목공은 내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고, 마음먹으면 하루 만에도 결과물이 나와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생각과 손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이니까 온전히 저의 것이잖아요. 그게 좋았어요."

그렇게 목공을 자신의 두 번째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그는 한 달가량 공방을 다니며 나무 종류, 구입처, 기계 사용법을 배웠다. 디자인을 전공했고 본래 손재주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터라 남들보다 빨리 배웠다.

"많이들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공방에서 얼마 정도 기간 동안 배워야 하냐'예요. 음치 있고 절대 음감이 있듯이 개인 차가 크기 때문에 자기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퇴직금으로 시골 마을 방앗간을 빌려서 작업을 시작했고 아내의 홈페이지에 올리자 한 달에 한두 개씩 꾸준히 주문이 들어왔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한 공방에 지금은 직원이 네 명이다.

"나무 공방 사업은 자본이 많이 들지 않아서 문턱이 낮아요. 그래서인지 단순히 사업 욕심이나 나무에 대한 가벼운 호기심으로 덤비는 사람들이 많아요.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녹록한 직업이 아니에요."

목공을 시작하고 자리 잡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고객들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휴일도 없이 일해왔다. 그만큼 힘들었던 터라 누구나 하는 친절한 조언은 해주기 어렵단다.

그는 가구 설계도, 제작 과정, 완성된 가구, 고객의 반응 등 빠빠메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블로그에 공개해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다. 자신의 가구들은 모두 자체 제작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땀 흘려 만든 가구가 어딘가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장 행복하다.

"주문이 들어오고 잔금이 입금될 때 기쁘죠. 왜 안 기쁘겠어요. 그래도 가장 기분 좋을 때는 내가 만든 가구를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이를 보았을 때, 내 가구를 알아봐주는 이들이 있을 때예요. 그때는 '아, 목공하길 잘했다' 싶어요."

고객들은 연필로 쓱싹쓱싹 그려내는 설계도를 더 좋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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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광이 들어오는 그의 작업실 옆 스튜디오에는 그가 나무로 만든 물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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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경씨가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어 만든 싱크대와 스툴, 서랍장은 만든 이의 따스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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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주문에 맞춰 제작한 옷장. 고객이 원하는 컬러를 맞추기 위해 고생했다고.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우연수 집은 어디 하나 이강산씨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아늑함과 따스함이 공간에서 묻어난다. 특히 다양한 원목 선반이 눈에 띄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선반을 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집주인을 구슬려야 하고 벽이 선반을 지지할 만큼 단단한 상태인지도 잘 살펴야 한단다.

그가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화려한 기계 사용이나 테크닉은 없다. 대부분 가정집에 있는 드릴, 못, 톱 등으로 만들어낸다

"나무로 지루했던 일상을 스펙터클한 예술로 만들다" 이강산(33?우연수집 공방 운영)

못도 박지 못하던 남자가 지금은 목공 공방의 주인이 되었다. 페인트칠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했다. "매일 출퇴근하며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를 느꼈어요. 그래서,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보기로 작정하고 이사를 했어요."

지루한 일상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부러 서울 한남동의 허름한 전셋집을 구한 뒤 그 집을 나무로 하나씩 꾸며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우연수 집'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이 전셋집 고치는 모습을 하나하나 자세히 포스팅 하며 스스로 그 일을 기록했다. 납량 특집 드라마의 세트장 같던 집이 유럽에서나 볼 법한 근사한 인테리어의 집으로 바뀌면서 그의 인생도 함께 바뀌어갔다.

이강산씨는 나무를 쉽게 다루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에는 다른 공방처럼 시끄럽고 소리 나는 기계가 없다. 그저 나무를 자르고 다듬을 수 있는 톱과 사포 등 기본적인 도구만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2m 길이의 원목을 사서 벽에 구멍을 뚫고 선반으로 달았다. 이런 나무 선반은 수납공간으로도 훌륭하지만 책장이나 장식장에 비해 미적으로도 심플해서 더 아름답다. 그다음은 큰 식탁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고 싶어서 원목 구입비 단돈 7만원을 들여 8인용 식탁을 만들었다. 식탁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목재로는 자신의 집 7세대 이웃의 우체통을 만들어 달아놓았다.

