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글이지 싶다. 기본소득의 근거를 찾는 글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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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향한 희망, 돈에 의한 공포

Hope and Fear



사람의 삶에는 실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요소들이 있는가 하면, 행운이든 불행이든 변하기 쉬운 요소들도 있다. 변하지 않는 요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변하는 것들은 희망과 공포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한 사람의 감정적인 삶의 특징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의 감정이란 확실한 쪽보다는 의심스러운 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의 소득이 고정되어 있다면 돈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의 사회적 지위가 불변이라면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속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기 조국의 위대함이 확고하다고 믿는다면 맹렬한 국수주의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가치 집합을 살펴보자. 만약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구제 불능일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면 지적 야망을 품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에게 미적 감각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예술적 탁월함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이 구제 불능일 정도로 평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명성을 바라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 바깥의) 현대 세계에서는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평균적으로 과거 어느 시절보다 가변적이다. 누군가는 투기로 1년에 100만 달러를 벌었다가 다음 해에 그 돈 전부를 날릴 수도 있다. 그가 100만 달러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훌륭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지만 돈을 날리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서구 세계 전역에 걸쳐 대다수 사람들이 2년 전보다 지금 훨씬 더 가난하다. 반대로 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부유해진다.


이런 불확실성의 결과로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돈에 집착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집착이 소수 집단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경제적 불확실성의 당연한 결과로서 사람은 이제 이 쟁탈전에서 거둔 성공에 비례하여 존경받게 됐다. 그 길에서 비켜서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존경받지도 못한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까닭은 많은 돈보다 다른 것을 더 소중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소심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금전적 성공이라는 이상을 젊은이들에게 제시한다. 젊은이들은 영화에서 사치에 관한 묘사들을 접하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갑부들이 대리석 홀이 있는 집에서 눈부신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여성들을 거느리고 있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대개 끝에 가서 이 성공한 계층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심지어 예술가들조차도 그가 버는 돈의 양에 따라 평가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으로 특정할 수 없는 가치는 무시당하게 됐다. 이 투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든 종류의 감수성을 실패의 증후로 여기는 것이다. 


100년 전에는 부자들이 교육과 문화 면에서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렇지 못하면 존경도 받을 수 없었다. 오늘날에는 교육과 문화가 가난뱅이라고 무시당하는 교사와 교수들에 국한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 체제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명의 손실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일단은 이 손실을 실감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손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세계가 전적으로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근거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재정적인 지위를 잃는 일이 별로 없고 그 상태를 쉽게 개선할 수도 없는 세상에서는 돈보다는 다른 어떤 것의 가치가 더 무게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하는 금전욕을 줄이고자 한다면, 모두가 필요한 만큼 가지되 누구도 과하게 가지지는 않는 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첫걸음을 떼야 할 것이다.(1931.10.7.)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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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들에게 부모가 살아온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부모 대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여긴다. 아이들이 가여울 수밖에 없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면 어떨까? 조급해하지 말고.... 말처럼 쉽지 않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 

이 글을 읽고 기본소득과 교육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다면 좋겠다.



[제정임의 문답쇼, 힘] ③ 김대식 교수 “다가온 인공지능시대··· 기계처럼 일한다면, 당신은 위험하다”


뇌과학자인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김대식(47) 교수는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곧 대부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지금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창의성 있는 인간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교육, 복지, 조세 등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아무것도 안 하면 자동으로 디스토피아(지옥)로 가는 것이고 유토피아(천국)를 만들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4월 7일 SBS CNBC에서 방영된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방송의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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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한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인공지능이 가져올 교육, 사회, 경제 등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SBSCNBC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인공지능 연구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교수님은 뇌과학을 연구하시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학문인데, 뇌과학이란 어떤 연구인가요?

김대식(카이스트 전기ㆍ전자공학과 교수): 우리가 뇌를 연구할 수 있는 분야는 첫 번째로 뇌를 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의사들이 뇌 질병이나 자폐증·치매 등을 연구하는 상당히 중요한 분야죠. 두 번째는 인지 뇌과학입니다. 약간 심리학적 개념으로 ‘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걸까’, ‘머리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왜 우린 이런 상황에서 이런 판단을 하는 걸까’라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세 번째 분야는 약간 공학적인 개념입니다. 뇌는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자아를 만들 수 있고,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잖아요. 우리가 지난 몇 십 년 동안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예제, 생각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뇌를 모방해서, 또는 거꾸로 역공학해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뇌 공학, 또는 인공지능 분야입니다. 제 연구 분야는 뇌공학과 인지 뇌과학 정도입니다.

