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든 강간은 두 번 일어날 수 있는가
신형철의 격주시화(隔週詩話)
_40년 전 시를 지금 여기에서 읽으며
_40년 전 시를 지금 여기에서 읽으며
강간(rape) 에이드리언 리치(Adrienne Rich)밤 사냥꾼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한, 어느 경찰이 있다.
그는 당신과 같은 동네 출신이고 당신의 남자형제들과 자랐으며
어떤 이상(理想)도 갖고 있다.
부츠를 신고 은(銀) 배지를 달고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만질 때의 그는
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당신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를 알게 되어야만 한다.
그는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기구에 접근 가능한 사람.
그와 그의 종마(種馬)가 군벌(軍閥)들처럼 쓰레기 사이를 어슬렁댄다.
그의 이상이 공중에 서 있다.
웃음기 없는 입술 사이에서 생겨난, 얼어붙은 구름.그리하여, 때가 되면, 당신은 그에게 의지해야 한다.
미치광이의 정액이 아직도 허벅지에 끈적이고
정신은 실성한 듯 빙빙 도는데.
당신은 그에게 자백을 해야만 한다, 당신은
당신이 당한 그 범죄에 대해 유죄이므로.그리고 당신은 그의 푸른 눈이, 당신이 알고 지내 온 그 모든 가족들의 푸른 눈이
가늘어지면서 번들거리는 것을 본다.
그의 손이 세부사항들을 타이핑한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을 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은 당신 음성에 실린 격렬한 흥분.당신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는 이제 당신을 안다고 여긴다.
그는 당신의 최악의 순간을 타이프라이터로 적어 내렸고
그것을 서류철에 넣어 보관했다.
그는 안다, 혹은 안다고 여긴다, 당신이 얼마나 많이 상상했는지를.
그는 안다, 혹은 안다고 여긴다, 당신이 무엇을 은밀히 소망했는지를.그는 당신을 처넣을 수도 있는 기구에 접근 가능한 사람.
만약, 경찰서의 그 역겨운 불빛 속에서
만약, 경찰서의 그 역겨운 불빛 속에서
당신이 말하는 세부사항들이 고해신부의 초상을 그려내는 것처럼 들린다면
당신은 삼킬 것인가, 모두 부정할 것인가, 거짓말을 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Diving into the wreck, 1973) 수록.
* 에이드리언 리치 시선집 <문턱 너머 저편>(한지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의 번역이 빼어나지만 달리 읽은 부분도 있어 졸역을 여기에 보탠다.
그는 당신과 같은 동네 출신이고 당신의 남자형제들과 자랐으며
어떤 이상(理想)도 갖고 있다.
부츠를 신고 은(銀) 배지를 달고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만질 때의 그는
당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당신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를 알게 되어야만 한다.
그는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기구에 접근 가능한 사람.
그와 그의 종마(種馬)가 군벌(軍閥)들처럼 쓰레기 사이를 어슬렁댄다.
그의 이상이 공중에 서 있다.
웃음기 없는 입술 사이에서 생겨난, 얼어붙은 구름.그리하여, 때가 되면, 당신은 그에게 의지해야 한다.
미치광이의 정액이 아직도 허벅지에 끈적이고
정신은 실성한 듯 빙빙 도는데.
당신은 그에게 자백을 해야만 한다, 당신은
당신이 당한 그 범죄에 대해 유죄이므로.그리고 당신은 그의 푸른 눈이, 당신이 알고 지내 온 그 모든 가족들의 푸른 눈이
가늘어지면서 번들거리는 것을 본다.
그의 손이 세부사항들을 타이핑한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을 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은 당신 음성에 실린 격렬한 흥분.당신은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는 이제 당신을 안다고 여긴다.
그는 당신의 최악의 순간을 타이프라이터로 적어 내렸고
그것을 서류철에 넣어 보관했다.
그는 안다, 혹은 안다고 여긴다, 당신이 얼마나 많이 상상했는지를.
그는 안다, 혹은 안다고 여긴다, 당신이 무엇을 은밀히 소망했는지를.그는 당신을 처넣을 수도 있는 기구에 접근 가능한 사람.
만약, 경찰서의 그 역겨운 불빛 속에서
만약, 경찰서의 그 역겨운 불빛 속에서
당신이 말하는 세부사항들이 고해신부의 초상을 그려내는 것처럼 들린다면
당신은 삼킬 것인가, 모두 부정할 것인가, 거짓말을 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Diving into the wreck, 1973) 수록.
* 에이드리언 리치 시선집 <문턱 너머 저편>(한지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의 번역이 빼어나지만 달리 읽은 부분도 있어 졸역을 여기에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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