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페북,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에서 펴왔어요.
https://www.facebook.com/nongisnong/posts/429123370591265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의 박미정 센터장 인터뷰 글.
-> http://www.mbal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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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확 뚫어드립니다!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박미정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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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을 쓰는 행위는 심리적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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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일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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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에 대한 교육과 워크샵, 일대일 상담일을 하고 있어요. ‘푸른살림’에서 하는 가장 큰 세 가지 사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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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래에셋생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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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펀드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꼬꾸라질 때 문제인식이 들었는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고객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돈은 어디로 갔는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투자’에 대해 너무 모르고 덤벼들었구나 싶어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죠. 그 후 ‘미래에셋생명’을 나와서 ‘전앤김웰스펌’에서 부유한 고객들을 담당했어요. 그런데 부자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하나같이 돈이 많아서 외로운 사람들이더라고요. 돈이 많으니까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자기 얘기를 누군가에게 터놓고 할 수가 없어요. 고객이었던 한 여의사 같은 경우는 병원이 잘되니까 퇴근을 제때 못해서 아이와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퇴근하시면 되잖아요.’ 그랬더니 거느린 직원이 100명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처음에는 재미있게 굴리기 시작했던 페달을 이제는 도저히 놓을 수 없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부자들을 만나면서 돈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적정선보다 돈이 없어도 피폐해지지만 너무 많은 돈이 있어도 피폐해질 수 있다는 걸 금융영업을 하면서 깨닫게 됐죠. 그리고 알면 알수록 금융시스템은 사람 중심이 아니라는 것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나는 부자들을 위해 일을 하는 걸까, 내 주위의 수많은 이들이 다 나처럼 서민의 삶을 사는데...’ 그래서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금융시스템에 무지한 서민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얘기, 내가 보고 느낀 바를 얘기해줘야겠다고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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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을 쓰는 게 심리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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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게 되면 흥청망청 쓰는 사람들과 미래를 위해 계획을 짜는 사람들로 나뉘는데 저는 전자였어요. 남들에게 과시하고 멋있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죠.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미지의 지향점이 있어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돈을 써요. 실제 자기 자신을 잘 보려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싫어하고 자꾸 멋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거예요. 결국 비싼 것을 사는 건 그 액수만큼 자신의 부족을 드러내는 거거든요. 이 가방을 안 들고 이 옷을 안 입었다고 해서 내가 초라해질 것 같다면 자존감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그 물건이 없으면 내 얼굴조차 밖에 내보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자아가 있는 거니까요.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그런 사람이에요. 정말 불행한 거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돈이 많이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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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 같은 경우는 신랑을 만난 후로 씀씀이가 확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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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대화가 되는 사람이 곁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씀씀이가 줄어들거든요. 좋은 배우자를 만난 후로 카드 값이 줄었다는 사람들이 많고요, 나와 뜻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서 씀씀이가 사라졌다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결국 좋은 물건을 사는 것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다 대화예요. 만약 돈을 막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내가 허하구나.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생각하시면 되요. 물론 돈으로 그걸 얻는 게 제일 슬픈 일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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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물건을 살 때마다 스스로를 책망하게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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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돈쓰는 걸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고가인 물건을 사고 싶다면 그런 자신을 질책하지 마세요. ‘왜 또 비싼 걸 지르려고 하지?’ 가 아니라 스스로와 대화를 할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왜 이걸 갖고 싶을까? 이걸 사면 기분이 좋아질 거 같은데 왜 그럴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야 되요. 그래야 다음번에 같은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극복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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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 관리 상담이 아니라 심리상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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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신청하는 분들 중에는 돈관리가 힘들고 돈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푸른살림에서 진행하는 상담의 베이스는 정신분석에 있어요. 