제: 그런데 얼핏 생각하면 우리의 뇌는 단백질 덩어리고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는 실리콘, 여러 가지 금속, 플라스틱인데 어떤 원리가 비슷할까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작동원리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 뇌를 복사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뇌는 말씀하신 대로 단백질이고 그 안에 신경세포가 10의 11승이 있고, 또 10의 15승 되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고, 정말 무한으로 복잡한 기계인거죠. 이것을 복사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릅니다. 뇌를 복사하기 위해서는 그냥 아이를 가지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뇌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가장 잘하는 것, 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모방하는 것이죠.

■뇌 과학자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의 의미

제: 교수님이 쓰신 여러 가지 글을 보면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삶은 왜 의미가 있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셨어요. 뇌 과학자인데 왜 이런 질문을 할까요.

김: 네.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제가 그러면 되묻습니다. 본래 그런 질문이 과학자가 해야 할 질문이 아니냐고요. 현대 과학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3000년 전의 그리스겠죠. 수염 난 할아버지들이 하얀 수건 같은 것을 두르고 지중해 바닷가에 누워서 하늘을 보신 거잖아요. 은하수부터 시작해서 초롱초롱한 별들을 보면서 너무 궁금했겠죠. 도대체 저게 뭘까. 그리고 드디어 이분들이 종교나 전설이 아니고 논리와 이성을 사용해서 세상을 이해해보자고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신 거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안 풀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이 조금씩 방법론적으로 나뉘기 시작한 거죠. 어떤 분들은 수학을 사용해야 된다, 어떤 분들은 실험을 해야 한다, 어떤 분들은 시를 쓰자, 어떤 분들은 그림을 그리자, 어떤 분들을 철학을 해야 한다. 결국은 저희가 지금 알고 있는 철학, 문학, 예술, 수학, 과학은 사실 인간의 동일한 노력에서 나온 것이죠.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노력이요. 이해하는 방법이 다양할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지능, 또는 뇌에 대해서 연구할 때는 수학이나 코딩 등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만요. 뇌라는 것이 지구에서 상당히 특별한 인간이라는 동물을 가능하게 하고, 더 재미있는 건 뇌에 대해서 생각하는 나 자신도 뇌 덕분에 생각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철학적인 질문을 배제하고서는 이런 (과학적인) 질문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철학자의 질문을 던지고 과학자의 답을 얻는 것이군요.

김대식 교수는 철학적 질문을 하지 않으면 과학적인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이 벌어져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는데요. 하필이면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몰랐던 인공지능에 대해서, 인공지능이 불러올 사회변화에 대해서 엄청난 각성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분야를 전공하신 김대식 교수님은 이번 대국을 어떻게 보셨나요?

■‘이세돌 승리’ 확신은 기계를 몰랐던 인간의 실수

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세돌 9단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세돌 9단이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서요. 하필이면 중요한 21세기, 2016년 3월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국이 서울에서 벌어졌어요. 딥마인드에서 3월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당연히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 칼럼에도 썼고, 인터뷰도 했고요.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 바둑 전문가는 물론 이세돌 9단께서도 본인이 이긴다고 했죠. 

