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내와 사이가 멀어짐을 느꼈다.
처음엔 중년이 된 아내가 갱년기라서 그런가 싶었다.
사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다툼이 많았다. 그 밖에도 서로 다른 게 많을 것이다. 아니 다른 게 당연한 거지. '다른' 게 '틀린' 게 아님을 서로 받아들이지 못했겠지.ㅠ
조금 엄격하고 관리하려 드는 아내에게 자꾸 딴지를 거는 내 모습이 아내에겐 자존감을 짓밟는 것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다툼이 불편해 말을 아낀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나몰라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해오지 않았나 싶다.
어느날 아내는 자유를 찾고 싶다고 선언을 하였다. 처음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직장 생활로 아내에게 믿음직한 남편의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나 싶다. 모든 일을 혼자 고민해야 하고, 추진해야 했던 과거 또한 아내에게는 지긋지긋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집안일도 하고 밥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이렇게 '도와주고 있'는데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떠나질 않았다.
자유를 찾고 싶다는 선언에 이어 헤어짐을 꺼내들었다. 상담이든 대화든 뭐든 해보자고 했지만 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바뀌지 않았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순간, 나 혼자라도 답을 찾고자 했다. 처음 이 책 저 책을 뒤지다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많이 벗어낼 수 있었다. 시켜야 뭘 했던 나에서 자발적으로 밥을 하고, 음식을 조금씩 만들고, 국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이사 준비도 혼자 하고...
물론 이 모든 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자유에 대비한 자립을 염두에 둔...
홀로 아이들과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댈 수 있었던 존재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에 눌린 발버둥에서 조금씩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아내에 대한 서운함에서 미안함이 조금씩 더 커지는 듯하다. 나에 대해 위선이라 했던 아내의 말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엔 위선이라는 말이 참 불쾌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여 지는 듯하다. 수십 년, 아니 수천 년을 이어져 온 가부장제의 무의식이 쌓여 있는데 당연히 그래 보일 것 같다. 나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남성 중심인데... 내가 거기에서 어떻게 '공부' 한 번으로 바뀐단 말인가. 여성 또한 그 틀에서 어찌 벗어나 있겠는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의 의식이 있을 테고... 에고 머리 아프다.
정기적으로 약을 먹듯 페미니즘을 공부해야지 싶다.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있지만, 아들은 관심을 갖고 보는 듯하지는 않다. 언젠가는 보면서 돌아볼 때가 오겠지.
어쨌든 삶을 바꾼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나를 거의 버려야 하는데... 옆에 동지가 있다면, 덜 두렵지 않을까. 덜 비틀거리지 않을까.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지만, 그 글귀 안에는 동지가 있다면 함께 가라는 문장도 하나 있더라.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지우려다 지우려다... 다시 돌아볼 흔적을 남겨두고자..._()_
(며칠 뒤 다시 보면 지우거나 글을 고치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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