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맛의 거리>와 <입술우표>를 낸 곽해룡 시인의 동시집 교정지를 보고 있다.
매력있는 시인이다.
앞의 두 시집이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면,
곧 나올 시집 <이 세상 절반은 나>(가제)는 애벌레에게 나비가 될 수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주려고 쓴 시라고 한다. 젊은시절 공장생활하던 시인이 나은 미래(?)를 위해 공무원시험이나 대학을 고민하다
스물넷에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읽고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고민이 시 곳곳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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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내 집 마련이 소원이라던 어머니
오늘
집 한 채 장만하셨다
...
공원 꽃밭
풀 뽑는 희망근로
노인들 일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긴 했지만
삼만삼천 원이 어딘데, 하며
열심히 풀을 뽑았다는 어머니
오늘
소원 하나 이루셨다
호미를 쥐었던 손바닥에 잡힌
집 한 채
물집
똥
소가 눈 똥
쇠똥구리가 먹고 잘 큰다
염소가 눈 똥
풀이 먹고 잘 큰다
사람이 눈 똥
아무리 먹어도 변기는 안 큰다
풀
부러지기 않기 위해
풀은 몸을 숙인다
몸을 숙이되
풀은
바람 부는 쪽으로는 숙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