우리가 왜 이런 예측을 하게 됐을까. 알파고는 인간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수십만 번 사람들이 둔 바둑 기보를 가지고 학습했잖아요. 그런데 거꾸로 우리는 기계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네이처지 논문에 나온 내용과 2015년에 알파고가 유럽챔피언 판후이하고 뒀던 바둑기보예요. 모든 전문가는 판후이가 프로급으로 1단 정도 할 것 같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알파고도 당시에 그렇게 잘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냥 판후이보다 조금 더 잘했죠. 많은 분들이 이세돌은 9단이고, 알파고는 한 3단 정도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대국까지 약 6개월이 있는데 알파고가 진화하더라도 5단~6단이다, 아무리 잘하더라도 7~8단이지 9단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졌죠. 3월 9일 첫 대국에서는 사실 이세돌 9단이 그렇게 잘하지 못했을 거예요. 긴장했겠죠. 그런데 알파고가 조금 더 잘했습니다. 2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상당히 잘했습니다. 그런데 알파고가 또 조금 더 잘한 거예요. 여기서 우리는 약간 섬뜩한 결론을 하나 낼 수 있는데요. 어쩌면 알파고의 진정한 능력을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알파고는 인간이 아니에요. 다시 말해서 얘는 본인이 딱 이길 만큼만 잘한다는 거죠. 판후이하고 할 때는 판후이보다 조금 더 잘하고, 못하는 이세돌과 할 때는 못하는 이세돌보다 조금 더 잘하고, 잘하는 이세돌과 할 때는 그보다 조금 더 잘하는 거죠. 마치 우사인 볼트가 초등학생하고 달리기할 때 초등학생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고등학생하고 할 때는 고등학생보다 좀 더 빠르게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결론은 우리가 알파고의 진정한 능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승리를 예측했다는 겁니다.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할 때, 기계라는 것을 모르고 봤다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얘기했을 것 같아요. 인간 중 가장 천재적인 기사라고 착각을 했을 겁니다. 결론은 뭐냐면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서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약한 인공지능(독립성과 자의식은 없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잘하면 천국 같은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고 우리가 못하면 지옥 같은 디스토피아도 될 수 있습니다. 단, 우리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일 때 얘깁니다. 강한 인공지능(독립성과 자의식이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더 이상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가 못하는 영역의 개척이 필요하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제: IBM은 왓슨(인공지능컴퓨터)을 의료 쪽으로 발전시켜서 암 진단에도 응용을 하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구글은 알파고를 앞으로 어느 쪽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하세요?

김: 우선 알려진 것으로는 딥마인드에서 올해 초부터 영국 의료보험이죠, NHS(National health Service)와 함께 의료 데이터를 진단용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IBM하고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이죠. IBM하고 구글이 최고의 경쟁사가 되겠죠. 이번에 딥마인드의 경우 바둑을 마스터했고, 작년에는 벽돌 깨기 비디오게임을 마스터했고, 작년 인터뷰를 보면 스타크래프트 대결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구글 같은 회사가 딥마인드를 인수하는데 천문학적인 돈, 4천억 이상을 투자해놓고 비디오 게임 잘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 하진 않을 겁니다. 구글이 바둑소프트는 만들지는 않을 것이고, 뭔가로 돈을 벌려고 하겠죠.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지만 소문을 들어보면요, 이번에 알파고 같은 비슷한 알고리즘으로 월스트리트 최고 투자자의 뇌를 한번 분석, 적용해보자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우리가 워렌 버핏에게 어떻게 투자를 이렇게 잘 하느냐고 질문할 수 있겠죠. 하지만 워렌 버핏은 말로 답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왜냐면 대부분 직관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투자의 비법이 표현만 된다면, 그 데이터를 구글이 얻을 수 있다면 10년, 20년 내에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자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이런 분야를 요새 로보 어드바이저라고 부르는데요. 사실 이미 웬만한 사람보다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에서는 사람들 다 내쫓고 기계로 바꾸겠다고 결론을 냈고요. 성과가 더 좋으니까요. 아직 이분들은 딥러닝 같은 최고 발달한 기술을 쓰지도 않았는데도 그런 성과가 난다면, 알파고와 같은 기술을 도입할 경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겠죠.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인간적’이어야

제: 인공지능이 폭넓게 도입이 될 경우 인류가 안고 있는 난제 중 먼저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할 만한 분야가 뭘까요.

김: 상당히 많은 질병의 치료 방법을 기계가 만들어 줄 수 있고요. 무한 에너지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유토피아 책에서 봤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제대로만 활용되고, 그 생산성의 결과물만 합리적으로 재분배된다고 전제하면 국민소득 평균 3만 달러가 30만 달러, 300만 달러가 되지 못하라는 자연의 법칙은 없습니다. 이것이 유토피아인 거죠. 문제는 우리 인간도 결국은 몸 아니면 머리를 사용한다는 거예요. 이제까지 몸을 사용해서 하는 일들은 기계한테 넘겨주고 우리는 머리를 사용하는 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머리를 사용하는 일마저 기계한테 넘겨주면 인간이 갈 데가 없다는 거죠. 물론 새로운 직업들 많이 만들어질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인공지능 알파고를 예쁘게 꾸며주는 기계 미용사가 나올 수도 있고. 가상현실 작가가 나올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일자리를 다 합쳐도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하기에는 모자라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대부분의 직업들, 특히 우리가 얘기하는 화이트칼라 직업들이 위험해집니다. 1차, 2차 산업혁명 땐 블루칼라 직업들이 위험해졌잖아요. 물론 안전한 직업들도 있습니다. 안전한 직업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업이나 사회 또는 조직에서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 되는 직업입니다. 왜냐면 그분들은 책임을 져야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요즘 우리가 비행기를 타면 90%의 시간은 컴퓨터가 조종을 합니다. 오토파일럿으로요. 하지만 여전히 파일럿은 필요합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되니까요. 만약 우리가 비행기를 탔는데 “재미있게도 오늘은 파일럿이 안 탔다. 알파고 파일럿이 열심히 조종하고 있다”고 방송이 나오면 난리가 나겠죠. 그런 건 불가능할 겁니다.

