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님이 쓰신 글을 퍼왔다.

새겨둘 만한 글이라 담아두고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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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열 살까지 얼마나 실컷 놀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상상력이 좌우된다



“나는 앞으로 일본에서는 신분이나 권력이나 돈에 의한 ‘계급사회’가 아니라, 독서 습관이 있는 사람과 독서 습관이 없는 사람으로 양분되는 ‘계층 사회’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비즈니스북스)의 저자인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는 대학생 6명에게 도서관에 있는 서적이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조건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게 만들었다. 하루 독서 시간이 제로인 학생이 네 명, 30분인 학생이 한 명, 두 시간인 학생이 한 명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인터넷 검색만으로 완성한 리포트는 논리적 전개가 부족하고 여러 갈래로 퍼진 주제를 제대로 편집하지 못했다. 정보를 있는 대로 죄다 끌어 모아 나열했을 뿐,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만의 의견도 거의 없었다. 반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학생은 주제를 잘 뽑아냈다. 스스로 가설을 세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이 학생은 책을 접함으로써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물론, 나름의 논지를 전개했다.

 

후지와라는 “새삼 느끼는 것은 독서를 통해 지식의 인풋을 축적해 나가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이라는 것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책으로는 얻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얻은 정보만으로는 얕은 사고밖에 할 수 없다는 의견에는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깊게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절대 책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성장 사회에서는 퍼즐형 사고와 정보 처리력이 요구되었지만, 성숙 사회에서는 레고형 사고와 ‘정보 편집력’이 필수적인 기량이라고 말한다. 정보 처리력은 조금이라도 빨리 정답을 찾아내는 힘을 말한다. 과거의 교육은 주로 ‘보이는 학력’이라는 정보 처리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형 성숙사회에서 요구되는 자질은 정보 편집력이다.



“정보 편집력은 익힌 지식과 기술을 조합해서 ‘모두가 수긍하는 답’을 도출하는 힘이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수긍할 수 있는 답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두가 수긍하는 답을 도출하는 힘이란 단순히 퍼즐 조각을 정해져 있는 장소에 넣는 것이 아니라 레고 블록을 새롭게 조립하는 것이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며 조합 방법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그런 가운데 자기 나름의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요구된다. 하나의 정답을 찾는 정보 처리력에서 필요한 것이 ‘빠른 머리 회전’이라고 한다면 정해진 답이 아닌 새로운 답을 찾아가야 하는 정보 편집력에는 ‘유연한 머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앞으로 정보 편집력이 중요해진다고 하지만 정보 처리력과 정보 편집력은 자동차의 양바퀴와 같다. 초등학교에서는 정보 처리력에 비중을 두어 기초 학력을 키우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상급 학교로 갈수록 정보 편집력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 편집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다섯 가지 응용력과 하나의 기술을 제시한다. 다섯 가지 응용력은 다음과 같다.

 

1. 소통하는 힘(다른 생각을 지닌 타인과 교류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기술) : 국어, 영어

2.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상식이나 전제를 의심하면서 유연하게 복안사고를 하는 기술) : 수학

3. 시뮬레이션하는 힘(머릿속에서 모델을 그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유추하는 기술) : 자연과학

4. 롤플레잉하는 힘(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이나 마음을 상상하는 기술) : 사회과학

5. 프리젠테이션하는 힘(상대방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표현 기술) : 실기교과(음악, 미술, 체육, 기술, 가정)

 

비판적 사고력을 뜻하는 ‘크리티컬 싱킹’은 이 다섯 가지 능력과 더불어 정보 편집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 가지 기술이다. “크리티컬 싱킹의 본질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여 주체적인 의견을 지니는 태도, 즉 본질을 통찰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크리티컬 싱킹을 ‘복안 사고’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물을 단락적인 패턴만 인식하는 것으로 포착하지 않고 다면적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저자는 다섯 가지 능력과 하나의 기술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누이 강조한다. 하지만 책만 읽는다고 해서 정보 편집력이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강조한다. 그러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정보 편집력을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예기치 못한 만남이 중요하며, 그것을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놀이’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문제에 부닥쳤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정보 편집력이 키워진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부닥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키울 수 있다. 어떤 놀이라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변화가 풍부하다. 막상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요소가 많아 늘 수정이 필요하다. 즉 ‘정답주의’로는 놀이를 즐길 수 없다는 말이다.

 

놀이는 성숙 사회에 꼭 필요한 정보 편집력의 토대가 된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이가 열 살까지 얼마나 실컷 놀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상상력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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