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에서 온 글을 읽고 퍼담아  둔 시.

시가 위로를 줄 수 있겠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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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꿈이 그러하다

 

 

                                                       오규원

 


비상하는 새의 꿈은

날개 속에만 있지 않다 새의 꿈은

그 작디작은 두 다리 사이에도 있다

날기 전에 부드럽게 굽혔다 펴는

두 다리의 운동 속에도 그렇고

하늘을 응시하는 두 눈 속에도 있다

우리들의 꿈이 그러하다

우리의 몸속에 숨어서 비상을

욕망하는 날개와 다리와 눈을 보라

언제나 미래를 향해 그것들을 반짝인다

 

모든 나무의 꿈이 푸른 것은

잎이나 꽃의 힘에만 있지 않다

나무의 꿈이 푸른 것은

막막한 허공에 길을 열고

그곳에서 꽃을 키우고 잎을 견디는

빛나지 않는 줄기와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꿈이 그러하다

깜깜한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숨어서 일하는 혈관과 뼈를 보라

우리의 새로움은 거기에서 나온다

 

길이 아름다운 것은

미지를 향해 뻗고 있기 때문이듯

달리는 말이 아름다운 것은

힘찬 네 다리로

길의 꿈을 경쾌하게 찍어내기 때문이듯

새해가 아름다운 것은 그리고

우리들의 꿈이 아름다운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의

비상하는 날개와 다리와 눈과

하늘로 뻗는 줄기와 가지가

그곳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

 

 

                                                   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직선의 거리를 넘어

흔드는 손을 눈에 담고 결별의 힘으로

휘돌아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왔거늘

노을 앞에서는 한없이 빛나다가 잦아드는

강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굽이져 잠시 쉬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를 나눈다

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

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이 길의 끝

 

                                           – 아메리카 원주민 격언 



내가 걸어가는 길의 끝에는

깊은 계곡이 있다.

그 이상은 알지 못한다.

나는 주저앉아 절망한다.

 

새 한 마리가 계곡 위로 날아오르면,

새가 되길 원한다.

절벽 저편에서 꽃 한 송이가 빛나면,

꽃이 되길 원한다.

한 조각구름이 하늘 위를 떠가면

구름이 되길 원한다.

 

자신을 잊는다.

심장이 가벼워진다.

마치 깃털처럼

한 송이 데이지처럼 부드럽게

하늘처럼 후련하게.

 

눈을 들어보면,

계곡은 이제 한 번에 뛰어 건널 수 있는

시간과 영원 사이일 뿐이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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