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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04 여행
  2. 2017.06.28 인드라망 시 모임 _ 여행을 노래한 시

여행

물소리*바람소리 2019. 1. 4. 14:20

민 군이 곧 군대를 간다.

군대 간다고 그전에 견문을 넓히라는 뜻인지 따로 사는 쟤 엄마가 해외 여행을 가게 했다.

데리고 사는 나한테는 미리 말도 없이!

경비를 안 보탤 수도 없잖아.

자꾸 돈 들어갈 일만 생기는데 말이야.

음 양 이 치료는 생각할 수록 짱나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_()_


느닷없는 결정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대체 사람들은 여행을 왜 다닐까?

많은 이들이 '여행'이라고 하며 가는 여행이

따지고 보면 관광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내 눈에는 '땅밟기' 비슷한 행위 같다.


영역표시 비슷한 점령행위, 더 들어가면 소비 소비 소비!

마구 써버리는


여행을 다녀오면 견문이 넓어지고 내면이 깊어질까?

돈 따라 가는 관광이 여행일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참 구닥다리 같다.

안 그렇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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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불면의 밤을 보내는 모습이 싫어서 

앞으로 요가나 스트레칭이나 명상이나 글 쓰기나 글 읽기나 수작질(뜨개, 매듭, 목공 등) 같은 데 좀더 시간을 내어 주고 싶다.


끝!

Posted by 익은수박
,

어제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시 모임이 있었다. 원고 마감 때문에 며칠 잠을 못 이룬 터라 힘들었다. 모임이 끝나고 다시 원고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다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일 때가 많을 것이다. 훌쩍 떠나는 여행을 그리는 마음은 비슷할 터이다. 나도 가끔은 잡다한 일상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때가 있으니. 

여행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타자를 정복하기 위한 전쟁길에 나서는 게 요즘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얕잡아보려는 뜻은 아니다. 맛집을 순례한다고는 하지만 맛집의 음식을 정복하러 가는 것 같고, 여행지 또는 관광지를 찍고 떠나는 여행도 땅밟기하듯 정복하고 떠나는 것 같은 건 왜일까? 삐딱해서일까? 글쎄...

그래도 조용히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가만히 타자(자연)를 들여다보는 여행은 자주 가고 싶다. 그런 여행은 결국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 같다는 생각이다. 

잔소리는 그만하고 어제 만난 시나 적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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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며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솓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름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세상 끝 등대 I

                                                     - 박준

내가 연안(沿岸)을 좋아하는 것은 오래 품고 있는 속마음을 나에게조차 내어주지 않는 일과 비슷하다 비켜가면서 흘러들어오고 숨으면서 뜨여오던 그날 아침 손끝으로 먼 바다를 짚어가며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섬들의 이름을 말해주던 당신이 결국 너머를 너머로 만들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집을 떠나 자연의 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바쁘게 걷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다시  속도의 노예가 되는 일이다.


길가의 풀과 나무와 들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거나

새소리를 듣지 못하고 정신 없이 걷는다면,

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풍경을 놓친다면

길에 얽힌 이야기와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지 못한다면,

대체 이 자연의 길을 걷는 의미는 무엇일까


길을 나서려면 느리게 걸어야 하리라.

온갖 해찰을 다 부리며 걸어야 하리라.

길에서는 도달해야 할 목적지 따위는 잊어야 하리라

목적지에 가지 못한들 어떠랴

길을 벗어나 낯선 길로 들어선들 또 어떠랴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 그 자체가 아닌가.



고요한 길

                                                                                         - 김사인

지나는 사람 없고

시든 엉겅퀴 대궁만 멀춤할 때 늙은 호박 엉덩이 무거워져 이제 혼자는 못 일어설 때

늦은 봉숭아 꽃잎 몇낱과 쇤 고구마줄기와 아주까리, 한사코 감고 오르는 까끄랭이 환삼과 개미들과

먼 데 누워 계시는 윗대 어른들 생각과 다시 콩밭과

잘 벌은 깻잎과 고추밭과 열무 배추와 불쑥한 토란대 몇 뿌리와 순간 까투리 푸다닥 날고, 문득 아픈 아내 생각과

밭둑 수숫대와 영글어가는 나락들과 엉뚱한 흑장미 한그루와

처서 백로 지나 오오 바람도 흙도 풀도 볕에 잘 마른 것,

개미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들로 나는 두루 그득해져

자불자불 졸리면서

전주 이씨네 산소 치장이나 한번 볼까 길을 바꿔 잡으며

어머니 비석에는 남원 양 아무개 여사라고 써볼 생각과 그럼 학생부군 아버지는 뭐라고 하나 싱거운 생각도 들다가

이 별의 한 모퉁이에 나도 머무는 데까지 잘 머물다가 어른들 가시는 것 봐드리고, 장인 장모님도 잘 배웅해드리고, 친구들과도 오명가며 지내다가, 세금이나 과태료 같은 거 밀린 것 없이 있다가, 아이들 짝 만나 서로 돌봐가며 지내는 것 잠깐 보다가, 좀 아파보니 아파서 죽는 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아내 말마따나 너무 많이 앓지는 말고, 그만할 때쯤 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

 

여뀌풀꽃 분홍 수줍고

배추잎 하나가 우산만 하고

다만

고요한 길.




