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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26 [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말하기와 질문하기

나 아닌 다른 것(사람)에 관심이 있다면 소통이, 소통의 과정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서로 자기 얘기만 한다면 이미 대화는 소통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 관해 물꼬를 터주는 글이 있어 소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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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말하기와 질문하기
김민예숙 : 여성주의상담가·춘해보건대 교수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에 새 책을 읽게 되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그런데 누구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결은 달라진다. 꽃잎이 피어나듯 아름답게 펼쳐질 수도 있고, 봉오리 상태에서 벌어지지도 못한 채 그대로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

대체로 듣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우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상대방이나 상대방이 꺼내는 주제에 대해 질문하는 편인가, 아니면 상대방이 꺼낸 주제와 연관된 자신의 경험, 정보, 지식 등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편인가.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더 알려고 하는 편인가, 아니면 듣지 않아도 안다고 판단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편인가.

한 사람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서로 질문과 답으로 교류한다면, 마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한 폭의 천을 짜듯이 새로운 대화의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실이 어떻게 교차하느냐에 따라 베, 면, 비단 등 다양한 천이 짜지듯이 질문의 종류에 따라 대화의 질도 달라질 것이고, 만들어진 맥락 안에서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정신적으로 새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책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다른 사람이 더 이상 듣지 않고 다 안다는 듯이 그 작가의 다른 책 또는 다른 작가에 관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면, 서로 만나기 전과 후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워지는 것이 별로 없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했으나 정신적 발전을 가져올 마음의 천을 짜는 교류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떤 여성 작가가 파티에 가서 한 남성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성 작가가 자신이 책을 썼다는 말을 했는데도 그 남성은 그 책의 주제에 대해서 작가에게 묻지 않고 자신이 더 많이 아는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그 남성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받아서 그 책에 대해 질문했다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실수도 하지 않고 그 주제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일화는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라는 단어를 결합한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신조어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맨스플레인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단어는 2010년 <뉴욕 타임스>가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선정했고, 2012년 미국언어연구회에서 ‘가장 창조적인 단어’의 후보로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려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타인에게 설명하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역사상 남성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어왔고 설명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통해 우월감을 확인해왔기에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의 뜻은 지혜로운 인간이다. 지혜가 있어 인간은 발견과 발명을 하고 문명을 만들었다.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더 알려고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의무는 물려받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그러려면 더 알아야 한다. 더 알려면 질문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상대를 더 알려고 하며 질문할 때 깊어질 수 있다. 질문하려고 생각해야 하고 답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보다 질문하기를 조금 더 하는 가을이 되면 좋을 듯하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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