두 번째는 인간을 이해하는 행위가 필요한 직업입니다. 교육 관련 직업이 많이 해당되고요. 특히 아동교육이요. 또 협상, 광고, 영업, 심리치료사, 예술가와 같은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직업도 다 그쪽에 들어가겠죠. 인간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가장 크면서도 가장 애매모호한 영역인데요.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 지적인 노동이 있지만 매번 무언가를 새로 해야 되므로 반복성이 없는 직업입니다. 결론은 뭐냐 하면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가 분석해야 할 것은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얼마만큼 반복성이 있고 내가 얼마만큼 기계화됐나 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생각했을 때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나는 이미 반은 기계다, 그때는 많이 위험하거든요. 그렇다면 다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오셔야 됩니다.

제: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해야 되는 군요.

김: 우리가 기계하고 경쟁할 때, 인간이 아무리 기계 흉내를 내더라도 더 좋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인간적이어야 되겠죠. 모든 기술이 그렇지만 특히 인공지능은 우리가 잘만 활용하면 유토피아고 잘못하면 디스토피아입니다. 근데 이거는 좀 기억해야 될 것 같아요. 역사에서도 항상 그랬지만, 천국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아주 쉬워요. 그게 항상 문제인거죠. 우리가 편하게 아무것도 안 하면 100% 지옥으로 갈 겁니다. 자동으로 가는 길은 지옥이고 디스토피아예요. 유토피아나 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육체노동과 지식노동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가 못하는 영역의 개척이 필요하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국·영·수에 치중한 교육시스템 전면적 개혁 필요

제: 교육이 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지금처럼 국·영·수 잘하게 키우는 거로는 불충분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너무 막연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이 문제를 이미 한 번 풀어봤거든요. 1차·2차 산업혁명 때요. 18세기, 19세기에 수많은 폭동과 전쟁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도 1차 기계혁명과 산업혁명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왔을까요. 19세기에 있었던 혁신적인 발전 덕분입니다. 크게 3가지 혁신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첫 번째는 프랑스에서 공교육이 시작된 것입니다. 20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문맹이었습니다. 글을 모르는 농부의 자식들이 공장이나 회사에서 일하려면 적어도 글을 읽고 써야 했고, 웬만큼 수학을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게 바로 국·영·수의 시작입니다. 당시에는 상상을 초월한 혁신이었습니다. 그때의 기계들은 지적인 노동을 못했잖아요. 모든 프랑스 국민에게 삽질을 더 빨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줘도 불도저가 나오면 끝인 거예요. 그래서 기계가 못 하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한 겁니다. 두 번째는 정치적으로 아주 보수적이었던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사회보장제도를 만드신 거예요. 안 하면 폭동이 일어날 테니까요. 그래서 사회보장제도로 노후대책, 의료보험, 실업자 연금 같은 걸 만드신 거죠. 마지막으론 영국에서 세금제도를 바꿨습니다. 그전까지 국가 대부분의 소득은 농업을 통해서 왔는데, 농업이 없어지고 공장이 생기니까 부가가치세라는 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걸 또 한 번 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교육이에요. 20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18세기 초 나폴레옹 때 만들어진 공교육을 갖고 있어요. 국·영·수죠. 문제는 지금 10대들이 20년 후에 노동시장에 들어갈 때, 다른 건 몰라도 기계가 인간보다 국·영·수를 100% 더 잘 할 거라는 겁니다. 따라서 저희가 이 시점에 국·영·수를 가르치는 것은 200년 전 프랑스 국민에게 삽질하는 걸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기계가 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야 되겠죠.