낯선 곳

                                       -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 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명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 터키의 혁명적 서정시인이자 극작가로 모스크바 유학시절 마야콥스키의 영향을 받았고 귀국 후 공산당에 입당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시 《죽은 계집아이》, 희곡 《다모클레스의 칼》 등이 있다.




주일 2

                                       - 천상병

1

그는 걷고 있었습니다.

골목에서 거리로,

옆길에서 큰길로.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과 건물이 있습니다.

상관 않고 그는 걷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가겠느냐구요?

숲으로, 바다로,

별을 향하여

그는 쉬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


2

낮에는 찻집, 술집으로

밤에는 여인숙.


나의 길은

언제나 꼭 같았는데……


그러나

오늘은 딴 길을 간다.




나는 생각하기를

                                               - 뵈른스트에른 뵈른손(노르웨이의 세계적 문호)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져야겠다 해서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했다.

나는 이리하여 나와 모든 것을 잊었다.

여행 떠날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때 나는 한 소녀의 눈동자를 보았더니

먼 나라는 작아지면서

그녀와 함께 평화로이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처럼 여겨졌다.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져야겠다 해서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리하여 정신의 크나큰 모임에로

젊은 힘은 높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그녀는 말없이 가르치기를

하느님이 주는 최대의 것은

유명해지거나 우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 했다.


나는 생각하기를 위대해져야겠다 해서

우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향이 냉정함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오해받고 소외되어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내가 발견한 것은

만나는 사람의 눈마다 사랑이 있다는 것

모두가 기다린 것은 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새로워지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한 기차를 타고

                               - 에리히 캐스트너(독일의 대표적인 어린이책 작가이자 시인. 나치 독재에 맞선 지식인)

우리는 모두 한 기차를 타고

시간 속을 뚫어 먼 길을 갑니다.

우리는 모두 창밖을 내다봅니다.

내다보는 데에도 이제 싫증이 납니다.

우리는 모두 한 기차를 타고 달려갑니다.

어디까지 가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옆 사람은 잠자고 있고, 다른 사람은 한숨 쉽니다.

또 한 사람은 쉴새없이 지껄이고 있습니다.

역 이름이 방송됩니다.

해마다 날마다 달리고 있는 기차는

도착할 종착역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짐을 풀고, 우리는 짐을 쌉니다.

무엇이 어떻게 된 셈인지 알지 못하며,

내일은 어디를 지날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는 차장의 입가에

애매한 미소가 감돌고 있습니다.


그 자신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밖으로 나갑니다.

요란스럽게 기적(汽笛)이 웁니다!

기차는 천천히 다가가 멈춥니다.

죽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립니다.


어린아이 하나가 기차에서 내립닌다.

어머니가 비탄에 젖어 웁니다.

죽은 사람들은 말없이

과거라는 이름의 플랫폼에 서 있습니다.

기차는 시간을 꿰뚫고, 다시 달려갑니다.

왜 달려가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일등칸은 텅 비었습니다.

뚱뚱한 사내 하나가

빨간 빌로드 시트에 등을 기대고 앉아

괴롭게 숨쉬고 있습니다.

그는 혼자 있고 그 사실을 깊이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멀찌감치

나무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기차를 타고

현재에서 미래로 여행합니다.

우리는 모두 창밖을 내다봅니다.

내다보는 일에도 이제 싫증이 납니다.

우리는 모두 한 기차를 타고 달려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차 칸에 있습니다.




여행

                               - 메리 올리버

어느 날 당신은 마침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고

그것을 시작했다

당신을 둘러싼 목소리들이

계속 불길한 충고를 하고

온 집안이 동요하고

오래된 것들이 발목을 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이 억센 손가락으로

주춧돌을 들어올리고

주변의 슬픔이 한없이 컸지만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이미 충분히 늦은 황량한 밤

길에는 부러진 가지와 돌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떠날 때

구름들 사이로 조금씩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서서히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임을 깨달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이 구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삶을 구원하기로 결심하고

세상 속으로 점점 깊이 걸어갈 때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 온 그 목소리를



The Journey

                                                _ Mary Oliver

One day you finally knew

what you had to do, and began,

though the voices around you

kept shouting

their bad advice --

though the whole house

began to tremble

and you felt the old tug

at your ankles.

"Mend my life!"

each voice cried.

But you didn't stop.

You knew what you had to do,

though the wind pried

with its stiff fingers

at the very foundations,

though their melancholy

was terrible.

It was already late

enough, and a wild night,

and the road full of fallen

branches and stones.

But little by little,

as you left their voices behind,

the stars began to burn

through the sheets of clouds,

and there was a new voice

which you slowly

recognized as your own,

that kept you company

as you strode deeper and deeper

into the world,

determined to do

the only thing you could do --

determined to save

the only life you could save.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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