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요양보호사가 되어 엄니를 돌보게 되었다.

엄니를 생각하면 고흥으로 가서 둘이 사는 게 가장 좋겠다 싶다. 

몇 달이 될지 몇 해가 될지 장담은 못 하지만 말이다.

이참에 늘 마음에 담아둔 귀농귀촌을 실행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워도 좋겠다. 

한편, 그러자면 서울 집에 성인이 되긴 했지만 두 아이만 두게 된다. 

둘이서 알아서 잘 생활할까 막연한 걱정이 앞어서 고흥행이 망설여진다.

둘에게는 늘 할머니를 대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겠지?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겠지? 

현실은 집구석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냥이 밥 주고 물 주고 똥 치우는 일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나를 생각하면 솔직히 가고 싶긴 하다. 물론 가서 생계를 고민해야 하고 아이들 생활비며 등록금이며 보내야 하는 일도 고민이긴 하다. 그래도 가면 할 일은 많아 보인다. 

게다가 이런저런 공간을 마련해서 꿈꾸던 일을 도모하고 싶기도 하다.

다만, 혼자서는 쉽지 않다. 관심과 철학과 꿈이 비슷한 이가 함께 간다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친구가 없다. 염두에 둔 친구와는 봄부터 소원해지고 말았다. 

다 내 잘못이 크다. 어쩌면 내가 1순위로 그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이리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얘기를 해보고는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는구만...;;

 

어떤 식으로는 올해는 삶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겠는데, 머리속이 복잡하네...

혼자서 맨땅에 해딩하듯 추진하는 힘이 내게는 없나 보다.ㅠ

힘을 북돋아 줄 친구가 필요해!

무럭무럭 함께 잘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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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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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뚫는 도구.

언제인지 정확치는 않다.
오래전 서울 종로 쪽 공구상가에 가서 구입했다.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 그냥 똥덩어리가 막힌 수준이 아니었다.
업체를 알아봤는데, 몇십만 원 달란다.
변변찮은 월급으로는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이게 뭐라고 몇십만 원이야!'하는 반발감이라고나 할까.
며칠 관리사무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이런 공구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시내로 가서 2만 얼마에 사왔다.

변기를 뜯었다.
'욱!'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이걸 한참을 넣고 돌려 꺼냈더니 머리카락부터 화장지까지…;;
그렇게 씨원하게 뚫었다.

그때부터 웬만한 일은 직접 고치고 만들기 시작한 듯하다. 시작은 돈이 없었고 내겐 지나친 수리비에 대한 반발감이 도발을 하게 해준 셈이다.

목공, 뜨개, 저전거정비 등등 내 손으로 할 수 있으면 온갖 일을 해보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기엔 또 이런 짓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은 무럭도 한몫했다.
언젠가 무럭이랑 가볍게 농사도 지으며 헌책도 팔고 나무로 만든 고양이 용품을 비롯한 리페어공방을 만들고 싶은 꿈을 품기도 했다.

그 꿈은 아직도 살아 있는데, 니가 좀(?) 멀어져 부렀네…;;
#보늬밤
#주제넘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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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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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느닷없이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이제와 생각해 보면, 오를 수 없는 나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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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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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서 보든가 

지금까지를 뒤집어 보든가.

 

앞으로 하려는 일은

손작업(자전거, 나무작업, 뜨개, 재봉, 요리, 수제맥주 등)은 쭉 할 듯하고

그림책 만들기 작업은 서두르지 않되 꾸준히 하면서 책을 쓰고 (그림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맡기는 걸로) 만들어 보려고 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을 곧 얻을 테니 관련 돌봄 활동을 고민해 봐야겠다. 시골에서든 동네네크워크를 통해서든 경험을 쌓으면서 다른 길을 닦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난 뭐든 혼자서는 잘 못하니까...;;

 

엄니 돌봄으로 시골에 곧 가게 되면 살 만한 곳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산과 들과 바다가 있는 곳이면 좋겠는데. 고흥에 있을까?

가게 되면 두 냥이도 데려가는 게 좋겠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 고흥에서 테니스는 계속 하고 싶은디.ㅋㅋ

으.... 여전히 버리지를 못하네.ㅠ

사람은 (비자발적이지만) 버렸으면서...;;

 

그리고 다 컸다고는 하지만 애들을 두고 갈 생각을 하니 맘이 편치 않다. 

둘이 잘해 내리라 믿지만 자주 와서 챙길 일은 챙겨야겠지. 