총 4번의 미팅을 하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돈과 자기 자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효율적인 돈 관리를 배우게 되거든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 사람들은 나르시스적 경향이 강해요.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거죠. 왜냐면 남들이 서로에게 애정을 안 주니까 나라도 줘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내면에는 수치와 질투가 있어요. 가령, 이효리블로그를 보던 이들 가운데 ‘너는 돈이 많으니까 그러고 살지.’라고 비난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효리가 블로그를 그만 뒀잖아요. 무언가가 너무 갖고 싶은데 남이 그걸 가지고 있으면 ‘아, 저 애는 저걸 가졌구나.’가 안 되는 거예요. 누군가에게 질투나 시기가 생기면 ‘내가 왜 저걸 보면서 질투가 생기는 걸까? 내가 저걸 갖고 싶은가 보다.’하고 마음을 헤아리면 되요. 그런 훈련을 하지 않으면 남의 행복이 곧 나의 고통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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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깟 가계부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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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격적으로 실질적인 돈 관리에 대한 얘기를 해볼 텐데요. 가계부를 쓰는 게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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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는 쓰지 마세요. 쓰지 말라고 하는 건 소비한 내용을 쓰면서 생각이 건강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가령 외출해서 분위기 있게 커피 한잔 마시고 왔다 해도 집에서 가계부를 쓰면 ‘아, 내가 분위기 때문에 너무 비싼 커피를 마셨어.’ 이런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자괴감 같은 게 생기거든요. 그냥 돈 쓰고 잊어버리면 정신 건강상 제일 좋은데 가계부를 쓰다보면 계속 그런 일이 생기거든요. 낮에 쇼핑하러 돌아다닐 때는 이성이 사라졌다가 밤만 되면 이성이 오시거든요. 그냥 통장에 자기가 늘 쓰는 만큼을 딱 넣어놓고 쓰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가계부를 쓰면서 매일 밤 반성하는 삶은 지옥이 따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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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접 개발하신 ‘M밸런스 노트’는 가계부와 다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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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밸런스 노트‘는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소비패턴을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2년쯤 쓰다보니까 내 패턴이 이렇구나 알겠더라고요. 제가 얘기하는 건 회계 개념이거든요. 먼저 소비 예산을 결정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늘 쓰는 한도 내에서 살아요. 어느 정도 자신의 소비패턴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매달 통장 안에 어느 정도 넣어두고 그 한도 안에서 쓰면 되는 거죠. 이런 과정이 없이 무작정 가계부를 쓰면서 월요일은 얼마 썼고, 화요일은 얼마 썼고, 그걸 주간 통계내고 월간 통계 내봤자 그게 적게 쓴 건지 어떤 건지 파악이 안 되거든요. 지출한 걸 무턱대고 기록하고 후회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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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험과 연금을 좇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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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정 지출 중에 보험이나 연금으로 많이 비용이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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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험을 가입해서 심적 위로를 받는다면 비용이 얼마가 되든지 저는 가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통 혼자사시는 분들이나 한 부모 가족을 보면 가입한 보험이 상당히 많거든요. 하지만, 보통 노처녀들에게 가이드 할 때는 6만 원대 실손보험 하나만 가입하라고 해요. 내가 한창 젊은데 병원비까지 남에게 의지할 수는 없으니 그 비용은 스스로 충당하는 게 옳다는 거죠. 그런데 이것조차도 나이 들면 계속 유지를 못해요. 그래서 나이 들면 보험을 끊는 게 맞아요. 대신 나이 들었을 때는 모아놓은 돈이 있어야 되는 거죠. 대개 2-3천 만원 모아놓으면 웬만한 응급의료비는 되거든요. 젊을 때는 내가 돈이 없으니까 보험을 들어놓고 대비하지만, 55세 정도 되면 보험은 해약하고 대신 수중에 모아놓은 돈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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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보험 상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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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이렇게 물어보는 분들이 계세요. ‘요즘 암도 많이 걸리고 병원비도 많이 든다고 하던데 제가 보험을 어떻게 맞춰야 되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답이 안 나와요. 보험회사의 요구에 따르기로 맘먹지 마시고요.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결정하는 게 우선이에요. 만약 암에 걸리면 나는 보험으로 할 건지, 돈을 모아 할 건지, 아니면 그냥 죽겠다든지 (웃음) 정해야 되요. 또 어떻게 알아요? 앞으로 암은 무조건 건강의료보험으로 다 해결될지도 모르고(현재 95% 국가에서 부담) 또 암이 정복될 지도 몰라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지나치게 걱정해서 돈을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건 말이 안 돼요. 보험은 자각이 왔을 때가 바로 정리해야 되는 타이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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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결국 자신의 소비 계획 안에 있어야 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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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내 중심성이 서야 되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버는 돈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생각해야 되요. ‘나는 집을 사야겠어.’ 혹은 ‘집이고 나발이고 차를 사고 싶어.’ 라든지 ‘나는 맛있는 걸 먹으며 여행하며 살 거야.’ 등등 자기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정하는 게 우선이죠. 그런 것 없이 보험 수백 개 가운데 ‘뭐가 좋아?’ 하면서 찾아다니다보면 답이 안 나와요. 삶의 여러 선택지에서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하며 남들이 하는 말을 좇는 분들은 나중에 ‘왜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지?’ 하게 되요. 하지만 자신이 먼저 좋아하는 것을 정하고 사는 분들은 후회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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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타인의 불행 위에 나의 집을 짓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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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진 돈을 투자하고 싶은 분들이 유의할 건 뭔가요?
