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뚫는 도구.

언제인지 정확치는 않다.
오래전 서울 종로 쪽 공구상가에 가서 구입했다.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 그냥 똥덩어리가 막힌 수준이 아니었다.
업체를 알아봤는데, 몇십만 원 달란다.
변변찮은 월급으로는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이게 뭐라고 몇십만 원이야!'하는 반발감이라고나 할까.
며칠 관리사무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이런 공구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시내로 가서 2만 얼마에 사왔다.

변기를 뜯었다.
'욱!'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이걸 한참을 넣고 돌려 꺼냈더니 머리카락부터 화장지까지…;;
그렇게 씨원하게 뚫었다.

그때부터 웬만한 일은 직접 고치고 만들기 시작한 듯하다. 시작은 돈이 없었고 내겐 지나친 수리비에 대한 반발감이 도발을 하게 해준 셈이다.

목공, 뜨개, 저전거정비 등등 내 손으로 할 수 있으면 온갖 일을 해보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기엔 또 이런 짓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은 무럭도 한몫했다.
언젠가 무럭이랑 가볍게 농사도 지으며 헌책도 팔고 나무로 만든 고양이 용품을 비롯한 리페어공방을 만들고 싶은 꿈을 품기도 했다.

그 꿈은 아직도 살아 있는데, 니가 좀(?) 멀어져 부렀네…;;
#보늬밤
#주제넘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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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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