두 번째로 사회보장제도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비스마르크시대에는 100% 일을 하고 사람들이 60~65살까지만 산다는 전제에 만들어진 시스템인데요, 50%만 일을 하고 100살까지 살 때는 안 됩니다. 직업이 더 많이 생기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지금으로서는 50% 정도는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일자리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분들한테도 소득이 있어야 하잖아요. 소비자니까요. 알파고가 제일 못 하는 것 중 하나가 소비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소비를 해야 하니까, 소비하는 능력에 대해 우리가 소득을 줘도 되겠죠. 물론 내가 자아실현을 하지 않고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하는 것만으로 소득을 받는다면 노예근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소득만큼은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이 기본소득은 유럽에서 쓰는 단어고 미국에서는 역소득세인데 똑같은 얘기예요.

제: 최저한도의 소비 수준을 유지시켜줄 만큼은 주자는 거죠?

김: 사회에서 소비가 필요하니까요. 그렇다면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줘야 된다는 거예요.

제: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일자리를 나눠서 모든 개인이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할 수 있는 길은 열어 줘야 된다는 거죠?

김: 그렇죠. 근데 여기서 얘기하는 일이라는 게 기존의 일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일이 직접 사회에 생산성을 늘리는 일은 아니고, 가상직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인공지능시대 같은 식으로 많은 분들은 기본소득만 있으면 되겠다고 하는데, 이미 그런 사회가 있습니다. 미국의 노스다코타 같은 경우는 미국 원주민들이 사는 도시가 있어요. 인디언들의 땅을 뺏은 미국이 죄책감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기본월급을 주고, 모든 의료혜택과 교육이 무료입니다.

제: 먹고 살수는 있도록 해주는 거죠.

김: 그렇다면 이분들이 시를 쓰고 철학을 할까요? 아니요. 미국에서 알코올 중독률이 가장 높습니다. 마약 중독률도 가장 높고요. 그래서 이 경우는 적절한 답이 아닌 것 같고요. 프랑스에서 생각하고 있는 건 가상회사를 만들어서 일자리가 없는 분들을 거기서 트레이닝 시켜줍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게요. 그리고 이분들은 트레이닝을 받고 가상으로 일도 하세요.

제: 사실 지금 우리 경제상황을 생각해보면 참 먼 얘기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급식 같은 것으로도 싸우고 있는 나라니까요. 하지만 그런 토론의 논지, 근거, 아이디어와 같은 것들을 우리가 주목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회의 큰 흐름 이해할 수 있게 아이들 가르쳐야 

김: 이게 사이언스 픽션(공상과학) 아니냐 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특이점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의 특징, 특히 인공지능의 특징은 상당히 오랜 기간 또한 천천히 발전하다가 어느 한순간부터 급격하게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을 합니다. 이 시점을 특이점, ‘싱귤러리티(singularity)’라고 부르는데요, 이날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예요. 미국에서는 11월 추수감사절에 식구들이 다 모여서 칠면조를 먹잖아요. 11월 25일에 칠면조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칠면조 중 아인슈타인이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한 번 분석을 해보는 거예요. 보니까 1년 동안 농부가 아침 8시에 와서 먹을 걸 줬거든요. 그 농부는 당연히 좋은 사람이고요. 11월 26일이 조금이라도 다를 것 같지 않다는 거예요.

제: 그렇죠. 과거의 데이터는 항상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김: 대한민국의 미래도 우리가 지금까지 이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항상 싸웠듯이 10년, 20년 100년 계속 갈 거라는 느낌이 나겠지만요. 이 칠면조들은 11월 26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약간 기대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깜짝 놀랄 일이요. 이게 특이점의 문제라는 거죠. 어느 한순간 우리도 이런 얘기 하다가 갑자기 다른 세상에 갈 수 있다는 거고요. 노키아 같은 경우에도 망하기 일주일 전까지 노키아 10년 미래를 기획하는 태스크포스(TF)가 있었대요. 자신들도 몰랐던 거예요. 그런 식으로 우리가 인공지능시대에 기본소득을 어떻게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느 한순간에 이게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예측 불가능한 인공지능의 특이점(singluarity)이 단순히 터무니없는 사이언스픽션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제: (교육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 이런 답답함을 가지고 있거든요.

