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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6 [퍼옴]미술 교육은 왜 /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술교육은 왜 &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미술관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물창고 -



이승미 국립현대미술관 교육팀장



 “미술교육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미술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한다



의문점Q 하나.  현재 우리에게 미술이란 고대 동굴벽화부터 건축 조각 회화 분야의 인류문화유산과, 미술관의 전시품, 소장품, 거리의 공공미술, 그리고 일상을 둘러싼 디자인이 포함된다. 그 기준은 초등~고등학교까지 미술 교과서에 기술 된 내용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미술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고구려벽화와 반구대 암각화 알타미라동굴의 벽화는 처음부터 미술이었을까?
그 그림들이 단지 대중의 미적 감상을 위해 제작되었을까? 고대 사람들 중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밖에서 본 아름다움을 동굴 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잘 보이지도 않는 동굴을 가득 메워 그토록 정성껏 그림을 그린 것일까? 혹은 친절한 예술가가 인근의 누구나 다 예술적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절벽의 높은 바위를 깎아 새겨 넣은 것일까?

의문점Q 둘.  백남준의 비디오는 왜 미술일까? 백남준은 화가로서 미술품을 창작한 것일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미술은 단지 우리가 벽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것 이상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생각 없이 늘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가장 진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현재의 사고로 과거를 너무나 간단하고 쉽게 판단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A1.  고대의 벽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의 범주에 넣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우리가 고대 사회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동굴 벽화는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제의를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으며 장인이 아닌 제사장의 제례의식에 따라 모든 구성원이 합동으로 제작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문자가 없었던 시절 뭔가 중대한 일을 기록하기 위하여 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 곳이어야 했는지도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류 모두가 그 가치를 귀하게 여기고 아름답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술은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지향 점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A2.  고대의 일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백남준은 화가로서 미술작품을 제작한 것일까? 백남준은 화가 혹은 미술가인가? 백남준은 미학을 공부한 음악도 였으며 존 케이지의 영향으로 전위적인 실험음악 퍼포먼스에 참여 하면서부터 전위적인 행위 예술가로 알려지게 된다. 그 뒤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위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결과물을 전시를 하게 되고 미술관에서는 백남준의 행위와 사고의 결과물들을 소장한다. 백남준은 기존의 미술, 혹은 예술 장르로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비디오’라는 미디어와 ‘전파’를 예술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한 혁신적인 개척자이다. 과학자들이 과학의 원리를 발견해 인류를 진보하게 하듯이 백남준은 예술의 영역을 캔버스와 벽으로부터 전파와 빛의 파동으로 해방시킨 위대한 개척자이다.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 된 백남준의 작품들은 미적인 대상으로 보다는 인간의 사고의 전환에 대한 사례로서 위대한 인간의 사고와 예술적 상상력, 창의력에 대한 사례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술교육은 작품을 따라하며 예술적 성취감을 기르고 
 예술가의 ‘예술적 상상’ ‘창의적 사고’를 체험하는 것



이제 위의 두 사례를 통해서 미술교육은 왜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조금은 그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의 가장 기본적인 공통점은 작품 하나하나가 이전에는 없었던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좋은 예술가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독창성’이다.
따라서 미술교육은 인간의 예술적 상상과 창의적 생각이 담겨있는 미술작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창의적 발상을 이해하고, 다양한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이제 비로소 미적 표현의 방법, 즉 그리기 색칠하기 만들기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술교육의 전부가 아님을 눈치 채게 된다. 동굴 벽화를 보고 따라 그려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림속의 작은 힌트들을 조합해 추론하고 논리를 세워 고대의 세계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 또한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을 따라 만들어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백남준이 전파를 통해서 상상하고 추구 했던 작업이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이어주는 인터넷 광케이블망과 같은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독특한 상상력을 경험해 보는 것 또한 중요한 교육이고 체험인 것이다.
이처럼 미술교육이란 미술품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직접 제작 방식을 따라해 보며 예술적 성취감을 기르는 방식과, 또 한편으로는 예술가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예술적 상상’ ‘창의적 사고’를 체험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작품들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연구하는 미술관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물창고이며 창의적 미래를 꿈꾸는 교육기관인 것이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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