"며칠 뒤 만난 이웃집 할아버지가 총각이 달았느냐며 잘 쓰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시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렇듯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어 남들과 나누며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더욱 목공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조금씩 집을 완성해나가면서 우연수집가라는 이름으로 『숨고 싶은 집』이라는 책도 냈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지금, 그렇게 신 나게 꾸미던 한남동 전셋집을 떠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조용한 동네 서촌 옥인동에 작업실 겸 공방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다. 허름한 16.5㎡(5평)짜리 미용실이었는데 4개월 동안 천천히 고쳐 낭만적인 공간으로 완성시켰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제 손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아요. 그래야 나만의 색깔이 묻어나잖아요. 저는 나무 물건들을 필요에 의해 만들기 때문에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결과가 화려하지도 않죠. 목공예라고 하면 근사한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아 선뜻 엄두를 못 내는 사람이 많아요. 저처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가장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목공이에요. 오랫동안 나무를 만지고 있으면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시간을 갖는 기분이에요. 누구의 지시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만들어내야 하는 기한도 없잖아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느긋하게 하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공방의 디스플레이 선반은 원목을 사다가 페인트칠을 한 뒤 앤티크 문고리를 달아서 포인트를 주었고, 일본풍의 세면대도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여기엔 예전 전셋집에서 만들었던 원목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들고 와서 칠하고 조금씩 고치니까 여기에 썩 어울리더라고요. 나무 제품은 무한히 변신할 수가 있어요. 이게 나무의 매력이죠." 훌륭한 기술로 그럴싸한 목공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취향을 듬뿍 담아낸 그의 물건들에서 투박한 멋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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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통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투박한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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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무언가 만들기에 앞서 간략하게 설계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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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풍 세면대를 갖고 싶어 만들었다. 나무로 틀을 만들고 위에는 타일을 붙이고, 옆면에는 그림을 그렸다. 세면대인 동시에 훌륭한 디스플레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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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사용하던 고양이 집을 에어컨 실외기 받침대로 재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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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에서 빨래통으로 쓰던 원목 상자를 예쁘게 색칠해서 물건을 담는 상자로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후배와 함께 마련한 공방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나무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곳이다. 한두 시간씩 나무를 만지고 나면 어느새 쓸데없는 걱정이 사라진다고.

"목공은 마음속에 쉼표를 찍게 해준 특별한 힐링" 정재훈(44?어린이집 운영)

10여 년 전부터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정재훈씨는 이전에는 성격이 무척 급하고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나무를 만지다 보니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대할 줄 알고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속 쉼표를 갖게 되었어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지만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속에서 나무를 만지며 다듬는 동안 저절로 수련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것보다 피겨(캐릭터 모형)를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로봇 태권V의 경우 하루 1~2시간씩 정성을 들여 한 달을 작업해야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니 자신도 모르게 성격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얼마 전 후배와 함께 마련한 공방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나무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곳이다. 한두 시간씩 나무를 만지고 나면 어느새 쓸데없는 걱정이 사라진다고"보트 타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친목으로 골프 치러 가는 등 여러 가지 취미 생활을 해봤지만 이내 다른 즐거움을 찾곤 했는데 목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져요."

그는 목공을 순수하게 취미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마당에 그네를 만들어볼 요량이었다. 공방에서 배운 것도 아니고 어릴 적 플라모델을 만들던 솜씨를 발휘한 것이 전부. 그러다가 3년 전부터 공방에서 좀 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 많아서 그런지 기술보다는 조각칼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각도를 재고 제도를 정확하게 하는 방법 등의 요령을 배우는 데 만족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후배 임봉식씨와 공방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기톱 등 목공 장비는 구입비가 만만치 않아서 대개 지인들과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함께 공방을 차리는데 이런 장소를 '열쇠 공방'이라고 한단다.

"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에너지를 얻게 되잖아요. 나무를 만지면 등산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나무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힐링이에요. 실제로 저는 나무를 만지고 자를 때 나는 향을 맡으면 스트레스를 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죠. 최고의 힐링 타임이니 좀 비싼 취미지만 포기할 수가 없어요." 결과물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 때문에 만족도가 높지만 적성과 시간, 비용이 필요한 만큼 '그냥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섣불리 시작하기보다 근처 공방에 가서 작은 목각 인형 등 소품을 만들면서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사실 목공은 결과물만큼이나 과정에서의 만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구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드는 정도인데 아이들이 가구에 하트를 넣어달래요. 근데 저는 나무 그 자체를 살리는 가구를 좋아해서 안 넣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지만 내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죠."

정재훈씨는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 만화 영화 '로롯 태권V'나 '이상한 나라의 폴'에 등장하는 미라클 카 등의 캐릭터 피겨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가구는 '잘 만들었다'는 칭찬이 끝이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추억을 나누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가구를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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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미라클 카. 두세 번의 실패 끝에 완성했다. 부속 하나하나를 만들 후 조립하는 형식이다. 가구 2~3개 만들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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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수 만화 '로봇 찌빠'의 주인공 찌빠. 어릴 적 보고 자란 만화 속 캐릭터를 만들며 향수에 젖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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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향나무를 사용해서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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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색을 그대로 살려 디자인으로 활용한 서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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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씨가 가장 아끼는 로봇 태권V. 피겨 수집가들이 욕심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기획_김지선 기자, 최선아(프리랜서) 사진_김진희(studio lamp) 어시스턴트_이석창(인턴기자

여성중앙 2013 7월호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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