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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13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They”

흥미롭고 이분법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는 흐름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마침 '동백꽃 필 무렵'을 넷플릭스로 막 보기 시작한 터라...ㅋ

(뉴스페퍼민트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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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엄웹스터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They” 

2019년 12월 13일 

 

어느 오후, 당신이 자주 가는 카페. 늘 앉던 자리에 앉으려던 당신은 누군가 놓고 간 핸드폰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종업원에게, 아니면 (카페가 얼마나 큰지에 달렸지만) 카페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누가 핸드폰 놓고 갔나 봐요.”라고 외치겠죠. 이 말을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까요? 모든 표현이 그렇듯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보통 아래와 같이 말할 겁니다.

 

“Someone left their phone behind.”

 

“동백꽃 필 무렵” 속 홍자영 변호사처럼 문법을 깐깐하게 따지고 틀린 건 고쳐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언어 계의 세종대왕님 같은 사람이 영어권에 있다면 바로 불편해했을지 모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영어를 쓰는 나라의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영어) 선생님들이 저 문장을 봤다면 바로 빨간펜을 들었을지 모릅니다.

 

눈치채셨나요? 위의 문장은 엄밀히 따지면 인칭대명사 사용이 잘못됐습니다. 주어 ‘someone’은 누구를 뜻하는 단수인데, 뒤에 따라오는 대명사로 복수인 ‘they’의 소유격인 ‘their’를 썼기 때문이죠. 우리말로 직역해도 “누군가 그들의 핸드폰을 놓고 가셨어요.”가 되니까 뭔가 잘못되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저 말을 한 사람에게 문법이 틀렸다고 지적한다면, 그 사람은 이렇게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단수 인칭대명사를 쓰려면 남자 아니면 여자를 지칭하는 his 아니면 her밖에 없는데, 그럼 이 폰 주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합니까?”

 

영어에는 이렇게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중성 단수 인칭대명사가 마땅히 없었습니다.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 사전을 편찬하는 출판사가 10일 올해의 단어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They”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보통 사전 편찬 출판사가 뽑는 올해의 단어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현상을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신조어나 사람들이 기존의 용례와 다르게 쓰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단어가 선정되는데, “They”는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 11개 가운데 하나로 “they”를 선정하면서,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단수 인칭대명사 ‘they'”라고 용례를 밝혔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they”를 어떻게 쓰는지 살펴보면, 갈수록 “그들”이나 “그 사람들”처럼 복수로 옮기면 오역이 되는 상황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영어에는 마땅한 중성 단수 인칭대명사가 없었다. ‘everyone’이나 ‘someone’처럼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단어를 받아줄 대명사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 600년간 그 역할을 해온 건 ‘they’였다. – 메리엄웹스터

 

이렇게 문법상의 맹점을 그동안 덮어준 ‘they’가 문화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쓰임새를 얻게 된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바로 이 이유로 기계적으로 빨간펜을 들려던 선생님은 유기체처럼 진화하는 언어의 속성을 모른다는 핀잔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세상에 성별이 남자 아니면 여자 둘밖에 없다고 가정하시느냐”는 핀잔까지 받을지도 모릅니다. 메리엄웹스터의 선정 이유를 좀 더 살펴보죠.

 

또한, 최근 들어 ‘they’는 스스로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여기는 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대화나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문법을 검수하고 교정한 뒤 출판하는 글에서도 제3의 성을 지칭하는 대명사 ‘they’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메리엄웹스터

 

명백하게 남성을 뜻하는 대명사(he/his/him)도, 명백하게 여성을 뜻하는 대명사(she/her/her)도 모두 맞지 않는 옷으로 여기던 이들에게 복수 “그들”도 아니고, 단수이면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 혹은 성별이 없는 단수 “그사람”을 뜻하는 대명사(they/their/them)가 새로운 옷이 됐고, 그 옷이 큰 유행을 탄 겁니다.

 

인터넷 검색 건수가 유행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면 확실히 단수 ‘they’는 올해의 대세 단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리엄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기준 가운데 실제로 검색 동향이 있고, ‘they’는 올 한 해 지난해보다 검색 빈도가 313%나 늘었습니다. 메리엄웹스터의 선임 에디터 에밀리 브루스터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단수 인칭대명사를 쓸 필요가 있는 상황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럴 때 ‘they’를 써도 되는지 확인해보고자 온라인 사전을 검색해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남성 혹은 여성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여기는 성소수자들은 자동으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습니다. 이들에게는 대단히 폭력적인 세상인 셈이죠. 그래서 성소수자들은 ‘they’라는 단수 인칭대명사를 더욱더 반기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커밍아웃한 가수 샘 스미스(Sam Smith)는 오랫동안 중성 혹은 제3의 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샘 스미스가 9월에 올린 트윗: “이제 나를 지칭하는 대명사는 ‘they/them’이다. 오랫동안 나의 성정체성을 두고 씨름해왔는데, 기나긴 전쟁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으려 한다.”

 

메리엄웹스터가 9월 they의 용례에 단수 인칭대명사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추가한 데 이어 미국심리학회(APA)도 올해 들어 they를 단수 인칭대명사로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심리학회는 그 이유로 “단수 인칭대명사 they의 용례를 보면 그동안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쓰임새가 있다. 또한, they를 단수 인칭대명사로 쓰면 글쓴이가 성별에 대해 가지게 되는 무의식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안 문법적으로 옳지 않으므로 ‘they’를 단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굽히지 않던 AP통신도 비판이 끊이지 않자, 지난 2017년 마지 못해 기준을 정정했습니다. 이제 AP통신의 취재기자와 편집기자는 특정 성별을 지칭하지 않는 단수 대명사 ‘they’를 기사에 써도 교열팀의 지적을 받지 않습니다. AP 스타일북의 편집자인 파울라 프로크는 당시 기준을 바꾸기로 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사실 단수 인칭대명사 ‘they’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래도 이제 기준을 바꾸기로 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사람들의 구어에 ‘they’가 단수 인칭대명사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지칭할 수 없는 사람들을 표현할 대명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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