김: 저도 답을 모르죠. 제가 그 답을 안다면 인공지능에 대비한 대치동 학원을 하나 차려서 재벌이 되겠죠. 단 우리가 큰 예측을 해볼 수는 있겠죠. 아까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 수능 말씀하셨는데, 그럼 이걸 지금 당장 포기해야 될까. 그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할 하루 전까지 수능시험이 있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이 현실에 산다면 지금 하는 것은 계속 해야 됩니다. 단, 더해서 미래에 중요하다고 예측되는 것들, 코딩(프로그램방법) 같은 것을 더해야 하고요. 거기서 끝이 아니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준비해야 된다는 겁니다. 이게 뭘까요. 아이들이 배워야 될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는 세상을 거시적으로 보는 겁니다. 내가 나중에 변호사가 되든 과학자가 되든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변화가 어디서 언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단 언젠가는 일어날 것을 알고, 그 언젠가가 100년이 아니라는 것까지만 우리가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눈을 크게 뜨는 겁니다. 이게 알파고의 역할이었는데, 눈을 크게 뜨고, 그 크게 뜬 눈을 2주 만에 감지 말고, 계속 사회에 관심을 보여줘야 됩니다.

제: 사회의 큰 흐름에 관심을 갖고 이해를 해라, 파악을 해라, 그런 뜻이죠?

김: 그렇죠. 지금 10대한테도 신문 읽기를 가르쳐주고. 이걸 어떻게 보면 인문학적인 관점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사회 큰 흐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라는 것을 우선 가르쳐줘야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관심만 갖는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관심은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겠죠. 다시 말해서 평생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싶은, 공부할 수 있는, 변화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줘야 되겠죠.

세 번째는, 이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스킬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잔소리를 통해서 사회에 관심을 갖고 적응하는 것이 아니고 내부동기를 심어줘야 된다는 겁니다. 이건 내 인생이고 내 자아고, 내 미래이기 때문에, 내가 나의 미래를 위해서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발견하면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죠. 이게 제일 어렵죠. 왜냐? 내부동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자란다면, 내가 무엇을 원하나, 나는 누굴까 하는 질문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질문은 학원 2개 다니는 중간 쉬는 시간 10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독일서 다니다가 고등학교가 싫다고 뛰쳐나온 거잖아요. 1년 동안을 북 이태리의 파비아 도시에서 그냥 놀았습니다. 1년 동안 놀면서 나는 뭘 원하고, 난 뭐가 좋고, 나는 누군가를 생각했죠.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왜 빛이라는 게 있을까?’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 거죠. 물론 여기서 1년 쉰다고 모두가 다 아인슈타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 아인슈타인 되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져야 된다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가 얘기하는 아인슈타인은 노벨상을 타는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세상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입니다. 우리 인간이 가져야할 능력은 창의성이에요. 너무나도 평범한 답인데, 재미있는 점은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대기업에 임원으로 있으면서 창의성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창의적이지 않아도 잘 살고, 사실 창의적이지 않은 것이 먹고 사는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창의적이지 않으면, 또 내가 스스로 세상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으면, 내가 하는 일은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정보기술발전 비해 개발 더딘 재난구조 로봇

제: 저는 과학자들에게 막연한 경외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술에 대해서 한때 냉소적인 생각이 든 적도 있었어요. 작년 재작년에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겪었잖아요. 우리가 우주에도 왔다 갔다 하는 시대에 저 선실 안에 있는 희생자를 수색하는데 저걸 제대로 해낼 로봇이 하나 없나, 기술의 진보라는 게, 재난 로봇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데 왜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갈까 실망을 했습니다. 이게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건가요?

김: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것들은 저희가 의외로 못합니다. 뭔가가 움직이고 그러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의 최고 천재들이 최고의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무한한 비용을 투자하는데도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도 여전히, 우주선을 띄우면 다섯 번 중 한 번은 폭발합니다. 그런가 하면 거꾸로 몸이 필요 없는 것들, 물질적이 이동이 필요 없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쉽습니다. 스마트폰, 위치확인시스템 등 정보의 역학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빨리 발전했습니다. 우리가 후쿠시마 재난 로봇 하나 없냐. 너무 맞는 말씀이지만, 거꾸로 우리가 꿈조차 꾸지 못했던 것을 이뤄냈죠. 이 두 가지 기술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서도 비슷한 관점으로 터미네이터 같은 기계가 인간을 밟고 지나가는 미래는 멀어요.