투자에 관한 흔한 거짓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첫째로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과장되어 보도된다는 거예요. 왜냐면 부의 역사는 땅을 가진 이들이 땅을 쪼개 팔아서 현금부자가 된 역사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과장해 계속 땅값이, 집값이 오를 거라고 보도해왔다는 거죠. 하지만 점점 더 팔만한 땅이나 집이 없어진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거든요. 그러니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게 낫습니다. 여기저기 괜히 투자하지 마시고 그냥 모으세요.
두 번째 거짓말은 복리의 혜택이에요. 단리는 원금대비로 이자만 늘어나는 거고, 복리는 원금에 이자가 붙어서 그게 다시 원금이 되고 또 이자가 붙는 식인데요. 실제적으로 복리의 혜택은 20년부터 발생해요. 그 전까지는 단리나 복리나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까 복리상품은 내 자식을 위해 돈을 꽁꽁 묶어둘 분들에게 추천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복리상품이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진짜 복리상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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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독신여성들이 쓴 재테크책을 보면 ‘요는 주식투자’라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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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많이 하시는 질문이에요. 노처녀가 재테크 시장에서 제일 끌어들이기 쉬운 대상이에요. 왜냐면 금융적으로 상당히 무지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금융시장에서 노처녀들이 안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순전히 노처녀들이 ‘새가슴’이기 때문이에요. (웃음) 그런데 잘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유통되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투자는 머니게임이잖아요. 내가 딴만큼 누가 잃을 거거든요. 저는 상식적인 생각을 하게 되요. 굳이 내가 누군가 돈을 잃게 하면서까지 돈을 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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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너무 박애주의적인 생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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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하나를 말씀드리면요, 예전에 상담하러 온 분이 집값이 올라서 집을 팔았다는 거예요. 갑자기 무슨 기류를 잘 타서 1억 5천에 샀는데 3억에 팔았다면서 금세 떨어질 거라고 자랑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얼마 후에 집값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타이밍을 잘 타서 그분은 1억 5천을 버셨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어떤 바보는 그 집을 3억에 샀단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분께 여쭤봤죠. 친한 지인이었다면 3억에 파셨을까요? 그랬더니 ‘못 팔죠.’ 하시더라고요. 만약 그분이 1억 5천 차익을 보겠다는 마음을 접으셨다면 누군가가 무리하게 1억 5천을 대출내서 집을 사놓고 그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걸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걸 포장하는 게 문제예요. 고통을 전가하는 거죠. 남들을 왜 걱정하느냐고. 하지만 우리는 다 연결돼 있어요. 같이 사는 사회예요. 만약 집을 산 그 사람이 결국 대출을 못 갚고 빚에 허덕이다 복지계층으로 떨어지면 그 사람의 기본생계비를 우리 모두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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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후,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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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노후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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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다 조장해 놓은 거예요. ‘10억이 필요하다, 20억이 필요하다, 돈을 준비해놓지 않으면 당신은 엄청 불쌍한 노인이 될 것이다.’ 물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은퇴 시기를 한 번 생각해 보자고요. 보통 60세를 은퇴시기로 생각하시는데 이제 100세 시대잖아요. 100세 인생에서 60세를 은퇴라고 생각하면 60세 이후의 시간들은 난감해지거든요. 가령 일반적인 남자의 경우, 30세에 직장에 들어갔다고 가정하면 은퇴까지 30년간 돈을 벌게 되거든요. 30년 동안 번 돈으로 60세까지의 생활도 지탱해야 하고 은퇴 후 남은 40년도 책임져야 하는 거예요. 말이 안 되죠. 예전에 비해 수명이 20년이 늘어났어요. 그 기간을 '3rd Age'라고 부르는데요. 어떤 부자도 그 기간 동안 펑펑 놀면서 마냥 돈을 쓸 수는 없어요. 어느 누가 10년, 20년을 놀고먹을 수 있을까요? 결국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늘어난 것이 기정사실이에요. 받아들여야 합니다. 60세에 은퇴하고 여행가고 쉴 생각하니까 막막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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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노후는 어느 시기를 의미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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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는 결국 간병기를 준비하는 것이 노후준비예요. 