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걸>을 읽고 있다. 1/3도 채 안 남았다. 

그동안 읽으며 마음이 움직인 부분을 여기 담아둔다.

문장은 조금 고친 부분이 있다. 내 눈에 거슬리는 표현을 내 맘대로 바꿨다.

뭐, 내 기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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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77

나는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어려운 일은 환자들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향해 점점 커져가는 나의 무관심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임을 깨달았다. 처음엔 수수께끼 같던 그 문장이 이제 내게 일상이 되었다. “그들은 안으로 향해 있었다.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어야 하지만, 자신의 심장은 절대 포만감을 주지 못했다.”

 

79

나는 내 삶을 구하기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 시골 마을 결혼식을 거쳐 아이들을 낳고, 내 꿈을 펼치지 못한 실망감을 아이들에게 쏟아내면서 아이들의 미움을 받는 운명에서 나를 구하기 위해. 그런 길을 걷는 대신 나는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한 길고도 외로운 여정을 거치기로 결심했다.

 

90

나는, 주네의 어린 시절 어떤 점이 그가 성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동시에 성공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만들었는지를 알아내는 데 거의 집착하고 있었다.

 

91

한 번은 파블로 피카소가 직접 주네의 보석금을 내주기까지 했어앞뒤가 맞질 않지.” 내가 말했다.

아마 자기 자신에게는 앞뒤가 완벽하게 맞는 일이었겠지.” 빌이 반박했다. “누구나 자기도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별 이상한 짓을 할 때가 있잖아. 단지 아는 건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뿐이고.” 그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잠깐 생각해 봤다.

 

97

이파리들은 단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도록 만들어졌다. (~) 그 임무에 인류의 운명도 달려 있다. 이파리들은 당을 만든다. 살아 있지 않은 무기물에서 당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우주에서 식물이 유일하다. 우리가 태어나서 먹은 당은 모두 식물 잎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뇌에 포도당을 꾸준히 공급하지 못하면 우리는 죽는다.

 

106(‘오팔이라는 광물질을 처음 발견한 날)

그 큰 만족감에도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순간으로 기억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내가 좋은 과학자가 될 수도 있으리라고 깨달은 동시에 지금까지 알던 여성들처럼 될 기회를 이제 공식적으로, 완전히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14

그것은 새로운 아이디어, 진짜 내 첫 이파리였다. 세상의 모든 대담한 씨앗들처럼 나도 상황이 닥치면 그때그때 거기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며 헤쳐나갈 수 있을 테다.

 

150

버섯이 곰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남자의 성기가 곧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눈에 보이는 버섯의 머리는 그것이 엄청나게 맛있든 치명적인 독을 가졌든, 더 복잡하고 완전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유기체에 부착된 생식기에 불과하다. 모든 버섯 머리 아래에는 길게는 몇 킬로미터에 이르는 균사 조직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흙덩이를 감싸며 그물처럼 퍼져 땅의 모습을 보존한다. (~)

 

153

흙은 참 묘하다. 그 자체가 대단한 존재는 아닌데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서 생긴 산물이라는 점에서 묘해진다. 흙은 생물의 영역과 지질학의 영역 사이에 생긴 긴장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낙서 같은 것이다(~)

주변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살아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 우리 눈에 보이는 언덕들만큼이나 오래된 그 돌들은 언덕들만큼이나 호흡도 움직임도 없다. 살아 있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두 극단의 상태, 즉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들 사이에 물리적으로 놓인 모든 물질을 바로 우리가 이라고 부른다. 흙의 맨 위층에서는 살아 있는 것들의 영향이 가장 많이 보인다. 죽은 식물이 시들고 썩고 점액들과 섞여서 어두운 갈색으로 주변을 물들인다. 흙의 맨 아래층은 바위들이 남긴 유산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물은 바위를 조금씩조금씩 녹여 반죽으로 만들고, 말랐다-젖었다-말랐다를 되풀이하면서 그 밑에 놓인 손상이 가지 않은 암석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광재(slag)를 발생시킨다.

 

203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게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산다.

 

251

사랑과 공부는 한순간도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276쪽

날씨는 변덕을 부릴 수 있지만, 언제 겨울이 올지 알려주는 태양은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억겁의 세월 동안 나무들은 경화 과정에 의존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식물들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할 때 항상 신뢰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326쪽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 해결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해결책이 관습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이고, 내가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나를 사랑할 것이며,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362쪽

자신의 시간에 어떤 식으로든 가치를 부여하는 기미가 있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다. 오랫동안 일한 결과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목격해야 하는 경험은 이 원칙을 시험하는 좋은 사례다. 큰 좌절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잠시 멈추고, 숨을 크게 쉰 다음, 마음을 가다듬고 집에 가서 그날 저녁은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날이 밝으면 다시 처음부터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즉시 그 문제에 다시 몸을 던쳐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바닥까지 다이빙을 해서 그 전날보다 한 시간 더 일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첫째 방법이 적절함에 이르는 길이라면, 둘째 방법은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385쪽

일단 환경의 제한을 넘어서게 되면 나무는 모든 것을 잃는다.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줘야 나무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마지 피어시(미국 소설가, 페미니스트)가 말했듯 삶과 사랑은 버터와 같아서, 둘 다 보존이 되질 않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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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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