데이터 공개를 꺼리는 한국은 인공지능시대를 앞서가기 어렵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데이터 공개 꺼리는 정부와 기업, 인공지능 발전 막아

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등은 검색엔진 회사거나, SNS 회사거나 전자상거래 데이터가 엄청 많은 회사들인데, 이들이 인공지능개발에 앞장서는 것은 빅데이터 사용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김: 네 그렇습니다. 지금 기계학습적인 인공지능을 주도하는 회사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바이두. 공통점이 하나 있죠. 그건 뭐냐면 인간의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이미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이번에 알파고에서도 봤지만, 알파고도 바둑에 대한 직관을 얻기 위해서 프로 기사들의 12만개 기보를 가지고 학습을 했다는 거죠. 기계 학습은 항상 데이터가 고픕니다. 구글이나 바이두는 그런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어떻게 따라 잡아야 할지 고민을 해야 될 텐데, 우리나라는 두세 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첫 번째는 기술자체입니다. 이건 다 소프트웨어잖아요. 알고리즘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다 논문으로 나와 있고 퍼블릭 도메인(공개된 장소)이기 때문에, 몇 달 열심히 공부하면 대부분 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문제는 두 번째, 데이터가 없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정부와 대기업도 본인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조차도 다 막혀 있어요.

제: 제공을 안 한다는 거죠? 연구자들에게.

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드는데, 우리는 이름하고 주민번호 알겠다는 거 아니고 통계만 알고 싶은 거예요. 은행, 건강, 행정, 교통, 그 많은 데이터가 있는데 쓸 수가 없습니다.

세 번째는 인력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총 통틀어 딥러닝 전문가가 20명이 안 될 거예요.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서 전 세계의 최고의 전문가를 키워야 된다는 겁니다. 제 개인적으로 느낌으로는, 우리나라에 인공지능 전문가 1000명만 키우면 세상을 정복할 수 있습니다. 박사학위 받기 위해 5년이 걸립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당연히 접근해서는 안 되고, 우리는 빨리 진행을 해야겠죠. 다시 말해서 저 같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똘똘한 젊은 친구들 1000명 정도 뽑아서 한 6개월 정도 특공대 공부를 시키겠어요.

제: 국가대표 선수로?

김: 네! 시켜서, 그런 다음에는 곳곳으로 뿌리겠어요. 기업, 국가정부, 국정원, 군대, 다 필요하죠.

다양한 경험으로 다양한 자극을 주자

제: 기계가 따라할 수 없는 인간의 경쟁력을 길러라 했는데, 이 기술의 흐름을 정말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평범한 시청자들을 어떻게 준비하라는 말씀을 좀 해주세요.

김: 우선 미래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인간의 뇌는 의외로 적응력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공시대에 와서 우리가 기계가 못하는 정말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 여기서 창의적인 일이라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닙니다. 누구나 피카소가 되고 아인슈타인이 돼야 한다는 게 아이에요. 우리 모든 인간은 창의성, 즉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나폴레옹 시대 만들어진 국·영·수 교육 덕분에 기계적인 인간으로 키워진 거죠.

반복적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다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이미 가지고 있는 창의력이 사라지지 못하도록 도와주면 되겠죠. 특히 5~7살 때는 뇌가 거의 스펀지 같아서 매일 새로운 단어를 수십 개 배울 수 있어요. 결국 반복된 생활에서 주말마다만 나와도 됩니다. 동물원, 이태원 가는 거예요. 인도식당 가서 손으로 밥을 먹어보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 친구들한테는 엄청난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거든요.

제: 다양한 경험으로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

김: 그렇죠. 그렇다면 이미 뇌가 다 굳어버린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할까. 우리의 하드웨어는 이미 다 끝났기 때문에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알파고의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알파고도 처음 학습데이터를 얻은 다음에 데이터가 모자라니까 셀프시뮬레이션(self-simulation)을 했죠. 알파고와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었죠. 이건우리 어른들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뇌는 더 이상 바꿀 수 없지만, 우리 머리 안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셀프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나와 나 자신과의 토론,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사물을 보는 것에 대한 다양한 관점·경험들을 통해서 알파고와 같은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거죠. 

자, 이 방송이 끝나자마자 우선 TV를 끄세요. 왜냐? TV는 모든 질문과 답이 한쪽 방향에서 나오기 때문에 셀프시뮬레이션이 안 됩니다. 창의성은 뇌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본인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죠. TV를 끄고, 휴대폰을 끄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구석에 앉아서 하시면 됩니다. 본인이 앉아있는 거실, 아님 카페에서 하셔도 됩니다. 이런 시간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지시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세상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 만들기입니다. 아주 쉬운 방법으로, 스스로 실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되겠죠.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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