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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1 공부의 비밀_ 시험도 좋은 학습법! 단, 주관식일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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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6 20:01

머리를 쓰게 하며 피드백이 있는 시험은 공부에 도움을 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이언스 온]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②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만 공부라고 생각한다. 시험은 얼마나 공부했는지 확인하고, 줄 세우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험은 그 자체로 공부가 된다.

외국어 단어를 외울 때 같은 단어를 몇 번씩 읽거나 쓰면서 반복학습을 하다가 충분히 외워진 것 같으면 그만두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반복학습을 하다가 시험을 보아 맞히면 중단하는 공부법이다. 심리학자인 미국 퍼듀대학의 제프리 카픽과 워싱턴대학의 헨리 로디거는 여기에 덧붙여 세 가지 공부법을 더 만들었다. 아는 단어도 반복학습은 계속하되 시험은 더 보지 않는 공부법, 반대로 아는 단어는 그만 보지만 시험은 다른 단어와 함께 계속 보는 공부법, 마지막은 알든 모르든 계속 외우고 계속 시험을 보는 공부법이다.

카픽과 로디거는 학생들에게 각각의 공부법으로 단어를 외우게 해서, 그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어느 방법으로나 학생들은 단어를 모두 외웠지만 1주일 뒤에 본 시험에서 큰 차이가 났다. 보통 하는 방법으로 단어를 외운 학생들은 100점 만점에 30점 조금 넘는 수준의 성적을 거두었다. 아는 단어도 반복해 외우는 방법으로 공부한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는 단어도 계속 시험을 본 학생들은 반복학습을 하든 말든 80점 가까운 성적을 얻었다. 상식과 반대로 반복학습보다 반복시험이 더 효과적인 학습법인 것이다. 이런 결과는 2008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험을 보면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 쓰게 된다. 이미 아는 지식을 거듭해서 보는 것보다 이런 노력이 뇌에서 기억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카픽과 로디거 실험에서 시험을 반복해 본 학생이 공부를 반복해 한 학생보다 나중에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억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거두려면 객관식 시험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관식이나 서술형 시험이 좋다. 객관식은 눈앞에 있는 답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백지에 답을 써야 하는 주관식이나 서술형과는 머리 쓰는 방식이 다르다. 실험에서도 객관식 시험은 공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험은 기억만 강하게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시험에는 의외의 긍정적 효과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시험은 지식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돕는다. 배운 것을 새로운 맥락에 잘 응용하게도 해준다. 여러 가지 과목을 배울 때 중간에 시험을 보면 간섭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준다. 당연하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시험은 필요하다.

심지어 공부를 하기 전에 시험을 많이 보면 공부가 더 잘되는 현상도 있다.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캐슬린 아널드와 캐슬린 맥더멋이 올해 발표한 실험 결과를 보자. 연구자들은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외국어 단어를 외우게 했다. 한 집단은 시험과 복습을 번갈아 9번 하게 했다. 다른 집단은 시험을 5번 보고 복습을 1번 하는 것을 3번 반복하게 했다. 변화를 관찰해보니 성적은 복습을 해야만 올랐고, 복습 전에 시험을 많이 볼수록 복습 효과가 높았다. 시험을 1번 보고 복습하면 다음 시험에서 20점이 올랐지만, 시험을 5번 보고 복습하면 다음 시험에서 30점이 올랐다. 첫 번째 집단은 복습을 9번 했고, 두 번째 집단은 3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복습을 한 번 할 때마다 성적이 오르는 폭은 두 번째 집단이 더 커서 마지막 시험에선 두 집단의 성적이 같았다.

<논어>에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시험이 학습에 끼치는 이 다양한 효과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애써서 열심히 생각해야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은 그렇게 머리를 쓰게 하는 좋은 계기다. 피드백까지 주어지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험은 객관식에 피드백도 없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점수내기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유재명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 박사과정

사이언스온 연재물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의 21편 글 중에서 골라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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