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과 대화하는 김영철 아저씨의 '하늘매발톱' 이야기

나한테는 겨울이 꼭 필요해!

이번에는 내가 우리 꽃을 키우면서 경험한 것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어떤 이야기냐 하면 우리 꽃에게는 겨울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내가 처음 하늘매발톱꽃이라는 식물을 키울 때 있던 일이었어요. 막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을 가져다 키웠어요. 한 일주일 정도 날마다 꽃을 보며 즐거워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꽃이 하늘을 보며 곧게 서더니 곧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아하! 이 녀석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꽃을 하늘로 향하고 꽃을 떨어뜨리나 보네. 혹시 그래서 하늘매발톱꽃인가?”

하지만 알고 보니 매발톱꽃들의 이름은 꽃의 빛깔로 구별한다는 거예요. 하늘매발톱꽃은 꽃잎의 빛깔이 파란 하늘색이라서 하늘매발톱꽃이라고 한다고 해요.

꽃이 지고 나서 한 한 달쯤 지나자 열매가 익기 시작했어요. 열매 안에는 깨알 같은 크기의 까만 씨앗이 들어 있었답니다. 나는 씨앗 하나라도 다른 곳에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열매를 따서 씨앗을 챙겨 두었답니다. 내년 봄에 심어 볼 생각이었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아직은 늦은 봄이니까 씨앗을 심어서 키워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씨앗 몇 개를 꺼내 자리를 만들고 심어 보았답니다. 씨앗을 심은 지 보름쯤 지나자 예쁜 싹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작은 떡잎 사이로 새 잎이 두어 개 나왔을 때는 작은 화분에 하나씩 옮겨 심어 주었지요. 이렇게 해서 하늘매발톱꽃은 식구가 여럿으로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가을로 접어들었을 무렵에는 어린 하늘매발톱꽃도 제법 크게 자라 있었어요. 물론 처음 가져와 키우기 시작한 것은 거의 크기가 10배는 더 커져 있었답니다.

그나저나 겨울 동안에 이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꽃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절반은 집 안에 들여다 놓고 절반은 밖에 두는 것이었어요. 많이 추워지기 전에 적당한 것을 골라 집 안에 들여놓았답니다. 집 안에 들여놓은 것은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아 두었어요. 그 전에 다른 식물을 키우면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두면 겨울을 나면서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 죽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요. 그런데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두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쯤에는 아주 약해져 있거나 아니면 죽어 버릴지도 몰라요. 그건 식물도 살아가는 데는 양분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식물들은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요. 그런데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두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충분한 양분을 만들 수 없는 거예요. 항상 양분이 모자라게 되는 거지요. 그러면 처음에는 저장해 둔 양분을 사용해요. 저장해 둔 것마저 다 떨어지고 나면 결국 죽게 될 거예요.

그나저나 하늘매발톱꽃은 겨울을 잘 났을까요?

겨울 동안 밖에 둔 것들도 날씨가 따듯해지자 새 잎을 내기 시작했어요. 추운 겨울 동안에 얼어 죽지 않고 잘 살아 있던 것이었지요. 알고 보니 추위에 무척 강한 친구들이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 난 잎 사이에서 작은 꽃대도 자라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면 겨울 동안 집 안에 들여 놓은 것들은 벌써 꽃을 피웠겠다고요? 겨울 동안 집 안에 들여 놓은 하늘매발톱꽃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밖에 내어 놓았지만 꽃을 피울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강한 햇볕에 적응하느라 며칠 동안 고생을 하는가 싶더니 그 다음부터는 그저 열심히 새 잎을 내고 점점 크게 자라기만 했어요.

“야! 넌 왜 봄이 되었는데도 자꾸 자라기만 하는 거니? 꽃을 피워야지!”

이런 내 질문에 이 친구들 뭐라고 했을까요?

“무슨 소리!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오는 거라고. 아직 겨울도 지나지 않았는데 봄이라니 무슨 소리야!”

“봐! 네 옆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너희만 빼고는 모두 꽃을 피우고 있잖아. 그런데 아직 봄이 아니라고? 지금이 봄이라니까!”

“어, 이상하다. 우리는 겨울을 지난 적이 없는데. 쭉 날씨가 따뜻했다고. 좀 이상하게 따뜻한 날이 길다고는 생각했지만. 우린 날씨가 추워져야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고. 그러니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겨울이 꼭 필요해!”

“아하! 그랬구나. 내가 너희를 따뜻한 집 안에 들여 놓아서 그런 거구나. 그래서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 거구나. 그런데 왜 꼭 겨울이 지나야만 꽃을 피우는데?”

“그거야 간단하지. 너도 잘 아는 것처럼 우리 나라는 추운 겨울이 있는 곳이라고. 혹시라도 잘못 알고 가을에 꽃을 피우기라도 하면 씨앗도 만들지 못하고, 또 우리도 죽을지 모르거든. 그래서 겨울이 지나면서 꽃이 피도록 하는 거라고.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에서는 꽃을 만들어도 된다는 신호로 어떤 물질을 만들어. 이 물질 때문에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서 꽃을 피우게 되는 거라고. 그런데 이 물질은 봄에 꽃을 피우고 나면 없어져. 그러니까 이 물질이 다시 생길 때까지는 꽃을 피우지 않는 거야. 물론 이 물질은 겨울이 되어야만 다시 생기는 거고.”

“그렇구나! 그래서 많은 우리 꽃들이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꽃을 피우는 거구나.”

“그렇지. 그렇다고 긴 겨울이 다 지나야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우리는 한두 달 정도만 추운 곳에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어. 꽃을 피우도록 하는 물질이 그 정도면 충분하게 만들어지는 거지. 우리 꽃을 일찍 보고 싶으면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 한두 달쯤 지났을 때 따뜻한 곳에 들여 놓아 봐. 물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야 해. 그러면 곧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겨울이 지나야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그것 참 신기한데. 그러고 보니까 내가 봄에 씨앗을 심은 식물들 가운데도 가을에 무척 크게 자랐는데도 전혀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있던데 그 친구들도 같은 원리인가 보네.”

“맞아! 그 친구들도 우리와 같을 거야. 그 해에 싹을 내고 자라기 시작한 어린 식물은 겨울을 나야만 진짜 꽃을 피울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거지. 겨울이라는 시련을 겪어야 어른이 되는 거라고. 어때 재미있지!”

나는 이 하늘매발톱꽃을 통해서 우리 꽃들에게는 겨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식물마다 겨울을 보내는 기온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하늘매발톱꽃처럼 아주 추운 곳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잘 견뎌내는 식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우리 나라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 가운데는 추운 겨울 동안 밖에 두면 얼어 죽고 말지만 그렇다고 따뜻한 집 안에 두면 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런 식물은 뿌리가 얼지 않을 정도의 차가운 곳에 두어야 봄에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산과 들에서 만나는 우리 꽃들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랍니다. 우리 꽃을 키울 때는 그 친구에 대해 잘 공부를 한 다음에 키워 보도록 하면 좋을 거예요. 어떤 환경 조건에서 자라던 것인가를 알면 절대로 키우던 식물이 죽는 일은 없을 거예요.

Posted by 익은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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