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퍼옴]


[놀이가 밥이다]긴줄넘기·사방치기… 놀이 1년 만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ㆍ(1)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함께 놀기, 매일 놀기, 몸으로 놀기에 공감하는 엄마들이 ‘놀이터의 이모’로 1년을 보냈다. 2~3명이 짝을 지어 일주일에 한 번씩 요일을 정해 돌아가며 ‘꼬마야 꼬마야’ 긴 줄을 돌려주고, 목마를 때 물을 챙겨주고, 놀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보이면 함께 실뜨기를 하며 얘기를 들어줬다. 방과후에 아이들이 2시간씩 어울려 보낸 놀이터는 주로 학교 운동장과 도서관이었다. 이렇게 놀았을 뿐인데 아이들은 바람과 햇볕과 흙 속에서, 저들끼리의 재잘거림 속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컸다.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모들도 함께 컸다. 1년간 놀이터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놀이터 이모들이 인상 깊은 장면을 적어놓은 놀이터 일기장에서 몇 편을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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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운동 ‘큰이모’ 김수현씨 인터뷰
“원없이 놀았던 큰딸, 타인과 의견 조율 잘하고 좌절 이기는 힘 커”


주말인 지난 22일 김수현씨는 눈이 많이 온 강원도에 놀러 가 초등학생인 둘째, 셋째 아이와 이글루를 만들고 왔다. 집안일은 내버려두다시피 하고 갔는데도 올해 고3에 올라가는 큰아이는 불평이 없고, 엄마도 미안함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의 동북지역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이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놀이 큰이모’다. 김씨는 “아이들뿐 아니라 사람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말한다. 그는 큰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자녀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을 모색하다 ‘참교육학부모회’를 알게 되고, 놀이 공부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어렸을 때 몸이 약해 제대로 놀지 못한 경험과 동화작가로서 아이들의 삶에 늘 관심이 많았던 것도 놀이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였다. 

방과후에 아이들과 2시간씩 놀고 있는 한 ‘놀이터 이모’가 그린 삽화다. 서울 노원·도봉·강북·중랑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놀이터, 마을놀이터의 위치와 그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풍경을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에요”라는 말 속에 재밌게 담고 있다.


놀이터를 자주 나가는 사이 옆집과는 현관 사이에 시트지를 깔아 맨발로 다니며 놀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아쉬우면 이웃에 부탁하고, 별식이 생기면 나누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중에서도 놀이는 아이들, 어른들, 아이와 어른들 사이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놀이터 큰이모’를 엄마로 둬 동네 놀이터를 마당 삼아 성장한 딸은 원없이 놀았던 게 참 좋았다고 했다.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과 어울려 놀며 작은 사회를 경험한 것 같아요. 왜 놀면서 나름의 규칙도 만들고,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일이 일어나잖아요. 많이 놀아서 그런지 전 친구들보다 스트레스도 별로 안 받는 편이고요.”

김씨는 “내가 농담으로 ‘자아비대증’이라고 할 정도로 큰딸은 스스로를 좋아한다. 같이 있으면 즐겁다. 문제 상황에 닥쳐도 겁내지 않고 부딪히고, 넘어졌을 때 털고 일어서는 힘이 엄마보다 낫다”고 말했다. 딸은 학교에서 부모를 상대로 진행한 진학설명회에도 바쁜 엄마 대신 참가해 친구·교사들과 상담하며 희망 대학과 학과를 정했다. 엄마가 바쁘거나 몸살로 놀이터에 못 갈 땐 도서관에 있다가도 놀이터에 나가 아이들과 몇시간씩 놀고 온 적도 많다. 집안일도 늘 분담하는 딸이 고3이 되며 달라진 것이라곤 설거지나 집안일에서 1년만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것뿐이다. 큰딸은 누구보다 열성적인 놀이운동의 지지자다. 다른 두 아이도 그렇고, 변화를 직접 지켜본 남편도 아이들의 노는 시간을 존중하고 있다.

“아이들은 맘껏 놀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부정적인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김씨는 “아이들이 땅에 금 하나를 긋는 순간 금기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이라면서 “놀이는 신비한 영역이며 어른들의 생각과 잣대로 건드리고 막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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