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다른 것(사람)에 관심이 있다면 소통이, 소통의 과정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서로 자기 얘기만 한다면 이미 대화는 소통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 관해 물꼬를 터주는 글이 있어 소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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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예숙의 마음의 집] 말하기와 질문하기
김민예숙 : 여성주의상담가·춘해보건대 교수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에 새 책을 읽게 되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그런데 누구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결은 달라진다. 꽃잎이 피어나듯 아름답게 펼쳐질 수도 있고, 봉오리 상태에서 벌어지지도 못한 채 그대로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

대체로 듣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우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상대방이나 상대방이 꺼내는 주제에 대해 질문하는 편인가, 아니면 상대방이 꺼낸 주제와 연관된 자신의 경험, 정보, 지식 등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편인가.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더 알려고 하는 편인가, 아니면 듣지 않아도 안다고 판단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편인가.

한 사람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서로 질문과 답으로 교류한다면, 마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한 폭의 천을 짜듯이 새로운 대화의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실이 어떻게 교차하느냐에 따라 베, 면, 비단 등 다양한 천이 짜지듯이 질문의 종류에 따라 대화의 질도 달라질 것이고, 만들어진 맥락 안에서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정신적으로 새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책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다른 사람이 더 이상 듣지 않고 다 안다는 듯이 그 작가의 다른 책 또는 다른 작가에 관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면, 서로 만나기 전과 후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워지는 것이 별로 없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했으나 정신적 발전을 가져올 마음의 천을 짜는 교류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떤 여성 작가가 파티에 가서 한 남성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성 작가가 자신이 책을 썼다는 말을 했는데도 그 남성은 그 책의 주제에 대해서 작가에게 묻지 않고 자신이 더 많이 아는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그 남성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받아서 그 책에 대해 질문했다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실수도 하지 않고 그 주제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일화는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라는 단어를 결합한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신조어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맨스플레인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단어는 2010년 <뉴욕 타임스>가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선정했고, 2012년 미국언어연구회에서 ‘가장 창조적인 단어’의 후보로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려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타인에게 설명하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역사상 남성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어왔고 설명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통해 우월감을 확인해왔기에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의 뜻은 지혜로운 인간이다. 지혜가 있어 인간은 발견과 발명을 하고 문명을 만들었다.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더 알려고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의 의무는 물려받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그러려면 더 알아야 한다. 더 알려면 질문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상대를 더 알려고 하며 질문할 때 깊어질 수 있다. 질문하려고 생각해야 하고 답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기보다 질문하기를 조금 더 하는 가을이 되면 좋을 듯하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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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식 대화법을 활용한 토론이 디베이트를 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다.

토론, 독서는 앞으로 나의 삶에서 여러 화두 가운데 주요 화두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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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쉽게 틀리는 오답이 무엇인지 선생님이 알아야 하는 까닭

2016년 4월 18일  |  By:   |  과학  |  댓글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해 잠깐 생각해봅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를 그려보면 그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사실은 아실 겁니다. 그 말인즉슨 일 년 중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일정하지 않고, 어떤 때는 지구가 태양보다 상대적으로 더 가까이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즉 계절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지구의 타원 궤도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할 겁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과학교육과의 학과장이자 천문학자인 필립 새들러(Philip Sadler) 교수는 위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은 “많은 사람이 틀리는 오답”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머릿속을 백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미 학생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 나름대로 지식과 논리를 갖고 설명하려 들죠.”

이 세계를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또 애쓰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때 현대의 과학적 기법보다는 그리스 시대 철학자들이 했을 법한 방법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제한된 경험, 그로 인한 제한된 지식에만 기대어 섣불리 답을 얻으려 하죠. 그래서 천동설을 주장했던 프톨레마이오스처럼 우리는 정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오답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게 되는 겁니다.

새들러는 한번 머릿속에 입력된 오답을 지워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인지과학을 빌려 설명합니다. 학생이 오답을 얻어내는 과정을 보고 논리적 결함을 찾지 못하거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선생님은 학생의 머릿속에 들러붙은 오답을 정답으로 바꿔놓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번 정답이라고 믿은 무언가를 바꾼다는 건 정신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입니다. 이런 식이죠. ‘내가 정확히 어디가 틀렸는지 이해는 되지 않지만, 혹은 여전히 내가 보기엔 이게 오답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일단 교과서가,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대로 믿어보겠다.’는 건 아주 큰 결단인 셈입니다.”

<미국 교육자 회보(American Educator magazine)>에 최근 쓴 글에서 새들러는 중학생들에게 객관식 과학 문제 20개를 풀게 한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문항마다 많은 사람이 흔히 정답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오답인 함정이 숨어있었습니다. 정답보다 오히려 더 유명한 오답도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풀어보세요)

  • 여기 양초 하나가 타고 있습니다. 초가 모두 탄 뒤에, 이를 지켜본 에릭은 원래는 고체 상태였던 밀랍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에릭이 제시한 가설 가운데 어떤 가설이 사실일까요?

보기 1번은 “밀랍이 모두 보이지 않는 기체로 기화됐다.”는 설명이었고, 4번은 “모든 밀랍이 녹아 촛농이 되어 촛대 밑부분으로 흘러내렸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정답은 1번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푼 학생 가운데 17%만 정답을 맞혔습니다. 반면 오답인 4번을 고른 학생은 59%나 됐습니다.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같은 문제를 주었습니다. 선생님들에게는 문제를 푸는 일 외에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오답이 무언지 알고 있는지도 함께 물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정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85%가 정답을 맞혔으니까요. 하지만 학생들의 약점에 대해서는 모르는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4번 보기에 학생들이 취약하다고 골라낸 선생님은 41%에 그쳤습니다.

그해 말에 학생들에게 다시 과학 시험을 치렀는데,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오답에 대해 알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배운 학생들의 과학 성적이 훨씬 더 많이 올랐습니다.

오답을 잘 아는 건 학생들 가르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생들을 설득해야 할까요?

새들러는 소크라테스식 교육법을 먼저 꼽습니다. 즉,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학생들에게 직접 소리 내 논리를 설명하게 시키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앞에서 강의하는 것보다 특히 학생들의 오답을 바로잡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새들러의 설명입니다.

“중요한 주제를 찾아내는 선생님보다도 오히려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선생님이 더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다음 단계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고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새들러와 동료들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했던 천문학 강좌를 예로 들어보죠. 새들러는 학생들에게 같은 망원경으로 같은 위치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촬영한 태양 사진을 비교해보도록 했습니다. (여름이 더운 이유가 태양이 지구에서 가깝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많은 학생이 여름에 촬영한 태양의 크기가 가장 클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직접 자를 대고 사진 속 태양의 크기를 재보면, 정반대로 태양이 가장 큰 건 1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올해 태양이 지구와 가장 가까웠던 근일점(perihelion)은 1월 2일이었습니다)

“타원 궤도를 토대로 유추해낸 그럴싸한 상식이 사실은 오답이었음을 빼도 박도 못하게 각인시키는 거죠.”

참고로 계절이 있는 이유는 타원 궤도 때문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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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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