 

이렇게 써놓기는 하지만, 또 앞날에 어떤 일이 닥칠지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니 물살을 타듯 기다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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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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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떴대서 다시 나갔다
노출 조절도 줌도 조정도 해가며
여러 장을 찍었지만
붉은 뺨은 건지지는 못했다

내가 간 사이에
술이 깨 버렸을까
나를 봐도 이젠
달아오르지 않는 걸까

텅 빈 긴 의자에 앉아
붉어질까 한참 쳐다봐도
그대 얼굴만 떠오르고
내 맘만 붉어지고 만다

맞아, 넌 하얬지…;;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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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물소리*바람소리 2022. 5. 11. 01:36

그냥 우연히 이 가사가 떠올랐다...;;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이 대목이 자꾸 걸린다. 

내 맘은 그렇기도 하지만, 안 그렇기도 하니까.

난 공감형은 아닌가 봐.

근데 사실 100프로 일방이 어딨을까 싶다.ㅠ 

---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네
마음은 얼고 나는 그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놀라서 있던 거지
달빛이 숨어 흐느끼고 있네
우, 떠나버린 그 사람
우, 생각나네
우, 돌아선 그 사람
우, 생각나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나느냐고
하지만 마음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우, 떠나버린 그 사람
우, 생각나네
우, 돌아선 그 사람
우, 생각나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떠나버린 그 사람)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었던 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나느냐고
하지만 마음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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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_ 황현산

 

---

쟤들은 왜 저래?” “페미가 그렇지 뭐.” “이 세대는 다 그래.” “고양이는.”

싸잡다. ‘한꺼번에 어떤 범위 속에 포함되게 하다는 뜻이래요. 가끔은 어떤 범위에 넣어서 보면 폭넓게 보는 듯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하나하나의 다양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있듯이 자세히 볼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그런 쪽으로 부지런을 떨어보고파요. 싸잡는 건 게으름이다!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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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작은 만남'으로 인터뷰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작은책>에 연재 중이기도 하고, 오마이뉴스에 함께 싣고 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남겨두고자...;;

 

---

오마이뉴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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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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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공사 현장에 갔다.

 

프리로 일을 하게 되면 비는 시간이 많을 듯하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안정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다 싶지만, 내 안에 자유가 소심한 실험을 하는 듯하다.

자유로이 다양하게 일을 하면서도 책 만드는 이로서 정체성도 이어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이랄까?

 

마침 동네 아는 분이 있어 리모델링하는 건물에서 사흘 정도 일을 하게 됐다.

4층인데 병원이 들어오나 보다. 7~80평은 넘겠지? 겁나 넓음!

주된 일은 내부 전체를 페인트 칠하는 작업인데, 사전 작업이 더 많은 듯하다. 

배치도에 맞춰서 뜯어낼 건 뜯어내고 바닥도 맞추고 기타 등등.

오늘은 벽에 있던 기존 시설들 거의 뜯어내고 페인트 칠을 할 수 있게 마무리하는 일.

 

일단 남은 벽지 뜯어내기, 한쪽 벽면 석고보드 붙이기, 군데군데 망가진 쫄대 다시 붙이기, 벽 아래쪽 걸레받이(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붙이기 정도다. 20대에 3년 정도 공사판에서 했던 일이 스멀스멀 떠오르고 몸이 조금씩 기억을 되살린다. ㅎㅎ 평소 목공 작업하면서 익힌 작업도 있다. 나무 재단, 타카 등등등

 

몽고에서 온 젊은이도 있고, 아마 몽고에서 온 듯한 어르신도 있고. 1시간쯤 일하다 쉬는 패턴이 좀 낯설다. 

넘 자주 쉬어!ㅋㅋ 이 사람들 담배는 징하게 피워 댄다. 나도 옆에서 쪽~ 흡~ 후~ 직접 말아 만든 수제담배!

 

동네 아는 분이 대빵인데, 일당이 얼만지도 안 알려줌! 설마 백지.....?

 

어떤 일을 하든 필드에 있어야겠다. 

그게 편하고 재밌다. 

책 만들기든 시골이든 조직이든 공사판이든 선거판이든 하하하!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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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나서야 할 때가 와 버렸다. 

늘 마음에 담아주고는 있었지만, 막상 곧 길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닥치니 좀 그렇다.

 

어쩌면 다른 길을 찾는 일은 하루하루 허덕이는 이에게는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좌충우돌하며 길을 찾는 이들은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우러러봐야지 않을까...;;

 

여유 있는 이들이 외치는 다른 길은 그래서 가끔은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만 했다는 느낌이다. 

나는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싶지만.

 

얼기설기 잡스럽게 얽힌 일들로 허덕이면서도 다른 길을 붙잡으려도 애쓰긴 했지만 보이는 건 여전히 초라해 보이는구나. 바쁜 듯하지만 게으른 탓이 클 테지.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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