몸이 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 누군가의 수발을 들어야만 하는 시기를 대비하는 거죠. 60세까지 번 돈으로는 주거를 안정화시키고 자녀들도 잘 키우고 최대한 건강하게 몸도 돌보고요, 자기계발에도 투자하시고요. 60세 이후에 버는 돈으로는 아파서 눕게 되는 간병기를 대비하시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후 준비의 개념을 내가 60세 이후에 어떤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을지 지금부터 투자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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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후 역시 스스로 결정해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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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는 노후 걱정을 안 하는데요. 먼저 노화를 어떻게 보느냐가 시작이에요. 늙어가는 것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거든요. 늙는 것이 질병인지, 자연현상인지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 전반에서는 질병으로 보고 안티에이징 해야 할 것처럼 부추기잖아요. 정답은 그냥 늙으면 되요. 그런데 늙는 걸 돈으로 막으려고 하니까 돈이 드는 거예요. 우리 그냥 늙자. (웃음) 노후에 대해서도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죠. 가령 나는 몇 살까지 나 자신을 유지 보수할 것인지, 그리고 몇 살 이후부터는 고장 난 것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죠. 보통 80세 이후는 암에 걸려도 치료하지 않아요. 체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 중에 죽을 수 있거든요. 자기 스스로 몇 살 이후는 내가 저 세상에 갈 준비를 해야 겠다 그렇게 정하고 나면 공포도 줄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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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준비해야 할 자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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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만나면 민폐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요. 나이 들면 자기 자신이 돈만 축내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사실이 무척 괴로워진대요. 그런 느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돈이 하던 일을 직접 하는 거예요. 실제로 도시 농업이다, 텃밭이다 해서 여름내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 이들이 많아졌잖아요. 이미 일본에서는 돈이 하던 것을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이 노인들 사이에 트렌드가 된 지 오래예요. 어쩔 수 없어요. 귀찮았던 일들을 하나 둘 해보는 거예요. 요리의 기술이라든가 재배의 기술을 배우면 식료품비를 줄일 수 있고, 착실히 운동을 하면 병원비 줄어드는 거고, 노화를 인정하면 안티에이징 같은 미용비 줄어드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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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쓰는 게 익숙해서 몸을 쓴다는 게 매우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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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돈이 하는 일을 몸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카에게 인터넷으로 선물을 보내주는 것 대신에 제가 직접 가서 세 시간 정도 같이 놀아줘요. 놀아주는 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걸 안하려고 선물만 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웃음) 원래 자신이 해야 될 일을 돈에게 대신 시켜놓고 돈 없다고 징징거리는 거잖아요. 흔히들 ‘부모님 선물로 현금 드리는 게 제일 낫다.’고 하지만 사실 현금이 나은 게 아니라 현금이 편한 거죠. 직접 뵈러 가서 얘기 나누고 어깨나 발이라도 주물러드리는 걸 하지 않고 돈으로 드리는 거거든요. 다들 돈이 하는 일을 직접 하면 좋다는 걸 알긴 알아요. 그런데 힘들어서 안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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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끝으로 언젠가 결혼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노처녀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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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에 대한 준비는 미리 하지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어요. 결혼하게 되면 제3의 주거지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집을 사두는 것은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모을 수 있다면 그냥 돈을 쓰지 말고 무조건 모아두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열 살 정도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는 이상은 이변이 없는 한 남자가 여자보다 모아둔 돈이 적어요. 경제활동기간을 따져보면 당연한 거죠. 그런데 만약 남자가 집을 해온다고 하면 그건 분명 시부모님 도움을 받은 거거든요. 그러면 이상하게 결혼생활이 힘들어 질 겁니다. (웃음) 공짜가 없는 거거든요. 아들 가진 부모가 집을 해주고 나서 며느리한테 갑질을 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왜나면 그분들 노후자금에서 떼어준 거니까요. 그러니까 그 갑질은 대출이자인 거죠. (웃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언은 이 모든 걸 지금 고민하지 말아라. 남자가 생긴 후에 고민하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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